1박2일 '이수근', 오답논란보다 아쉽다
<패떴>의 경우, 김종국이 낚은 시가 20만원에 상당하는 참돔이 직접 잡은 것이 아닌 연출이란 의혹에 휩싸였습니다. 사실로 밝혀질 경우, <패떴>의 타격은 적지 않을 것으로 예견됩니다. 꾸준히 제기된 대본논란으로 크게 홍역을 앓았던데다가, 최근 들어 반복되는 식상함 포맷에 시청자들이 염증을 느끼기 시작했기 때문이죠. 현재 <남자의 자격>의 추격을 받는 와중에 또 다시 조작방송 논란에 휩싸였다는 것은 시청자의 누수를 촉진하는 계기가 될 것 같아 안타깝군요.
사실 방송을 만들다보면, 어떤 프로그램이든 어느 정도의 연출이 가미된 것이 사실입니다. 시청자도 이를 완전히 무시하고 시청하진 않습니다. 다만 용서가 되는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죠. 여기서 제작진의 역량이 드러나는 것입니다. 제작진이나 출연진이 아닌 시청자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것이 프로그램의 경쟁력을 높이고, 롱런하는 배경이 됩니다.
반면, <1박2일> 가을맞이 독서퀴즈에서 불거진 오답논란의 경우, 일주일을 버티지 못할 일회용으로 그칠 공산이 크다는 점이 대조적입니다. 해리포터 주문의 정답이 '아브라카다브라'가 아닌 '아바다케다브라'라고 할 지라도, 팥빵과 단팥빵의 문제에 불과하죠.
정답이 '아브라카다브라'라는 어원에서 시작된 것이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1박2일>내에서 정확한 '아바다케다브라'라는 정답을 몰랐기 때문이죠. 제작진도 출연진도 말입니다. 지난 번 일심동체 퀴즈에서 남아공월드컵의 수도 문제에서 '요하네스버그'가 아닌 '케이프타운'이 정답이었던 적과 비슷한 상황이 된 것입니다. 남아공의 수도는 케이프타운, 프리토리아 등 3개가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이와 비슷한 논란을 겪은 바가 있습니다.
의도가 고의적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차이가 있습니다. 방송은 시청자에게 정확한 팩트를 고지할 의무가 있습니다만, 시사나 교양이 아닌 예능프로그램에서는 어느 정도 이해의 폭이 넓어집니다. 그러나 재미를 위해 고의적으로 속임수를 동원했느냐로 접근하면 문제는 달라지죠. <1박2일>의 제작진은 실수를 지적 당한 반면, <패떴>은 재미를 위했던 것은 나무라기 힘드나, 수단이 매우 적절하지 못했습니다. 시청자를 속였다는 배신감을 부른 것이죠.
오히려, 지난 주 <1박2일>에서 지적당할 만한 부분은 오답이 아닌, 앞잡이 이수근의 지나친 과욕이었습니다. 최근 들어, 이수근은 <1박2일>의 재미 보따리를 크게 만드는 일등공신입니다. 날이 갈수록 농익는 그의 예능감은 차세대 메인 MC로 급부상하게 만들었죠. 그러나 이러한 세간의 평가에 너무 힘이 들어가지 않았나 싶습니다.
기상미션에서 그가 바통을 빼앗긴 장면은 분명 상쾌한 웃음을 주진 못했습니다. 바통을 가지고 상황극을 펼치는 것 까진 나무랄데가 없었지만, 김C에게 빼앗긴 것은 보는 이에 따라 불편함을 줄 수 있었죠. 만약 김C가 아니라 MC몽이 빼앗았다면, 넷상은 아마 시끌거렸을 것입니다. 이수근과 MC몽이 도마위에 올랐겠지만, 그동안 엘로카드가 전혀 없던 김C였기 때문에 씁씁하지만 웃으면서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여기엔 김C가 뒤로 돌아가는 것을 눈치 챘다는 이수근의 발언에서 알 수 있듯이, 김C의 노림수를 이미 간파했다는 것입니다. 바통을 빼앗으려 달려든 김C에게 빼앗기지 않고, 이수근이 결승점을 통과했다면 좀 더 시원하게 웃을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되는 데요. 너무 앞잡이 역할에 충실한 면이 있죠. 물론 당일 이승기 혼자 제 2용소로 가야하기 때문에 (김C, MC몽, 이승기)팀이 이김으로서, 든든한 아침식사를 이승기가 할 수 있었다는 사실 덕분에 결과론적으론 이상적인 마무리로 볼 수도 있었지만요.
사실 바통보단 퀴즈에서 이수근이 보여준 오답들은 그가 얼마나 프로그램을 많이 생각하는 지 알 수 있는 그림이었습니다. 이수근은 <1박2일>내에선 가장 무식한 캐릭터로 통합니다. 그러나 이 점을 살리는 데 소홀하고, 다시금 앞잡이로 무언가를 꾸미고자 너무 애쓴다는 모습이 노출되었습니다. 무식하다는 캐릭터의 일관성이 떨어져 긴장감을 떨어뜨리는 실수를 범합니다.
단순히 정답 '헤라'를 놓고 은지원이 답을 한 '이브'나 MC몽의 '메리야스'가 돋보이는 것은 그들의 캐릭터에 일관성이 부여된 답을 내놓기 때문입니다. 왜 이들이 예능감이 돋보이는 지 보여지는 대목입니다. 반대로 이수근은 보아뱀에선 '모아뱀' 식으로 정답 언저리에 오답을 던져 놓습니다. 아는 정답을 일부러 놓친다는 시선을 부르기에 적당합니다. 퀴즈 내내 이수근의 오답행태가 그러하다는 점이 아직은 시청자를 읽는 눈이 확실히 설익은 느낌을 줍니다.
이번 퀴즈에서 보여 준 이수근의 역할은 이승기와 김C가 해주면 됩니다. 그러나 이수근은 지나치게 과욕을 부린 면이 없지 않았죠. 오히려 정답으로 가는 긴장감을 죽이고 있는 꼴이 됩니다. 이를 간파한 강호동이 재빠르게 소설 <개미>의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단번에 맞추면서 루즈해 질 수 있는 분위기의 맥을 끊어줍니다. 왜 강호동이 <1박2일>의 메인MC인지 보이지 않게 빛나는 순간입니다.
이수근은 분명 <1박2일>의 매력덩이리입니다. 그러나 아직은 전체를 읽기보단 자신의 역할에서 극대화를 노리는 것이 맞습니다. 은지원과 MC몽처럼 컨셉이 퀴즈일 땐, 자신의 캐릭터에 맞게 단타를 칠 줄 아는 감이 필요하죠. 앞잡이로 이수근이 필요한 상황에선 그가 분위기를 주도하는 것이 맞지만, 모든 상황에 앞잡이가 필요한 것이 아니죠.
<1박2일>은 유재석과 같은 멀티플레이어가 필요한 것이 아닌, 각자의 캐릭터를 극대화하면서 빛나고 있다는 점을, 지난 주를 모니터하며 상기할 필요가 있어 보였습니다. 또 하나는 이수근이 가진 앞잡이라는 역할이 빛날 때와 흐릴 때를 좀 더 구분하는 재간을 다듬었으면 합니다.
프로그램에서 비춰지는 모습이 언제나 시청자에게 만족을 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제작진과 출연진은 언제나 시청자에게 강하게 어필해야 살아남는다는 인식이 강합니다. 그러다보니 지나치게 과욕을 부리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지난 주 일요예능의 강자 <패떴>과 <1박2일>을 통해 이런 점이 시청자에게 노출되었습니다.
문제는 <패떴>의 경우, 악재속에 악재를 만난 격이라고 할 수 있지만, <1박2일>은 '시청자와 함께하는 1박2일'이란 커다란 호재를 앞두고 가벼운 타박상을 입었다는 점에서, 두 프로그램의 앞으로의 행보는 서로 다른 길을 걸을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