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끼줍쇼 이경규 강호동 콤비, 굴욕이 만든 대박 예능
수요일을 대표하는 예능은 황금어장 ‘라디오스타’다. 지상파에서 그 많던 토크쇼가 시청률 부진을 겪으며 종적을 감췄지만, ‘라디오스타’는 여전히 탄탄한 시청률을 유지하며 승승장구중이다. 게스트들을 쥐락펴락하는 MC 김국진-김구라-윤종신-규현 조합은 회를 거듭할수록 빛이 난다. 그런 수요일의 절대강자 ‘라디오스타’에 겁 없이 도전장을 내민 예능이 나타났다. 바로 종편 JTBC예능 이경규-강호동의 ‘한끼줍쇼’다.
지난 19일 첫방송된 이경규-강호동의 ‘한끼줍쇼’는 종편예능으로는 이례적인 3%에 가까운 시청률로 순항을 예고했다. 당시 동시간대 ‘라디오스타’ 게스트에 김국진의 연인 강수지가 출연했음을 감안하면 더욱 주목할 만한 시청률이다. 프로그램 홍보도 미약했을 뿐 아니라. 지상파가 아닌 종편예능이란 약점, 김국진-강수지 커플에 대한 대중의 뜨거운 관심을 감안하면 ‘한끼줍쇼’의 첫방송 시청률은 분명 성공적이라 평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방송을 지켜본 시청자들의 호평도 줄을 잇는다.
그렇다면 JTBC예능 이경규-강호동의 ‘한끼줍쇼’ 어떤 점이 시청자에게 호응을 얻었던 것일까. 우선 이경규와 강호동의 조합에 눈길이 간다. 사제지간으로 잘 알려진 그들이, 사적인 자리가 아닌 방송을 통해 만났다는 게 일단 신선하다. 그뿐인가. 예능 대부 이경규, 국민MC 강호동이다. 예능에선 선수중에 선수들이다. 그들이 갖춘 대중적 이미지는 말할 것도 없고, 방송과 시청자의 코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즉 신선한데다 파괴력까지 갖췄다. 방송 내용을 떠나 일단 보게 만드는 조합이다. 그리고 방송을 봤을 땐, ‘역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실망시키지 않았다.
사실 이경규-강호동 조합은 신선하되, 불안요소도 안고 있었다. 방송 전 강호동은 이경규를 좋아하고 존경하지만, 방송 파트너로선 ‘안 맞는다.’고 속내를 털어놨었다. 그건 단순히 사제지간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방송을 진행하는 스타일이 워낙 극과 극이다. 일단 이경규는 선이 굵다. 방송으로 나갈 만한 핵심을 쫓는다. 반면 강호동은 섬세하다. 작은 것 하나도 놓치지 않는다. 방송으로 나가 건 나가지 않건, 일단 분량을 최대한 뽑으려 든다.
첫방송에서도 그런 점이 잘 드러났다. 식사를 해결할 집이 먼저인 이경규와 집주변에 먼저 포커스를 맞추는 강호동. 강호동은 희귀한 꽃을 발견할 때도, 심지어 조화를 보고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또한 미션이 급한 이경규, 할머니와의 대화가 우선인 강호동의 모습에서도 방송에 임하는 스타일이 확연히 다름을 알 수 있다. 그렇게 극과 극인 두 사람이 예능의 측면에서 볼 땐 상당한 시너지를 낸다. 다른 MC가 더 있었다면 산만해질 수 있었지만, 단둘이 진행하기에 문제가 발생해도 쉽게 수습이 된다. 그리고 수습하는 과정에서 웃음을 낳는다.
그들을 상대하는 시민의 반응도 상반된다. 츤데레 이경규에게 시민들도 츤데레다. 초인종을 누르고 “개그맨 이경규입니다.”라고 하면, 대부분 ‘그런데요?’가 먼저다. 상당히 방어적이다. 얼굴을 보기전까진 일단 경계심부터 드러낸다. 반면 ‘1박2일’ 등을 통해 시민친화적인 모습을 보여왔던 강호동에겐, ‘아, 강호동씨.’라며 놀라면서도 꽤나 친근감있게 다가온다. 망원동가는 지하철안에서도, 거리에서도, 집을 찾았을 때도, 시민앞에 ‘낯선’ 느낌의 이경규와 ‘편한’ 느낌의 강호동이 불러오는 효과는 상반되기에 오히려 재미면에서 잘 빠진 예능이 된다.
그럼 이경규-강호동 조합을 떠나 예능 ‘한끼줍쇼’가 갖춘 경쟁력은 어땠을까. 망원동 가정집에서 저녁 한끼를 얻어먹는 미션은 실패했다. 대신 우여곡절 끝에 편의점에서 여고생들과 컵라면을 먹으며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녀들의 일상, 고민 등을 이야기하며 나름 훈훈하게 마무리됐다. 그러나 프로그램의 핵심인 가정집에서의 밥한끼는 분명 규동콤비에게 숙제를 남겼다. ‘과연 시골이 아닌 노출을 꺼리는 서울이란 도시의 가정집에서 저녁 한끼를 얻어먹을 수 있을까’
이 부분에서 쉽지 않을 거란 예상을 한 시청자가 많다. 인심 후한 시골이라면 모를까. 예정에도 없는 일, 방송인 이경규와 강호동이 갑자기 들이닥쳐 저녁식사에 동참해도 되겠냐고 제안한다면 흔쾌히 응할 서울의 가정집이 얼마나 되겠느냐는 것이다. 특히 보다 현실적인 문제, 카메라를 들이밀고 방송을 찍겠다는 것인데, 준비가 안 된 자신의 집, 저녁식사의 민낯을 방송에 쉽게 공개하려 들겠냐는 부정적인 시각이 생각보다 많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덕분에 ‘한끼줍쇼’가 예능으로써 경쟁력을 갖춘 격이다. 이경규의 초반 예상대로 미션이 쉽게 성공했다면, ‘한끼줍쇼’는 예능이 아닌 다큐가 될 뻔했다. 만일 가정집에서 시작부터 흔쾌히 수락했다면 어땠을까. 저녁식사를 하며 시민들의 살아가는 얘기를 들으며 훈훈하게 포장될 수는 있다. 그러나 그러한 쉬운 성공엔 예능이 줄 수 있는 긴장감이나 반전의 재미가 없다. 쉬운 성공이 반복된다면 지루한 다큐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굳이 예능선수인 이경규-강호동이 필요없는 무늬만 예능.
‘한끼줍쇼’의 첫방송이 왜 재밌었는가. 바로 이경규-강호동이 굴욕을 당하고 고생을 했기 때문이다. “개그맨 이경규입니다.”라고 했을 때, 건조하고 때론 날카롭게까지 들리는 ‘그런데요?’와 같은 방어적인 반응이 오히려 웃음을 낳는다. ‘싫어요.’, ‘죄송합니다.’라는 시민들의 연이은 거절에 좌절한 이경규와 강호동의 모습이 낯설지만 흥미롭다. 그렇다. 아무리 유명한 연예인 이경규와 강호동이라도 쉽게 성공하기 힘든 미션이기 때문에 지켜보는 재미가 있는 것이고, 매회 기대감을 줄 수 있는 것이다.
나영석PD의 ‘삼시세끼’가 왜 성공했는가. 남자들이 밥한끼 해먹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기 때문이다. 뭘 해먹을까부터 어떻게 만들어야 되나. 이게 맞나. 식사 한끼 해결하는 데 고민과 고생이 담겨있다. 그리고 초라해 보일 때도 있지만 한끼의 밥상이 완성됐을 때 느끼는 성취감, 만족이 생각보다 크다는 걸 깨닫게 한다. 같은 선상에서, 이경규와 강호동이 저녁 한끼에 목을 맨다. 발품을 팔고 굴욕을 당한다. 고생을 하고 좌절을 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오기가 발동하고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다. 그것이 흔쾌히 두 사람을 받아줄 가정집이 나타났을 때 느끼는 고마움, 희열을 배가 시켜줄 것은 자명하다.
첫방송부터 미션에 실패한 이경규와 강호동의 ‘한끼줍쇼’. 망원동에서의 미션 실패가 오히려 득이 된 셈이다. 프로그램의 재미, 경쟁력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실패의 반복이 재미도 낳고 기대감도 높인다. 중간에 이경규와 강호동이 점쟁이를 우연찮게 만나 물었다. 오늘 가정집에서 저녁 한끼 얻어먹을 수 있겠냐고, ‘한끼줍쇼’가 잘 될 것 같냐고. 점쟁이가 답했다. 저녁은 얻어먹겠지만 프로그램이 대박날 형상은 아니라고. 그런데 망원동에서 그들은 저녁을 얻어먹지 못했고, 첫방송된 프로그램은 기대이상의 높은 시청률과 호평속에 상쾌한 출발을 했다. 이번엔 성수동이다. 차가운 도시에서 소박하지만 따뜻한 저녁 한끼 가능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