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가는길, 이상윤 김하늘 운명을 직감하다
수목드라마 ‘공항가는길’에서 서도우(이상윤)와 최수아(김하늘)가 현재 느끼는 감정은 뭘까. 위로가 되는 이성친구가 된 건 확실하다. 그렇다면 더 나아가 사랑을 느끼고 있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아직까진 아니다. 지금의 감정을 ‘사랑’이라고 단정짓기엔 불완전하다. 그것은 서도우나 최수아가 배우자가 있는, 가정이 따로 있는 사람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뭔가 채워지지 않았다. 뭔가 확실하게 둘 사이를 이어줄 끈, 매듭을 지어줄 사건이 남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왜 그들은 서로를 간절히 원하고, 사랑할 수밖에 없는가에 대한.
서도우의 어머니 고은희(예수정)는 죽기전에 최수아에게 팥죽 한그릇을 사달라고 부탁한다. 수아가 사온 팥죽은 비운다. 그리고 얘기한다.
“사람이 죽기전에 소중한 사람을 위해서 하나쯤은 꼭 해주고 간다. 간절하게 그 사람을 위해서.”
수아는 답한다. 들어본 적이 있다고. 바로 서도우가 최수아가 했던 말이다. 우리가 이렇게 힘들 때 만나,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친구가 될 수 있는 건 죽은 애니가 남긴 선물 같은 거라고.
‘서도우의 딸 애니(박서연)의 죽음’ 그리고 그 죽음을 둘러싼 ‘진실’. 그 진실이 서도우와 최수아의 관계를 보다 분명하게 매듭짓는 결정적인 사건이 될 것임을 ‘공항가는길’ 5회와 6회를 통해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서도우는 의식을 잃고 병상에 누운 어머니에게 묻는다.
“이 여자(최수아) 뭐에요?”
질문을 하는 서도우의 표정은 한 대 얻어맞은 듯하다. 그것은 단순히 어머니가 죽기전에 최수아를 만나고, 어머니에게 팥죽을 사준 여자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현재 서도우에게 일어나는 뜻밖에, 결정적인 순간마다 최수아란 여자가 직간접적으로 개입되고 있기 때문이다. ‘운명’이라고 해도 믿을 수밖에 없을 정도로. 그렇다. 우연의 연속이 필연의 수순을 밟는다고 생각될 때, 우리는 운명 혹은 인연이라고 말을 한다.
"너 누구야, 도대체 너 누구야!"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극중 이병헌은 제자 여현수에게서 운명을 직감한다. 여학생도 아닌 남학생 여현수에게서 죽은 이은주를 떠올린 것이다. 여현수의 말, 행동 그리고 라이터까지. 그를 둘러싼 하나하나가 죽은 이은주를 떠올리게 만든다. 그리고 확신하게 만든다. ‘여현수는 이은주다.’ 그리고 과거를 쫓는다. 왜 이병헌이 입대하기 전, 약속한 그 날 밤 오지 않았을까. 왜 오지 못했던 것일까. 그리고 그 ‘진실’이 풀리는 순간, 모든 게 명확해진다. 이병헌도, 그를 거부했던 여현수도. 둘 사이의 관계는 명확해지고 둘은 그들만의 최선의 판단을 내린다.
그래서 ‘공항가는길’의 서도우와 최수아의 관계는 ‘애니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이 결정적 키가 되는 것이다. 애니가 사고로 죽기전에 최수아와 부딪힌 걸 단순히 우연으로 치부할 수 있을까. 물론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처럼 애니가 환생했거나, 애니의 영혼이 수아에게 들어온 것은 아닐거다. 다만 죽기전 고은희가 말했듯이, ‘사람이 죽기전에 소중한 사람을 위해서 하나쯤은 꼭 해주고 간다. 간절하게 그 사람을 위해서.’에서 답을 찾는다. 애니의 시선으로 바라봐 줄 수 있는 사람. 그래서 진실을 구하고, 남아 있는 사람(서도우)의 아픔을 치유해 줄 수 있는 사람으로 최수아란 끈을 서도우에게 이어준 게 아닌가하는.
그렇다면 서도우와 최수아와의 관계는 좀 더 유연해진다. 단순히 수아의 남편 박진석(신성록)이 수아의 절친 송미진(최여진)과 바람을 피워서라든지, 도우의 아내 김혜원(장희진)이 자신의 출세, 욕망을 위해서 딸 애니 등 주변사람에게 상처를 주고 희생을 강요했기 때문에 이루어지는, 즉 배우자의 심각한 문제때문에 이혼이 대두되고 새로운 사랑이 이루어져도 괜찮은 일차원적인 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다. ‘운명’, ‘인연’이라는 이상적인 끈은 그보다 더 단단하고 쉽게 끊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당신을 사랑합니다.
'사랑’의 이유, 당위성을 당사자가 아닌 타인에게서 찾는 것이야 말로 일차원적인, 불륜을 합리화하는 드라마의 과정처럼 비춰질 뿐이다. 하지만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의 마지막 대사처럼, ‘사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것이 인연이든, 운명이든. 그 과정을 섬세하게 그려준다면 두 남녀를 좀 더 관대하게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공항가는길’이 픽션, 드라마이기 때문에 더욱. 공항가는길 7회 예고에선 이상윤과 김하늘의 키스신이 있다. 로맨틱, 성공적, 그런 것보단 사실 빠른 느낌도 없지 않다. 어떤 면에선 시청자를 위한 서비스(?)같은. 아무리 ‘웰메이드’ 딱지를 붙여도 결국 ‘공항가는길’도 시청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상업용 드라마니까. 다만 급하지만 않았으면 한다. 지금의 설득력이 길을 잃지 않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