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가는길 4회, 생각난 시 '너를 기다리는 동안'
기다리면 올까.
올 수도 있고 안 올 수도 있고...
29일 방송된 수목드라마 ‘공항가는길’ 4회에서 죽은 애니(박서연)가 찍어 뒀던 사진들을 본 최수아(김하늘)가 서도우(이상윤)에게 메세지를 남겼다.
‘애니는 기다린 거에요. 누군가 와 주길. 같은 장소에서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수아의 메세지에 도우는 예전 애니가 했던 말을 떠올린다.
‘그리운 게 얼마나 좋은 건데. 기다리기만 하면 되잖아. 기다리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고. 만날거니까. 얼마나 희망적이야.’
애니가 오지 않는 친아빠를 기다리던 장소에서 그제서야 서도우는 진실과 애니의 아픔과 마주한다. 그렇다면 수아는 어떻게 애니의 마음을 읽었을까. 기다렸기 때문이다. 서도우와 함께 했던 공항에서. 오지 않는, 올 수 없는 그를 그리워하면서.
‘공항가는길’ 4회가 끝났지만 쉽게 여운은 가시질 않는다. ‘기다림’에 대해 생각해본다. 평면적이다. 어떤 면에선 추상적이다. 모르겠다. 그러다 황지우 시인의 ‘너를 기다리는 동안’에서 답을 찾는다.
기다려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안다
세상에서 기다리는 일처럼 가슴 에리는 일 있을까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건 기분 좋은, 설레는 일이지만, ‘오지 않는’ 누군가를 기다린다는 건 힘든 거, 참 쓸쓸하고 아픈 거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애니가 느꼈을 아픔을 조금은 알 것도 같다. 왜 수아가 울컥했는지도. 애니의 아픔을 알게 된 도우가 수아에게 ‘보고싶다.’고 말한 것도. 그렇다. 딸 아이의 아픔을 안 순간, 감당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왜 몰랐을까. 아빠라는 사람이. 딸을 이해해줄 수 있는 친구같은 아빠라고 생각했는데. 딸에 대해서 너무나도 몰랐다. 어린 딸이 혼자 얼마나 힘들었을까.’ 자책했을 것이다. 그리고 누구보다 그 마음을 잘 알고 있을 수아에게 위로받고 싶었을 것이다. 보고 싶어서? 위로받고 싶어서. 답답한, 숨막힐 것 같은, 너무나 엉키고 꼬여버린 마음의 실타래를 풀어줄 누군가가 필요했을 테니까.
애니의 말을 곱씹어본다. 그리워하는 게 정말 좋은 걸까. 기다리면 정말 만날 수 있을까. 부활의 ‘네버엔딩스토리’ 가사처럼 그리워하면 만나게 되는 영화같은 일이 일어날까. 정작 애니는 친아빠를 만나지 못했다. 사고나기 전 그토록 그리워하고 보고 싶다 말했던 가족들조차, 많이 기다렸지만 끝내 만나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거기엔 친모인 김혜원(장희진)이 가로 막은 것도 있었다. 결국 수아와 도우도 그리워하지만 만날 수 없는 관계로 끝나는 걸까.
아니다. 여전히 희망은 존재한다. 도우의 딸 애니가 아닌 이번엔 수아의 딸 효은(김환희)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온다. 온다.’하면 온다고. ‘공항가는길’ 4회 초반에 수아가 효은에게 과거에 수영장에서 길을 잃었던 얘기를 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효은은 이사를 와서 다시 한번 길을 잃는다. ‘축구’가 너무 하고 싶어서, 그래서 축구하는 애들을 쫓아가다 길을 잃은 것이다. 하지만 효은은 무서워하지 않았다. 외삼촌이 어떻게든 자신을 찾아올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온다. 온다.’ 그래서 두려움없이 기다릴 수 있었다.
수아는 도우에게 말했다. ‘무섭고 슬프다.’ 남자도 아닌 여자아이인 효은이 축구를 하고 싶은 것처럼 처녀가 아닌 유부녀 수아는 유부남 도우를 계속 만나고 싶은데, 만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슬프다. 만날수록 도우에게 빠져들 것이 무섭다. 그래서 수아는 길을 잃었다. 어떻게 해야할지, 머리하고 가슴이 따로 논다. 공항 가는 길. 오지 않을 사람을 기다린다. 그리워한다. 하지만 모든 게 희망적이지 않다. 그래서 슬퍼한다. 그렇게 같은 ‘기다림’이지만 수아는 효은, 애니와는 상반된 모습을 보여준다.
4회가 끝난 지금, ‘공항가는길’의 결말을 얘기하는 건 사실 의미가 없다. 다만 수아도 절실하게 기다리다 보면, 그리워하다보면, 효은이처럼 기다렸던 사람을 만날 수도 있고, 애니처럼 만나지 못할 수도 있음을 4회는 암시하고 있었다.
사랑하는 이여
오지 않는 너를 기다리며
마침내 나는 너에게 간다
...
너를 기다리는 동안 나는 너에게 가고 있다
황지우 시인의 ‘너를 기다리는 동안’이 계속 머릿속을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