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아이유, 사전제작, 성공적?
29일 이준기-아이유-강하늘 주연의 SBS 새 월화드라마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가 1,2회 연속방송됐다.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는 달그림자가 태양을 검게 물들인 날. 상처 입은 짐승 같은 사내, 4황자 ‘왕소(이준기)’와 21세기 여인 ‘고하진(아이유)’의 영혼이 미끄러져 들어간 고려 소녀 ‘해수(아이유)’가 천 년의 시공간을 초월해 만나 사랑을 나누는 판타지 로맨스 사극이다. 그렇다면 첫방송의 전체적인 느낌은?
간결하고 깔끔하다. 군더더기가 없다. 스토리가 물흐르듯이 자연스럽다. 몰입도가 상당히 높다. 별 다섯개 만점이라면 네 개는 주고 싶은 첫방송이다. 그만큼 사전제작의 장점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원작 ‘보보경심’을 재해석했다는 점에서 드라마의 안정감도 느껴진다. 다음 회에 대한 궁금증, 기대감을 부르기에 모자람이 없다. 그렇다면 어떤 장점들이 부각됐나.
타임슬립드라마는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이전에도 많이 있었다. ‘닥터진’이나 ‘신의’같은. 그런데 이런 타임슬립드라마의 단점은 초반이 너무 어수선했다는 점이다. 왜 주인공이 과거로 타임슬립 됐는가. 초반부터 ‘왜?’에 집중하는. 주인공 스스로가 너무 복잡한 계산을 하면서 시작하다보니, 스토리의 줄기가 분산되는 역효과가 있었다. 그런데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에선 21세기의 고하진이 고려시대 해수의 몸에 들어가면서 가장 먼저 바뀐 환경에 대해, 아주 단순한 답을 내놓는다. ‘살고 싶다.’
바로 낯설고 무섭기까지 한 환경에 놓여졌을 때, 누구라도 가장 원초적인 질문을 던지는 게 정상이다. 바로 ‘생사’에 관한 질문이다. 그것은 거창한 ‘왜?’보다 중요한 것이다. 일단 살고 봐야 ‘왜?’라는 질문도 나중에 해볼 수 있는 것이다. 즉 주변 환경을 살피는 것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해수의 몸에 들어온 고아진처럼 일단 ‘살고 싶다.’, ‘살아야 한다.’가 되는 게 정상이다. 그래서 왕욱(강하늘)이 해수가 된 고하진에게 손을 내밀었을 때, 두려우면서도 붙잡을 수밖에 없었던 고하진의 선택으로 일단락된 타임슬립의 질문은, 다음 스토리를 빠르게 진행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된다. 한마디로 질질 끄는 선택이 아닌, 가장 현실적인 답을 통해 가장 확실하고 빠른 출구를 찾은 셈이다.
타임슬립에 대한 질문이 사라지자, 왕실 황자들 사이에 권력을 두고 팽팽하게 대립하는 구도가 한템포 빠르게 부각된다. 왕소(이준기)가 궁으로 돌아오면서 더욱. 아버지 왕건(조민기)뿐 아니라, 어머니 황후 유시(박지영)에게도 버림받은 황자 왕소. 형제인 다른 황자들도 왕소를 배척한다. 차갑고 거칠지만 누구보다 쓸쓸하고 외로운 남자 왕소. 왕소로 인해 더욱 치열하게 불붙기 시작한 왕위쟁탈전도 자연스럽게 때로는 긴박하게 진행될 수 있었다.
사실 등장하는 황자들이 너무 많아 초반 전개가 우후죽순, 산만해질 것이 가장 우려스러운 부분이었다. 그러나 등장인물에 포커스를 맞추기 보단, 스토리, 바로 왕실의 권력암투에 맞추고 진행하다보니 산만함은 없었다. 이러한 점도 사전제작의 장점이다. 부분이 아닌 전체를 보고 전개함에도 스토리의 맥이 끊기지 않는다. 장면전환이 매끄럽다. 말 그대로 물흐르듯이 자연스럽다.
배우들은 어땠는가. 젊은배우들이 대거 등장해 방영전 불안요소로 지적된 부분이다. 그러나 이준기와 강하늘의 안정감을 필두로 홍종현, 남주혁, 백현 등 젊은 배우들이 적재적소에서 자기 역할에 맞는 연기력을 보여줘 합격점을 줄 만하다. 다만 홍일점 아이유의 연기력에 대해선 호불호가 갈린다. 아이유의 연기력이 기대보다 못하다는 반응이 네티즌사이에서 적잖게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시종일관 눈만 동그랗게 떴다.’, ‘너무 튄다.’는 식의 반응이 생각보다 많았다.
아이유에게 ‘왜 눈을 그렇게 떠?’라고 지적하는 건 사실 다소 억지다. 극중 아이유가 눈을 크게 뜨는 장면이 많이 노출된 건 사실이다. 그러나 놀라고 두려운 반응을 말이 아닌 얼굴로 표현하는데 있어, 눈을 크게 뜨는 것 말고 다른 뭐가 얼마나 있는가. 눈을 게슴츠레 떠야 하나. 그냥 무표정으로 얼어있어야만 하나. 동공연기라도 보여줘야 하나. 아이유의 놀란 눈을 두고 발연기를 운운하는 건 ‘언니 제가 밉죠.’라는 반응을 부를 만하다. 아이유만 너무 튄다는 지적도, 21세기 여자가 고려시대에 왔으니, 당연히 튀는 게 정상아닌가. 극중 고아진의 영혼이 들어간 해수는 튀어야 정상이다. 튀어 보여야 하고, 튀는 말과 행동을 해야 드라마틱한 요소, 에피소드들이 부각될 수 있다. 튀는 연기를 하는 게 맞다. 즉 아이유의 연기가 인상적이다까진 아니어도 도매급으로 평가받을 정도는 아니었다.
개인적으로 드라마를 재밌게 봐서 인지는 몰라도 문제될 만한 요소는 크게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사전제작으로 상당히 깔끔하게 잘 풀어간 초반 전개라고 평할 만하다. 다만 아쉬운 건, 스토리 자체가 익숙하게 다가온다는 점. 전혀 새로운, 신선한 느낌의 드라마는 아니란 점이다. 그럼에도 상업드라마로써 경쟁력이 있다. 재미도 있다. 1,2회 수준의 퀄리티만 보장된다면 기대를 품고 지켜볼 가치가 충분한 드라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