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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싱 박상영 에페 금메달, 우승소감도 인상적이다

바람을가르다 2016. 8. 10. 09:50

 

 

 

 

9-13, 10-14.

결승전 상대는 세계선수권 우승자이자, 세계 랭킹 1위를 꺽고 올라온 세계 랭킹 3위 헝가리의 임레 게자. ‘졌다.’ 많은 이들이 이기기 힘들다고 생각했을 때, 펜싱 에페 박상영 선수는 15-14로 기적같은 역전 우승을 일궈냈다. 그렇게 대한민국 세 번째 금메달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드라마였고, 감동이었다.

 

사실 리우올림픽 에페 경기가 열리기 전까지, 박상영 선수에 대해 알고 있던 국민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박상영 선수는 이제 21살에 불과한 신성, 펜싱대표팀의 막내선수다. 펜싱 에페 세계랭킹도 21위로 메달을 기대하기엔 낮은 순위다. 지난해 십자인대부상으로 재활기간도 길었다. 그래서인지 언론에서도 주목하지 않았다. 펜싱대표팀의 초반 부진이 한몫 거들었던 면도 있었다.

 

 

 

 

 

 

하지만 기대가 사라진 무대에서 사고(?)는 터지기 마련이다. 박상영 선수는 16강전에서 세계 2위 엔리코 가로조(이탈리아)에게 15-12로 승리하면서 조명을 받기 시작했다. 세계 10위 맥스 하인저(스위스)마저 15-4로 완파했을 땐 메달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새벽에 잠을 설치며 박상영 선수를 응원한 국민들에게 금메달로, 그것도 재미와 긴장감으로 범벅된 대역전극, 최고의 드라마로 보답했다. 그리고 이어진 박상영 선수의 우승소감은 금메달 못지 않다. 인상적이다.

 

기자는 물었다. 준비했던 전략이 따로 있었냐고, 경기를 마치고 땀에 흠뻑 젖어있던 박상영 선수는 답했다.

올림픽은 세계인의 축제잖아요. 축제를 즐기려고 했습니다.”

천재는 노력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사람은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결승전 10-14의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도, 박상영 선수는 흔들림이 없었다. 경기를 즐기고 있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하다. 상대적으로 오히려 앞서고 있던 임레 게자선수가 더 긴장한 것처럼 보였다.

 

 

 

 

 

 

이번 리우올림픽은 아직 초반이긴 하나 이변이 속출중이라는 보도를 많이 접한다. 그것은 대한민국 선수단의 경기력과도 상당부분 연관성이 있다. 효자종목 양궁은 남녀단체전 금메달로 순항중이다. 그러나 나머지 종목이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 형국이다.

 

디펜딩챔피언 진종오, 김장미 등이 출전한 사격에선 메달 소식을 접하지 못했다. 유도는 충격적이다. 세계랭킹 1위에 김원진, 안바울, 안창림이 출전했지만, 안바울만이 은메달을 획득했고, 여자부에서도 가장 유력한 금메달 후보 세계랭킹 2위의 김잔디 선수가 조기탈락했다. 여기에 지난 런던올림픽에서 금2, 1, 3개나 획득한 떠오르는 효자종목 펜싱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특히 사브르 개인전에 출전한 런던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미녀검객 김지연마저 16강을 넘지 못했다.

 

 

 

 

 

 

세계랭킹 1위도, 디펜딩챔피언도 메달이 쉽지 않은 게 올림픽이다. 랭킹은 참고 사항일 뿐이다. 사실 랭킹보다 중요한 건 올림픽 당일의 컨디션이기 때문이다. 압도적인 기량을 갖춰 금메달이 확실시되는 선수도 있지만, 올림픽에 출전한 선수들의 기량 차가 실질적으로 크지 않다고 볼 때, 당일의 컨디션은 매우 중요하다. 연습량이 아무리 많아도 경기력으로 고스란히 나타나지 않는 건 이와 무관하지 않다.

 

랭킹이 높을수록 선수가 받게 되는 부담감도 변수다. 메달을 반드시 따야 한다는 일종의 책임감, 부담이 따르면 경기력에 독이 된다. 그래서 네티즌들이 언론에 대해 쓴소리를 늘어놓는 것이다. 경기가 시작하기도 전에 금메달 등을 운운하며 선수에게 부담을 주지 말라고. 그런데 언론이 주목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유력한 메달 후보에 대한 정보를 국민에게 알리는 것도 언론의 역할이 아니던가. 국민의 관심사이기도 하고 말이다. 즉 유력한 메달후보라면 받을 수밖에 없는 스포트라이트고, 선수 본인이 극복해야 할 부담이 된다.

 

 

 

 

 

 


그래서 펜싱 에페 금메달리스트 박상영선수의 우승소감을 곱씹을 필요가 있다
. 올림픽이란 세계인의 축제를 즐기러 왔다는 말. 단순하고 명쾌하다. 긴장과 부담감을 극복하기엔 더없이 좋은 마인드다. 그것이 선수에게만 해당되는 것도 아니다. 지켜보는 국민에게도 해당된다. 때때로 경기결과에 대해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결과에 따라 선수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도 서슴지 않는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올림픽에선 세계랭킹 1위 유도 안창림, 김원진 선수가 메달을 못딸 수도 있고, 세계랭킹 21위라서 예상못했던 금메달 펜싱 박상영 선수도 나올 수 있다. 지난대회 챔피언이 이번 대회에선 주저앉을 수도 있다. 그것이 이변인지도 잘 모르겠다. 매 대회 있어왔던, 지극히 일반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선수들이 메달에 대한 부담을 좀 덜 가졌으면 한다. 대신 박상영 선수의 말처럼 경기를 좀 더 즐겼으면 한다. 국민들도 마찬가지다. 경기 결과를 떠나 올림픽을 즐기는 거야 말로, 선수들을 위한 최고의 응원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