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및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 김우빈, 반전의 카드는?

바람을가르다 2016. 7. 25. 11:25

 

 

 

수목드라마 경쟁구도가 흥미롭다. 이종석-한효주 주연의 W(더블유)가 새롭게 가세했기 때문이다. 시청률면에선 함부로 애틋하게가 앞서고 있으나 W(더블유)와의 차이가 불과 2%내로 크지 않다. 또한 W(더블유) 1,2회에 대한 언론과 네티즌의 호평이 줄을 잇는 상황이고, 1회보다 2회에 대한 반응도 시청률도 좋았다는 게 고무적이다. 순항하던 함부로 애틋하게로선 암초(?)를 만난 격이다. 동시간대 시청률 1위 수성도 결코 쉽지만은 않은 형국이다.

함부로 애틋하게로선 첫 번째 위기다. W(더블유)가 시작하기 전, ‘함부로 애틋하게가 치고 나갈, 독주 체제를 공고히 할 기회가 있었다. 같은 사전제작 드라마 태양의 후예만큼은 아니어도 말이다. 그러나 시청률이 탄력받아야 할 시점에 오히려 정체 혹은 하락세였다. 그것을 단순히 올드하다’, ‘진부하다는 평가만으로 설명할 순 없다. 이경희 작가의 작품들은 늘 그런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했으니까. 그럼에도 시청자를 끌어당기는 힘이 있어 극복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 함부로 애틋하게는 좀 다르다. 비판적인 시선을 뒤집을 만한 요소가 잘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여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바로 드라마의 개연성이고 재미다. 대표적으로 멜로드라마를 힘있게 끌어가야 할, 시청자를 쥐락펴락할 남자주인공 신준영(김우빈)이 가지는 설득력이고 존재감이 그렇다. 그가 보여줘야 할 절박함이 현재로선 아쉽다.

드라마 주인공에게 시한부인생만큼 절박한 설정은 없다. 이미 죽음이 예고된 상황이다. 그렇다면 주인공은 죽기 전까지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 시청자에게 반드시 보여줘야 한다. 아프기때문에, 시간이 없기 때문에, 이런저런 난관이 많아서 힘들겠지만 보여줘야 한다. 그 과정에서 번번이 실패를 거듭하며 안타까움을 자아내겠지만, 보여줘야 한다. 기대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6회가 끝난 지금 함부로 애틋하게의 신준영이 시청자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은?

 

 

 

시한부설정이라고 초반부터 환자행세하면 드라마가 아니라 휴먼다큐 사랑이 된다. 20부작인 함부로 애틋하게에서 6회까지 보여준 거칠고 목소리 크고 다크서클없는 건강한 신준영은 이상할 게 없다. 대신 무언가를 절박하게, 치열하게 추구하는 남자주인공의 모습이 그려져야 한다. 그것이 매력적이어야 시청의 몰입도, 연속성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까지 신준영은 보여 준 절박한 무언가는 노을(수지)에 대한 거칠고 일방적인 사랑이었다.

함부로 애틋하게의 가장 큰 아쉬움이다. 신준영에게 남은 시간이 그의 말대로 3개월이라면, 지금 그가 가장 해야 할 일이 사랑인가. 그것도 죽고 못살았던 여자와의 사랑이 아니라, 학창시절에 만나 사랑이든 연민이든 좋은 감정을 가졌지만 헤어진 지 오래된 옛친구같은 여자와 말이다. 죽기 전에 다시 만나 신준영 말처럼 겁나 진한 사랑을 3개월하고 죽는 게 인생의 마지막 퍼즐이라면 얼마나 시청자에게 매력있는, 설득력있는 주인공으로 받아들여질까.

 

 

 

이경희작가의 전작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 차무혁(소지섭)은 신준영(김우빈)처럼 시한부인생이었다. 머리에 총알이 박혀 3개월가량 남은. 그런데 차무혁은 신준영과 달리, 인생의 마지막을 어머니 오들희(이혜영)에 대한 복수로 채우려 했다. 차무혁은 어머니를 가장 고통받게 하는 길을 찾는다. 그 과정에서 송은채(임수정)를 만나고, 원한 건 아니었지만 어쩔 수 없는, 운명같은 사랑을 한다. 결국 자신의 죽음으로 홀로 남을 상대에게 아픔만 남겨주는 일이라, ‘미안하다 사랑한다가 돼버리는.

미안하다 사랑한다가 완성되는, 관통하는 길목에 차무혁의 시한부설정이 있다. 어머니 오들희에 대한 복수를 위해, 어머니의 양아들인 최윤(정경호)의 심장이식을 위해서도 차무혁의 시한부설정은 독하지만 극의 재미와 감동을 극대화시키는 장치로 훌륭했다. 즉 필요성의 문제다. 왜 주인공에게 시한부라는 설정을 넣었는가. 여기서 함틋의 신준영은 설득력이 약화된다.

 

 

 

오히려 시한부 설정이 사랑이란 주제를 극대화시키는 데 혼란을 주고 있다. 죽기 전에 예전 여자사람친구(?)를 찾아, 사랑이란 감정을 되찾으려는 것 자체가 신준영의 욕심, 이기심처럼 읽힐 수도 있다. 그래서 극중 신준영조차 오락가락한다. 사랑을 시작해야 하는지, 멈춰야 하는지 말이다. 여자주인공에게 화를 냈다가 웃었다가, 남보다 못하게 굴었다가 로맨틱한 이벤트도 했다가. 변덕스런 행보를 보여 남자주인공으로서 매력을 확장시키는 데 한계를 보였다.

신준영이 한가롭기 때문도 있다. 노을과의 할까말까사랑빼고는 딱히 진행중인 절박한 사건이 없다. ‘미사차무혁이 송은채와의 사랑뿐 아니라, 어머니에 대한 증오를 바탕으로 최윤에 대한 미움과 복수의 실행으로 바쁜 남자였다면, 개밥주는 남자 함틋신준영은 시한부인생이라곤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한가롭고 여유가 넘친다. 나쁜 남자도 착한 남자도 아닌, 역대급 한가한 남자. 복수할 대상도 없고, 성취해야 할 목표도 보이지 않는다. 사랑은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처럼 보이고.

 

 

 

신준영에게 절박한 사건이 없다면 여자주인공 노을(수지)에게라도 있어야 하는데, 이것 또한 불충분하다. ‘착한남자여자주인공 서은기(문채원)는 아버지를 잃고, 자신은 교통사고로 기억상실증에 걸린다. 사방이 적뿐이고, 정신연령은 초등학생수준으로 떨어진 위기의 서은기에게 남자주인공 강마루(송중기)의 존재가 필요한 이유다. 같은 교통사고를 당하고, 칼에 찔리기도 한 강마루가 살았으면 하는, 시청자에겐 반드시 살아야 하는 이유.

함부로 애틋하게에서 신준영도, 노을도 6회가 지났지만 절박함이 없는, 애틋하면 좋겠는데 한가롭게 보이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오히려 아버지 최현준(유오성)때문에 노을의 사랑을 받아주지 못하고 아파하는 최지태(임주환)가 설득력이 느껴진다. 시도때도 없이 사랑타령하는 시한부 신준영보다 사랑한다고 말도 못하는 키다리아저씨 최지태가 불쌍할 지경이다. 환자가 바뀐 것 같은 인상마저 준다.

 

 

함부로 애틋하게의 신준영(김우빈)에게 필요한 건 노을(수지)만이 아니다. 시한부선고를 받았지만, 신준영이 살고 싶은, 살아야하는 원동력, 이유들이다. 그 이유를 오직 노을에 한정짓고, 14회나 남은 시점에서 할까말까 사랑과 병마의 고통만으로 끌고 간다면 과연 시청자를 붙잡을 수 있을까. 미니시리즈 남자주인공이라면 사랑말고도 보여줘야 한다. 절박하고 치열한 모습을. 그렇지 못하면 시한부라는 설정은 신준영이란 캐릭터의 발전, 역동성을 훼방할 뿐이다. 드라마는 올드하고 식상한 스토리를 쫓을 수밖에 없다. 과연 함틋신준영에게 준비된 반전의 카드는 있는가. 노을과 최지태외에 윤정은(임주은), 최현준(유오성), 이은수(정선경) 등 주변인물들이 좀 더 극안으로, 신준영안으로 들어올 시점인 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