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및 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 위기의 실체는?

바람을가르다 2016. 7. 14. 13:15

 

 

 

남자주인공 신준영(김우빈)이 여자주인공 노을(수지)에게 연락했다. 나를 귀찮게 하는 여자가 있으니 빨리 와달라고. 빨리 와서 내 여자친구 행세 좀 해달라고. 아니, 해달라고가 아니라 해야 한다고. 너와 나는 계약연애관계이니까 당연히 해야 한다고. ‘계약연애말만 들어도 유치찬란하다. 드라마니까 있을 법한 설정이긴해도 낯간지럽다. ‘계약연애아니랄까봐 계약 커플 연기도 참 오글거리게 한다.

아무튼 계약연애의 힘(?)으로 막무가내로 들이대는 김흥국같은 여자를 물리친 신준영과 노을. 이번엔 노을의 무릎에 신준영이 무작정 눕는다. 10분만 자겠다면서. 을의 입장인 노을은 이번에도 갑인 준영의 행동에 반항할 수 없다. 오히려 싫지만은 않은 느낌? 참 좋은 시절 같아 보였으니까. 다만 시청하는 입장에선 마냥 좋을 수만도 없다. ‘계약연애라는 설정도, 관련 에피소드도 오글 더하기 식상했기 때문에.

 

 

 

수목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3회가 전반적으로 그랬다. 새로운, 신선한 한 컷을 찾기가 힘든. 그나마 선방했다고 말할 수 있는 건 마지막 10분이다. 국회의원 선거에 나간 최현준(유오성)의 실체가 담긴 테잎을 방송국에 제보하려는 노을. 그러나 테잎이 담긴 가방을 낚아채고 달아난 남자가 있었으니 신준영. 그 남자가 신준영인지도 모르고 쫓아가다가 교통사고로 생사를 오가게 된 노을. 자신의 잘못을 그제서야 깨달은 신준영. 을이만 살려주시면 내게 주어진 행복도, 삶도 포기하겠다는 준영의 계약같은 독백. 마치 악마와 계약한 듯한. 실제 노을이 살고 준영이 시한부선고를 받았으니. (그러고보니 신준영은 참 계약을 좋아하는 것 같다.)

자신의 아버지를 지키려다, 자신이 사랑하게 된 여자의 목숨을 위태롭게 만든 남자주인공 신준영. 덕분에 신선한, 충격적인 10분이 될 수도 있었다. 이경희 작가의 작품만 아니었다면 더욱. 그러나 남자주인공의 가족 혹은 연인과 결부된 사건이 터지고, 때문에 남자주인공이 여자주인공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는 초반 과정은 이경희작가의 작품에선 우연이 아닌 필연에 가깝다. 드라마틱한 설정이고 과정이었지만 전작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작가도 보여 아쉬움을 남겼다. 향후 전개가 대강 읽혀지기 때문이다. 한편으론 전작들과 비교하는 재미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함부로 애틋하게’ 3회 시청률이 다소 하락했다. 하지만 여전히 두자릿수 시청률이고 동시간대 1위다. 우려스러운 건 탄력을 받지 못한 것이다. 더군다나 다음 주부터 운빨로맨스의 후속작 ‘W(더블유)’가 방송된다. 이종석-한효주 주연의 ‘W(더블유)’는 같은 공간 다른 차원을 교차하는 사건의 중심에 선 냉철한 천재에 벤처 재벌 강철(이종석)과 활달하고 정 많은 외과의사 오연주(한효주)가 펼치는 로맨틱 서스펜스 멜로드라마다.

함부로 애틋하게원티드가 장르에서 다르듯이, ‘함부로 애틋하게‘W(더블유)’도 다르다. 함부로 애틋하게가 시청률면에서 급격하게 흔들릴 것이라고 생각되진 않는다. 그러나 동시간대 시청률 1위 수성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언뜻 기욤뮈소의 소설 종이여자를 연상시키는 ‘W(더블유)’가 소재나 내용면에서 좀 더 참신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계절의 특수성도 무시할 수 없다. 지금은 한 여름이다. 그런데 사전제작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는 여전히 겨울이다. 계절적 배경, 화면에서 오는 괴리감도 무시할 수 없다. 차라리 멜로가 강세인 늦가을이나 초겨울에 방영했다면, 드라마가 아무리 진부해도 좀 더 높은 경쟁력을 유지했을 거란 생각도 든다. 여름엔 따뜻하고 절절하고 애틋한 사랑보단, 시원하고 통통튀는 유쾌한 어드벤처, 로맨틱코미디가 상대적으로 잘 먹히기 때문이다.

분명 함부로 애틋하게에 대한 수요가 있다. 3회에 불과하나 여전히 준수한 시청률이 말을 한다. 또한 스토리가 아무리 올드하고 진부해도 시청자가 호응하는 드라마라면 문제되지 않는다. 함부로 위기를 말할 수 없다. 다만 경쟁작이 운이 다한 운빨로맨스가 아닌 ‘W(더블유)’일 때가 문제다. 방영 전엔 함부로 애틋하게태양의 후예를 잇는 대박 작품이 될 것이라며 기대가 많았다. 하지만 현재 그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시청률에서도, 내용면에서도. 그래서 주인공인 신준영-노을 뿐 아니라, 드라마도 위기의 썸을 타고 있다. 그리고 그 위기의 실체, 결정적 키는 내부적으로는 전작을 부수고 나아가야 할 이경희 작가가, 외부적으로는 다음 주부터 가세하는 ‘W(더블유)’가 쥐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