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로 애틋하게, 수지는 불안요소가 아니었다?
김우빈-수지 주연 새 수목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의 출발이 좋다. 1회에 이어 2회에서도 시청률 12.5%를 기록하며, 한 자릿수에 머문 ‘운빨로맨스’와 ‘원티드’를 따돌리고 수목드라마 경쟁에서 확실한 우위를 선점했다. 그러나 초반에 나타난 시청률과는 별개로, 내용적인 면에서 ‘함부로 애틋하게’를 바라보는 시청자의 시선은 엇갈린다. 그렇다면 도대체 어떤 점이?
‘함부로 애틋하게’가 방영 전부터 화제가 됐던 건 김우빈-수지 두 청춘스타를 앞세운 스타마케팅에서 비롯됐지만, ‘미안하다 사랑한다’, ‘상두야 학교가자’,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남자’ 등을 히트시킨 이경희 작가의 작품이란 점도 무시할 수 없었다. ‘태양의 후예’ 김은숙이나 ‘별에서 온 그대’의 박지은 등, 스타작가에 대한 대중의 인식, 관심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라 더욱. 그렇게 김우빈-수지 이상으로 ‘함부로 애틋하게’의 마케팅에서 있어 자의든 타의든 이경희 작가는 한축을 담당했다.
드라마 홍보에서는 분명 성공이다. 첫방송부터 화제가 됐고 시청률에서도 동시간대 1위를 마크했으니 말이다. 문제는 홍보가 잘된 만큼 시청자도 준비를 한다는 사실이다. 특히 작가가 이경희라는 사실을 알고 ‘함부로 애틋하게’를 본 시청자의 1,2회에 대한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더 떨어졌다. 신선하다는 반응보단 올드하다, 식상하다 등의 평가가 적잖았고, 이에 편승한 기사들도 쏟아졌다.
이경희 작가의 드라마하면 떠오르는 대표키워드가 톱스타, 불치병이다. ‘함부로 애틋하게’ 신준영(김우빈)만 톱스타에 시한부인생이 아니었다.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차무혁(소지섭)도 그랬다. 주인공이 아프지 않으면 자식이나 형제가 죽을 병에 걸렸다. ‘상두야 학교가자’에선 차상두(정지훈)의 딸이, ‘고맙습니다’에선 이영신(공효진)의 딸이 그랬다. 주인공 혹은 주인공과 밀접한 인물들이 생사를 넘나들고, 그것이 극의 긴장감을 높이는 촉매가 됐다.
또한 이경희 작가의 남자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부모의 사랑에 목마르다. 오해였지만, 아무튼 어머니에게 버려진(?) ‘미사’의 차무혁을 비롯해, ‘착한남자’의 강마루(송중기), 부모가 교통사고 죽은 ‘상두야 학교가자’ 차상두, 역시 사고로 부모를 잃은 ‘이 죽일놈의 사랑’의 강복구 등이 그렇다. 그래서 아버지(유오성)를 아버지라 부르긴 커녕, 자신의 존재조차 제대로 밝히지 못한 채 돌아서야 하는 ‘함부로 애틋하게’의 신준영이 낯설지 않은 것이다.
남자주인공이 처한 가정환경과 성장과정은 이경희 작가가 그리는 캐릭터의 출발이다. 표현하는 방법이 서툴다. 충동적이다. 거칠고 위태롭다. 쓸쓸하고 안타깝다. 채워지지 않은 불완전함이 지배한다. 그리고 남자주인공의 거친 부분을 보듬어 주고 부족한, 제대로 받지 못했던 ‘사랑’을 채워줄 여자주인공이 만들어진다.
‘함부로 애틋하게’ 2회 속 노을(수지)의 캐릭터에서 알 수 있는 건 오지랖이 태평양이란 사실이다. 어디서 본 듯하다.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송은채(임수정)가 그렇다. 여주인공의 주체할 수 없는 오지랖, 그것은 넘쳐나는 ‘사랑’과 맞닿아 있다. 이경희 작가의 여주인공들은 대체로 오지랖도 넓고 그만큼 정도 많다. 거칠지만 외로운 남자주인공을 포용할 수 있다, 부족한 사랑을 채워줄 수 있다.
그렇다. 새수목드라마 ‘함부로 애틋하다’가 높은 관심,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진부하다’, ‘올드하다’는 평가가 뒤따르는 건, 바로 이경희 작가의 전작들과 맞물렸기 때문이다. ‘함틋’은 작가의 전작들을 연상시키는 캐릭터들로 짜여졌다. 특히 ‘미안하다 사랑한다’와 상당부분 닮은 인상을 준다. 시한부인생을 사는 ‘함틋’의 신준영을 지독한 상황으로 몰아 넣을수록 ‘미사’의 차무혁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노을도 마찬가지다. 신준영이 죽어가는 줄도 모르고 눈앞에서 모진 말을 쏟아낼수록 송은채를 벗어날 수 없다. ‘함부로 애틋하게’의 딜레마다.
드라마가 시작하기 전, 많은 이들은 수지의 연기력, 캐릭터 소화력을 불안요소로 꼽았다. 그러나 정작 수지의 연기력은 쟁점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수지이기 때문에 ‘미사’의 임수정이나 ‘상두’의 공효진이 연상되지 않는 효과를 낳았다. 문제는 노을이란 캐릭터가 송은채를 벗고 신준영은 차무혁을 지워낼 수 있느냐는 점이다. 즉 ‘함부로 애틋하게’의 불안요소는 오히려 이경희 작가의 전작들에 있다.
새수목드라마 ‘함부로 애틋하게’는 순항을 예고했다. 그러나 시청률과 화제성에서 탄력을 받을 수 있을까는 속단할 수 없다. 물론 김우빈과 수지의 캐스팅, 그리고 드러난 연기력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다만 이경희작가가 전작들과 얼마나 차별화된 재미를 준비했는가. 3,4회가 궁금해졌다. 시청자가 격하게 호응할 수도, 냉정하게 리모컨을 집을 수도 있는 실질적인 갈림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