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연예

런닝맨에서 라디오스타까지, 이경규의 거침없는 행보, 왜?

바람을가르다 2016. 6. 29. 14:33

 

 

올 초 무한도전에서 예능총회가 방송됐다. 여기엔 유재석-박명수 등 무도멤버 외에 게스트로 김구라-김성주-윤종신-서장훈-윤정수-김숙 등 지난 해 예능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펼친 이들이 대거 출연했다. 그리고 예능총회란 주제에 가장 어울리는 게스트의 방점은 예능계의 대부로 불리는 이경규가 찍었다 

무도 예능총회에서 이경규의 입담은 단연 돋보였다. 군계일학이란 표현이 딱 어울릴 정도. 박명수와 주고받은 호통개그와 리액션을 비롯해, ‘응답하라 이경규!’, ‘일밤을 15년하고도 짤렸다.’ 등 이경규의 한마디 한마디는 시청자에게 핵폭탄급 웃음을 안겨주었다. 방송직후 그의 활약상을 지켜본 많은 네티즌이 이경규를 가리켜 역시 갓경규는 클래스가 다르다며 극찬을 마다하지 않았다 

 

 

무도총회에서 이경규의 눈부신 활약상을 옆에서 지켜 본 김구라는 제안했다. 본인이 진행하는 프로그램보다 게스트로 출연했을 때 이경규 선배의 입담은 최고다라면서, 2016년엔 MC보단 패널중심으로 활동하는 게 어떻겠냐고, 그렇게 농담반 진담반의 제안을 했었다. 방송에서 이경규는 김구라의 제안을 흔쾌히 수락하는 듯한 멘트를 남겼지만, 실제 이경규가 MC가 아닌 패널의 포지션에서 방송을 할지는 미지수였다 

상반기 이경규의 활동을 지켜보면 김구라가 제안한 패널로의 변신에 대해 어느 정도는 응답한 모습을 보여준 것도 사실이다. 그 좋은 예가 마이 리틀 텔레비전에 출연이다. 마리텔은 메인MC가 따로 필요없는, 본인의 콘텐츠로 시청자에게 어필하는 1인 인터넷 생방송프로그램이다. 그리고 프로그램 특성상 출연진의 물갈이는 잦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타인을 섭외해 본인의 콘텐츠를 다변화시키는 김구라외에는 마리텔에 사실상 고정출연자가 없다 

 

 

이경규가 고정이 아닌, 반고정에 가까운 프로그램 마리텔에 선뜻 출연을 결심한 것도 의외였지만, 그의 방송이 매번 기대이상의 화제를 불렀고 안정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던 건 큰 수확이다. 낚시방송, 애견방송, 몰래카메라 등 다양한 본인의 콘텐츠를 킹경규스럽게 보여주면서 예능인으로서 여전히 높은 경쟁력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최근엔 더욱 인상적이다. 지난 주말엔 신동엽이 진행하는 ‘SNL코리아7’에 게스트로 출연해 ‘3분 아빠’, ‘복수혈전2’ 등 입담이 아닌 콩트연기를 선보였다. 콩트연기가 능숙한 신동엽에 비해 이경규의 연기가 상대적으로 다소 어색했던 건 사실이지만, 정성호, 유세윤, 이세영 등 후배들과 함께 오랜만에 콩트연기에 참여하고 도전했던 이경규의 모습은 박수가 아깝지 않다 

 

 

일요일은 좋다 런닝맨에서는 김준현, 조세호, 이수민, 김동현 등과 예능 어벤져스 팀으로 출연해, 유재석의 런닝맨 팀과 한판 승부를 겨뤘다. 런닝맨에서도 이경규는 입담은 여전했다. 후배들과의 조화도 빛났다. 그러나 더 눈에 띈 건 그의 체력이었다. 이경규는 런닝맨에서 정말 많이 뛰었다. 특히 이름표떼기를 할 때에는 처절하지만 용감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치열하게 버틸 줄 아는 체력을 보여줬다. 그렇게 게스트로 나왔지만 마치 자기 프로그램인양, 이경규는 재미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인상을 남겼다 

이경규의 거침없는 행보는 라디오스타에서도 이어진다. 이경규의 규라인하면 떠오르는 이윤석과 윤형빈에, ‘예림이네 만물트럭을 함께한 유재환, 이경규가 제작한 영화에 출연한 배우 한철우가 새로운 규라인으로 합세해 라스의 윤종신, 김구라 등과 철저하게 웃기는 토크쇼의 진수를 보여줄 예정이라 기대감을 높인다. 

 

 

왜 이경규는 예능계에 살아있는 레전드로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가. 그 해답을 최근 이경규의 활약상을 통해 읽을 수 있다. 프로그램 MC로 진행을 도맡을 때 보여주지 못한 본인의 강점을, 종종 게스트로 출연해 부각시킬 줄 안다. 예를 들어 SNL에선 짜여진 콩트, 런닝맨에선 젊은이들 못지않은 체력, 라디오스타에선 그의 전매특허라 할 수 있는 번뜩이는 입담을 보여준다. ‘게스트이경규의 다양한 강점들이 ‘MC’ 이경규가 주는 단편적이거나 식상할 수 있는 모습들을 벗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새삼스럽지 않다. 예전에도 이경규는 틈만나면 게스트로 출연을 자처했으니 말이다. 단지 그 횟수가 올해는 무도 예능총회 여파(?)때문인지 몰라도 좀 많아진 건 사실이다. 하지만 롱런하는 예능인에게 어느 정도 필요한 과정이다. 유재석이나 강호동, 신동엽 같은 MC들에게도. 늘 해오던 진행자의 입장이 아닌, ‘게스트의 입장과 역할이 주어졌을 때 보여줄 수 있는 건 이경규처럼 또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유재석이나 강호동 등이 간혹 게스트로 활약한다면 시청자에게 기대감은 물론 충분히 색다른 재미가 될 수 있다. 

 

 

상반기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이경규는 그렇게 올 초 무한도전 예능총회를 떠올리게 만든다. 그러나 그동안 이경규를 관심있게 지켜본 시청자는 안다. 이경규의 최근 행보는 사실 해마다 있어 왔다는 것을. 여유가 있을 때 게스트로 출연했었고, 출연했을 때, ‘이경규란 브랜드의 강점을, 존재감을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대중에게 전달해 왔음을. 그런 이경규를 보면서 생각한다. MC가 아닌 게스트 강호동, 유재석은 어떤 새로운, 유쾌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