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연예

판타스틱듀오 이선희도 극복하기 힘든 복면가왕의 힘?

바람을가르다 2016. 6. 20. 13:04

 

MBC는 예능을 참 잘 만든다. 늘 새로운 예능을 선보이며 국내 예능을 선도하는 중심에 있다. 대표적으로 일밤이 그렇다. ‘일밤은 콩트코미디가 대세였던 시절, MC주병진과 이경규를 앞세워 버라이어티코미디로 승부를 건다. 그리고 통했다. 콩트코미디는 이후 점점 쇠퇴의 길을 걸었고, 버라이어티는 현재까지도 대세로 자리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일밤의 힘은 더욱 놀랍다. 이경규의 몰래카메라는 이젠 어떤 리얼예능도 즐겨쓰는 아이템이 됐다. 이경규의 양심냉장고’, 신동엽의 러브하우스등은 한동안 지상파가 공익예능에 올인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건강보감같은 웰빙예능은 물론, 캐릭터예능 대단한도전’, 육아예능 ‘GOD의 육아일기’, 월드컵 이경규가 간다MBC ‘일밤의 예능은 늘 새로움을 추구한, 참신한 예능으로 시청자에게 다가갔다. 때문에 타지상파방송은 뒤늦게 아류작을 내놓고 경쟁하는 구도가 자주 형성되곤 했다.

 

 

현재 일요일예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일밤 나는 가수다가 성공을 거둔 후, ‘슈퍼스타K’와 같은 아마추어 일반인의 오디션예능이 아닌, 프로 가수들의 경연예능이 줄줄이 이어졌다. 그리고 현재도 MBC 일밤의 복면가왕SBS 일요일은 좋다의 판타스틱 듀오가 같은 장르인 음악예능으로 일요일 저녁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그러나 시청률면에선 복면가왕판타스틱듀오3배 가까운 격차로 앞서고 있다. 그렇다면 같은 음악예능, 경연예능에도 불구하고 두 프로그램은 왜 이렇게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걸까.

우선 복면가왕의 선점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방송을 시작한 지 1년을 넘긴 인기프로그램 복면가왕, 두 달 남짓 방송된 신설프로그램 판타스틱듀오가 단시간에 시청률로 따라잡는 건 말처럼 쉽지 않다. 특히나 같은 음악예능이기 때문에 더욱. 굳이 꾸준히 보던 프로그램 대신 채널을 돌려 같은 장르의 음악예능을 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장시간 보아오며 쌓인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물론 예외도 있다. 같은 육아예능이었던 일밤의 아빠, 어디가를 후발주자였던 해피선데이 슈퍼맨이 돌아왔다가 따라잡고, 심지어 시청률에서 앞서 나갔다. 결국 아빠 어디가는 폐지되고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여전히 인기리에 방송중이다. 그것이 현 시점에서 판타스틱듀오의 성패를 속단하기엔 다소 이르다는 관측을 낳게 한다.

분명 화제성에서는 판타스틱듀오복면가왕에 생각만큼 크게 밀린다고 볼 수 없다. 특히 신이 내린 가창력의 소유자 이선희의 존재감은 판타스틱듀오의 든든한 버팀목이다. 이선희는 일반인 김예진과 함께 판듀를 이뤄 5연승으로 명예졸업하기 전까지, 그녀의 히트곡 나 항상 그대를’, ‘추억의 책장을 넘기며’, ‘아름다운 강산등을 선보였고, 아마추어와 듀엣을 이뤄도 소름돋는, 최고의 무대를 선물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

 

 

제작진입장에서도 아빠 어디가를 이길 수 있었던 기폭제 슈퍼맨이 돌아왔다송일국의 세쌍둥이 삼둥이효과를 내심 이선희에게 기대케 할 정도로, ‘판타스틱듀오에서 이선희는 단연 돋보이는 최고그 자체였다. 여기에 김수희. 신승훈 윤민수, 장혜진, 조성모 등 나는 가수다이상의 라인업을 구성하고, 젝스키스, 엑소 등 신구아이돌까지 출연시키는 막강한 섭외능력을 보여줬다. 출연진만 놓고 보면 판타스틱듀오복면가왕보다 화려할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타스틱듀오복면가왕을 이기기 버거운, 극복하기 힘든 요소들이 있다. ‘가왕’, ‘끝판왕을 뽑는 과정이 그렇다. 대한민국에 노래를 잘 하는 가수는 많다. 노래를 잘하는 가수는 복면가왕이나 판타스틱듀오같은 예능뿐 아니라 교양으로 분류되는 열린음악회에서도 볼 수 있다. 예능복면가왕이나 판타스틱듀오는 가수를 소개하고 소개받은 가수가 노래하면 끝나는 열린음악회와 달리, 가수가 무대에 서기까지 그 과정에서 재미를 줄 수 있어야 한다. 예능답게 긴장감도 주어야 하고, 기대감도 주어야 한다. 여기에 반전까지 줄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바로 복면가왕엔 있고 판타스틱듀오엔 없거나 약한 부분들이다. ‘복면가왕복면을 쓰고 가수든, 배우든, 개그맨이든 연예인이 무대에 서기 때문에, 복면 속 가수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 그 점이 시청자로 하여금 기대감을 낳는다. ‘이번에 과연 누가 등장할 것인가이어 맞추는, 추리하는 재미가 곁들어진다. ‘복면 속 가수는 누구일까혹은 누구일 것이다그리고 누가 이길 것인가란 적당한 긴장감으로 마무리된다. 전혀 예상못했던 인물이 복면을 벗을 땐, 특히 아이돌이나 가수외에 직업을 가진 연예인이 얼굴을 드러낼 땐 반전의 재미까지 추가된다.

이렇듯 복면가왕엔 예능이 줄 수 있는 과정의 재미가 농축돼있다. 이에 비해 판타스틱 듀오는 판듀를 뽑거나 가왕을 뽑는 과정에서의 재미가 떨어진다. 심지어 이번에도 우승은 이선희-김예진란 생각을 무의식적으로 품고 보다보니, 긴장감이 약해지는 건 당연하다. 이선희와 그녀의 판듀가 아무리 역대급 무대, ‘복면가왕보다 나은, 소름돋게 만드는 최고의 무대를 보여줘도, 그것은 5분 내외에 끝날 뿐, 5분이 아닌 50분을 견디게 만드는 예능다운 과정의 재미는 제작진이 풀어야 할 숙제다.

그밖에도 판타스틱듀오가 일반인과 함께 하기 때문에 이벤트 성격이 강한 반면, 출연한 가수에 대한 명성이 아닌, 편견없이 오직 무대만 보고 공정한 평가를 할 수 있는 진검승부 복면가왕의 성격도 무시할 수 없다. 판타스틱듀오 듀엣가요제와 단순히 닮은 꼴 프로그램이기 때문이 아니다. 과정에서 시청자에게 어떤 특별한, 차별화된 재미를 줄 수 있는가. 그것은 음악예능 뿐 아니라, 모든 예능이 시청자에게 내놓기 전부터 고민하고 준비해야할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