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먹는 소녀들, 생방송을 통해 드러난 문제점
‘냉장고를 부탁해’, ‘히든 싱어’, ‘크라임 씬’ 등 차별성을 부각하는, 신선한 예능으로 주목받는 JTBC가 새로운 예능프로그램을 내놓았다. 바로 걸그룹을 앞세운 먹방, ‘잘 먹는 소녀들’이다. 7월 방송 예정인 '잘 먹는 소녀들'은 어제 15일 인터넷생중계를 통해 그 첫걸음을 시작했다. 그러나 생방송을 지켜 본 많은 네티즌들이 호평보단 혹평을 쏟아냈고, 방송은 시작부터 폐지 여론에 시달리고 있다. 도대체 '잘 먹는 소녀들'의 무엇이 네티즌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었을까.
잘 먹는 소녀들, 생방송을 통해 드러난 문제점
인터넷 생중계로 방송된 '잘 먹는 소녀들'은 김숙-조세호-양세형이 MC를, 김흥국, 민경훈, 홍석천 등이 패널로 참여했다. 그리고 먹방대결은 자장면, 탕수육의 트와이스 다현과 국물닭발 에이핑크 남주의 대결을 필두로, 오마이걸 지호와 IOI 강미나, 트와이스 쯔위와 레드벨벳 슬기, 나인뮤지스 경리와 시크릿 전효성의 대결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위의 먹방대결에서 승리한 남주와 지호, 쯔위와 경리의 4강전이 펼쳐졌고, 결승전은 비공개로 치러졌다. 결승전에 오른 멤버와 결승전의 결과는 본방송에서 확인하라는 MC들의 말과 함께 3시간이 넘게 걸린 인터넷 먹방 생방송은 그렇게 마무리됐다.
‘재미없다, 지루하다’는 평가는 어쩌면 필연이다. 아무리 예능이지만 방송을, 그것도 먹방을 3시간이 넘게 지켜본다는 건 곤욕이다. 물론 생방송의 특성상 편집이 전혀 안 된 상태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1시간 양질의 본방송을 위해선 3시간의 촬영은 피할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터넷생중계와 실시간 문자투표로 먹방대결의 승자를 가리는 현재의 시스템으론 인터넷 생중계의 인기, 관심도는 현격하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지루함을 견딜 수 있는 네티즌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김숙-조세호-양세형 3MC의 미숙한 진행도 한몫 거들었다. 오디오가 물리는 건 다반사에, 진행을 더디게 만드는 불필요한 멘트가 속출했다. 생방송 분위기를 어수선하게 만든 일등공신들이었다. 뿐만 아니라, 패널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고, 출연진들이 먹는 모습을 포장하는 데에 집중하면서, 예능의 본분을 잃어버린, 교양 프로그램보다 못한 방송으로 이끌었다. ‘라디오스타’ MC들이었다면 방송의 재미는 확연하게 달라졌을 거란 생각이 들 정도다.
무엇보다 ‘잘 먹는 소녀들’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먹방을 고문처럼 느끼게 만든 시스템에 있다. 먹방대결을 하루, 3시간 안에 끝내려는 욕심이다. 8강전을 했다. 그리고 승자는 4강전에, 4강에서 승리하면 결승까지 3시간 안에 소화해야 하는 시스템이 그렇다. 출연진들이 배탈나기 딱 좋다. 평소 몸매관리를 위해 음식조절을 해온 걸그룹 멤버들이기 때문에 더욱. 평소와 달리, 오밤중에 갑자기 많은 양의 음식을 소화해야 한다면 결과는 누구나 예상하는 위험한 방향으로 흐를 수 있다.
예능인 먹방을 하다가 쓰러지는 출연진이 있진 않을까 불안하게 방송을 지켜보는 네티즌들이 많았다. 방송후에라도 급체나 소화불량 등으로 병원 신세를 져야 한다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생방송을 통해 출연진에게도 네티즌에게도 제작진은 아주 위험한 먹방을 보여줬다. 8강전에서 복스럽게, 잘 먹던 남주와 지호 등도 4강전을 할 때는 표정부터 힘겨워 보일 정도였다. 방송생리를 알고 애써 웃어보였지만 말이다.
김숙을 비롯한 MC들은 ‘잘 먹는 소녀들’은 푸드파이트가 아니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먹방대결인데 푸드파이트가 아니라고?) ‘많이’ 먹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잘’ 먹는 거,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네티즌들의 식욕을 자극하는 게 승리할 수 있는 비결이라고 말이다. 그러면서 먹는 모습을 부산스럽게 중계한다. 시간이 없다면서 재촉하는 멘트도 서슴지 않는다. 출연진들이 ‘많이’ 먹도록 부추기는 행태를 보였다. 방송을 의식한 걸그룹 멤버들도 먹방으로 어필하기 위해선 필연적으로 ‘많이’ 먹을 수밖에 없고 말이다.
8강전만 하고 4강전은 다음으로 미뤘다면 좀 더 깔끔한 인상을 주었을 것이다. 출연진들이 혹시 탈이 날까 걱정스럽게 지켜보던 네티즌들의 시선도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지루하고 어수선한 진행도 어느정도 참고 봐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잘 먹는 소녀들’의 제작진은 무리수를 두었고, 프로그램에 대한 혹평을 피할 수 없었다. 걸그룹 멤버들의 먹방을 통해 네티즌의 식욕을 자극하겠다는 기획의도와 달리, 네티즌들에게 욕먹기 딱 좋은 첫 생방송을 보여준 ‘잘 먹는 소녀들’. 논란속에 조기종영을 피하려면 제작진의 많은 고민, 시스템의 수정은 반드시 필요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