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연예

잘 살아보세, 종편예능의 효녀된 탈북미녀들

바람을가르다 2016. 6. 13. 08:25

 

 

 

2000년대 중후반 국내 토크 버라이어티는 큰 변화를 겪는다. 강호동의 무릎팍도사같은 1인 게스트 토크쇼나 유재석-김원희의 놀러와와 같은 소수 게스트위주의 방송에서, ‘강심장’, ‘세바퀴등 다수의 게스트가 출연하는 토크쇼가 대세가 된 점이 그렇다. 그리고 그 중심에 미녀들의 수다가 있었다.

 

미녀들의 수다는 외국인 여성들이 대한민국에 거주하면서 경험한 문화를 자국의 문화와 비교하고, 그녀들이 체험한 다양한 에피소드를 들려주며 큰 인기를 얻었다. 이 때 출연한 게스트만 회당 열 여섯명으로, ‘떼토크전성시대의 서막을 연, 대표 떼토크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다. 단순히 게스트만 많아서 차별화된 토크쇼도 아니었다. 게스트를 외국인 여성에 한정하고, 게스트의 색깔, 프로그램의 성격을 분명히 하면서, 이후 출현한 토크쇼들의 방향 설정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당시 미녀들의 수다에 출연했던 사유리, 에바, 손요 등 많은 외국인 여성들은 프로그램 인기와 맞물려 각종 예능에 섭외됐고 입지를 넓혔었다 그러나 뿌리가 된 미수다4년 넘게 방송되면서 소재고갈과 각종 논란속에 폐지되었고, 초창기에 보여줬던 그녀들의 신선한 매력도 함께 매몰되는 아쉬움속에 방송에서 점차 자취를 감추고 만다. 자의든 타의든, 4차원의 독특한 캐릭터 사유리만이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보이고 있을 뿐이다.

 

그리고 현재 미수다와 유사한 콘셉트로, 한국에 거주중인 외국인 남성을 앞세운 JTBC예능 비정상회담100회를 넘기며 롱런중에 있다. 하지만 화제성에서 비정상회담에 밀릴 뿐, 오히려 2의 미수다로 꼽을 만한 프로그램은 따로 있다. 바로 탈북녀들이 게스트로 대거 참여하는 채널A의 예능 이제 만나러 갑니다가 그렇다. ‘미수다MC 남희석이 박은혜와 함께 진행하는 이제 만나러 갑니다는 평균시청률이 3%를 상회하는, 종편 예능치고는 꽤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며, 5년이 넘게 방송되고 있다,

 

 

 

 

국민MC 유재석-강호동도 지상파와 달리 고전할 수밖에 없는 종편예능에서, ‘이제 만나러 갑니다의 성공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만갑의 기획의도나 포맷은 남희석의 미수다와 크게 보면 차이가 없다. 신선함과는 구별된다. 그럼에도 탈북미녀라는 코드는 시청자에게 어필하는 데 강점을 보이고 있다.

 

가깝고도 먼 북한의 문화, 실상을 탈북여성들의 생생한 증언, 에피소드를 통해 들을 수 있다.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북한의 그 어떤 전문가들보다 시청자에겐 피부에 와 닿는다. 그만큼 관련 에피소드들이 구체적이고 생동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그녀들이 한국에서 겪은 문화적 충격 또한 미수다의 외국인 여성들 못지않게 흥미롭다. 탈북여성들의 계층이 북한 사회에서 다양했다는 점도 이야기거리를 풍성하게 만든다.

 

 

 

 

 

이제 만나러 갑니다의 성공으로 종편예능에서는 탈북미녀를 활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만갑과 유사한 코드를 가진 TV조선 모란봉클럽이 생겨났다. 양준혁-김은아 커플을 비롯한 남한총각과 북한처녀의 조합, 통일판 우결’, ‘애정통일 남남북녀는 시즌2를 맞이한 상황이다. 그리고 이만갑못지않게 채널A 예능에 톡톡한 효녀 노릇을 하고 있는 예능프로그램이 바로 통일준비 생활백서 잘 살아보세.

 

예능 잘살아보세는 남한 남자와 북한 여자가 가상의 가족을 이루고, 남북한의 생활방식을 동시에 체험하는 리얼버라이어티다. 쉽게 말해 통일판 패밀리가 떴다로 볼 수 있다. 가장 최수종을 필두로, 이상민, 김일중, 김종민이 탈북녀인 한송이, 최주연, 신은하, 량진희, 이향미 등과 가족으로 출연중이다. 매사 좌충우돌하지만 자급자족하면서 정을 쌓아가는 훈훈하면서도 활기가 넘치는 예능프로그램이다.

 

 

 

 

 

스튜디오에서 이뤄지는 이만갑과 달리, ‘패떴’, ‘12을 연상시키는 잘 살아보세100% 야외 촬영으로, 북한에서 살아왔던 여자들의 생활패턴, 사고방식, 식문화 등을 보여줌에 있어, 좀 더 자연스럽고 생기있게 접근할 수 있어 이채롭다. 뿐만 아니라, 최수종, 이상민을 중심으로 실제 가족같은 분위기를 조성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측면은 물론, 한송이, 신은하, 량진희 등 솔직하고 거침없는 탈북미녀들의 캐릭터들도 뚜렷해, 유쾌하고 훈훈함을 강조하는 주말 예능으로 손색이 없다. 톱스타가 많이 출연하지 않아도 종편예능으로써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걸 잘 보여주는 사례다.

 

시청의 접근성에서 종편이나 케이블예능은 태생적으로 지상파예능에 밀릴 수밖에 없다. 때문에 차별성은 종편예능이 살아남기 위한 가장 핵심 코드가 된다. ‘이만갑’, ‘애정통일 남남북녀’, ‘잘 살아보세등은 이미 미수다’, ‘우결’, ‘패떴’, ‘12등을 보아온 시청자에게 익숙한 포맷이다. 그럼에도 종편예능중에서는 매우 높은 경쟁력을 자랑한다. 바로 탈북미녀들에서 파생된 차별성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저비용고효율의 탈북미녀들이 현재 종편예능의 효녀인 건 분명한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