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및 드라마

아이가 다섯, 연애로 어필하는 재밌는 주말드라마

바람을가르다 2016. 4. 5. 07:10

 

 

 

 

 

여자주인공 안미정(소유진)3년 전 남편과 이혼했다. 남편이 절친과 바람이 나서 떠났다. 그녀에게 남은 건 8, 6, 3살의 세자녀. 그래도 안미정은 씩씩하다. 아니 상황자체가 그녀를 씩씩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자식들에게 미안해서라도 더 열심히 오늘을 살아야 하니까. 그런 그녀가 울었다. 그 순간만큼은 자식들 때문이 아니었다. 사랑을 시작해서다. 드라마가 좋아하는 팀장님’, 바로 이상태(안재욱)팀장님을 사랑하고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사랑이란 감정이 생겼는데 웃어야지, 왜 울까. 팀장님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랑해줄 가능성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비단 최근에 싸늘해진 팀장님의 태도만이 문제는 아닐 것이다. 친구에게 남편을 뺏긴 것도, 애가 셋이나 딸린 이혼녀란 것도 그녀가 느끼는 사랑의 감정이 부질없음을, 오히려 아프고 상처만 남길 것을 예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다만 그녀가 모르는 게 있다. 그녀가 사랑하는 팀장님도 그녀를 사랑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팀장 이상태도 부하직원 안미정을 사랑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일부러 그녀에게 차갑게 대했다. 사적으로 부딪히는 일 없자고 엄포까지 놓았다. 지금껏 안미정의 사생활에 직간접적으로 진심을 다해 개입했던 남자가, 이제와 적반하장식으로 나가는 건 뭘까. 고도의 밀당인가. 아니다. 이상태라는 남자는 밀당이란 개념자체가 없다. 그저 보수적인 남자일 뿐이다. 그래서 안미정을 사랑하면 안 된다고 믿는 것이다.

 

이상태의 아내는 5년 전 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는 여전히 아내를 사랑하고 그리워한다. 천연기념물같은 남자일수도 있고, 아내만큼 사랑하고 싶은 여자를 못만나서 일수도 있다. 아니면 누군가를 사랑할만한 여유가 없어서 일수도 있다. 아내를 잃은 자신이상으로 엄마를 잃은 두 아이의 아픔을 더 신경써야 했으니까. 그뿐인가. 딸을 잃은 장인, 장모에, 언니를 잃은 동생까지. 한 여자를 잃은 슬픔이 온전히 자신만의 몫은 아니었다. 가족과 공유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었고, 함께 치유해가는 과정에서 중심이 돼야 했다.

 

그렇다. 다시 누군가를 만나 사랑을 시작할 마음의 여유도 없었고, 재혼은 커녕 사랑할 준비도 안 된 남자가 이상태다. 그러나 부모님은 늘 아들을 걱정한다. 아내 떠난 지 5년이다. 이젠 재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라며 재촉이다. 반면 사위를 아들이라 부르는 장인 장모의 생각은 정반대다.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사위가 재혼을 한다면 먼저 세상을 떠난 딸이 불쌍해서 견딜 수 없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 이상태가 잘 알고 있다. 죽은 아내마저 장인, 장모를 부탁하며 떠나지 않았던가.

 

 

 

 

 

아내 이후로 처음으로 자신의 가슴을 떨리게 만든 여자를 만났다. 좌충우돌 부하직원 안미정이다. 아니라고 부정해봐도 이미 그녀를 향한 사랑은 시작됐다. 그러나 이 남자는 그 여자를 사랑하면 안 된다고 믿는다. 멈춰야 한다. 죽은 아내에게, 남은 장인 장모에게, 그리고 두 아이에게 마치 죄를 짓는 일이라 생각하니까. 그런 남자가 이상태다.

 

이상태는 안미정에게 미안하다. 예전처럼 가까운 회사동료로 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건 혹시라도 그녀가 자신을 좋아해서 상처받을까봐 겁나는 것이고, 자신이 절제를 못하고 그녀에게 틈을, 속내를 들킬 것을 경계하는 것이다. 결국 살갑게는 못해도 차갑게는 대하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남보다 못한 방향으로 흐르게 만든다. 하지만 이상태는 모르고 있는 걸까. 지금 그가 안미정에게 하는 말과 행동이 바로 사랑의 또 다른 표현이라는 것을 말이다.

 

 

 

 

 

주말드라마 아이가 다섯이다.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이상태와 안미정은 결혼을 할 것이다. 단지 드라마가 아직은 초반이라 서로 사랑하지만, 각자 사정이 있어 쉽게 다가가지 못할 뿐이다. 하지만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을 것이고, 서로 감정을 확인하고 닭살모드로 갈 것을 이미 시청자는 알고 있다. 드라마의 흔히 있는 패턴이다. 그런데 왜 아이가 다섯은 신선하게 다가올까. 그다지 새로울 게 없는데, 볼 때마다 새로운 느낌이다. 왜 일까. 그건 아마도 주말드라마가 품은 이미지 때문일 것이다.

 

주말드라마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가족그리고 막장이다. ‘내 딸 서영이처럼 가족이란 이름으로 서로 사랑하고 위로하며 갈등을 극복하는 과정을 통해 가족의 소중함, 가치를 일깨워주는 드라마가 있는 반면, ‘내 딸 금사월처럼 가족이란 이름을 빌려 막장짓을 서슴지 않는 드라마도 있다. 그렇다. 같은 가족이고, 같은 주말드라마에, 심지어 같은 내 딸인데도, 이렇듯 상반된 내용, 이미지를 품고 있는 게 안방극장 주말드라마의 얼굴이다.

 

 

 

 

 

문제는 전자보다 강한 후자의 이미지다. ‘주말드라마=막장드라마라는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해져 주말드라마를 접하기가 꺼려진다. 왜 개보다 못한 족보를 받아든 주인공이 출생의 비밀을 찾아 악전고투해야 하는지, 더 이상 그것이 알고 싶진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가 다섯같은 주말드라마를 만나면 반갑다. 뻔한 이야기같은데 뻔하지 않게 보인다. 사람사는 얘기 같아서 좋고, 불편하지 않아서 좋다.

 

그 뿐만이 아니다. ‘아이가 다섯이 새로운 건 바로 가족이란 이름을 빌린 연애. 쉽게 말해 가족이 연애하는 드라마. 물론 어느 드라마나 연애는 빠지지 않는다. 그런데 유독 아이가 다섯은 주말드라마치곤 고부갈등식의 가족간 문제보다는 개개인이 연애에서 겪는 문제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이상태 가족만해도 삼남매가 모두 연애, 각기 다른 사랑의 모습을 보여주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호태(심형탁)-모순영(심이영)의 다시 만난 첫사랑도 그렇고 이연태(신혜선)-김상민(성훈)-김태민(안우연)-장진주(임수향)의 신세대 사랑도 그렇다. 가족이라 그런지 삼남매가 연애에 있어 보수적인 건 닮았지만, 사랑하는 표현 그리고 방식은 또 다르다.

 

아직까지 아이가 다섯가족중심 드라마보단 연애중심 드라마라는 느낌이 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다섯은 가족드라마가 맞다. 주인공 이상태-안미정커플이 보여준다. 사랑, 연애에 있어 가족이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상태와 안미정이 사랑을 확인하고 결혼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의 문제, 그리고 하나의 가족이 되면서부터 벌어질 일들로 넘어가면 분명 가족드라마의 본모습을 찾을 것이다.

 

 

 

 

 

하지만 그에 앞서 지금처럼 연애중심 드라마로서 뻔해 보이는 스토리가 매력을 발산중인 건, 캐릭터의 일관성, 개연성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캐릭터마다 설득력이 느껴진다. 특히 안미정처럼 쿨한 듯 보여도 사랑앞에선 결코 쿨할 수 없는 것도, 자칫 우유부단한 남자주인공일 수 있었던 이상태의 지금 모습에 충분한 설득력을 담보하는 것도 그렇다. 주인공커플이 시청자를 이해하게 만드는 능력이 탁월하다. 여기엔 아이러니하게도 안미정과 이상태에겐 다른 커플들이 갖지 못한 사랑가족의 무게가 더해졌기 때문에 더욱.

 

드라마가 재밌다, 신선하다, 건강하다에는 이유가 있다. 드라마가 전혀 새롭지 않아도 좋다. 막장없이 건강하고 재밌으면 충분하다. 특히 온가족이 함께 보는 주말드라마는 더욱 그렇다. ‘아이가 다섯이 지금의 재미를, 건강함을 잘 살려 나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