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스타 신승훈과 90년대 스타들의 힘
예능을 통해 이번 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스타들이 있다. 故신해철, 구본승, 박선영, 신승훈 등이 그렇다. 신해철의 경우, 사망 1주기를 맞아 ‘히든싱어’와 ‘불후의명곡’에서 그의 명곡들을 재조명하며 특집으로 다뤘다. 그리고 박선영은 ‘불타는청춘’, 구본승은 유재석-유희열의 ‘슈가맨’, 신승훈은 ‘라디오스타’를 통해 아주 오랜만에 방송에서 시청자와 만났다. 덕분에 그들은 화제의 인물로 떠오른 셈이다.
그런데 이들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데뷔는 다를 수 있지만 90년대가 전성기였던, 그래서 90년대 하면 떠오르는, 사실상 ‘90년대’가 배출한 스타들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들처럼 90년대 주로 활동했지만 브라운관에서 모습을 감췄다가, 최근 다시금 방송, 특히 예능을 통해 얼굴을 비추는 케이스가 늘고 있다. 그렇다면 대중은 왜 90년대 스타들에게 특별한 관심을 보이고, 예능은 왜 꾸준히 90년대 스타들을 찾고 있는가.
라디오스타 신승훈과 90년대 스타들의 힘
28일 방송된 황금어장 라디오스타에 신승훈과 이현우 등이 게스트로 출연했다. 특히 ‘국민가수’ 신승훈의 경우, 방송에서 오랜만이라 그런지 상당히 반갑다. 그뿐인가. 여전히 입담도 좋았고 수준급 모창 실력도 빛났다. 데뷔 25주년을 맞아 새앨범을 내고 활동을 재개한다는 것도 희소식이다. 단지 다소 놀라웠던 건, 그가 예능 ‘라디오스타’에 출연했다는 사실이다. 반대로 얘기하면 ‘라디오스타’가 신승훈을 섭외했다는 것.
신승훈을 보며 ‘라디오스타’가 프로그램에 가장 어울리는 게스트를 이제야 제대로 섭외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타이틀은 ‘라디오스타’인데, 그동안의 라디오스타를 돌아보면, 라디오가 가장 흥했던 시절의 스타들이 자주 출연하진 않았다. 쉽게 말해 8,90년대 밤, 라디오를 수놓았던 수많은 스타들. 오히려 예능 ‘라디오스타’는 예전의 가수보다는 인기 아이돌의 멤버, 조연급 배우나 개그맨들이 출연하고 주목받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그것을 ‘라디오스타’의 잘못이라고 말할 순 없다. 타이틀과 별도로 게스트 섭외 등에 있어 제작진이 추구하는 방향성이 있고, 방송의 트렌드 또한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발빠르게 변화하는 방송의 트렌드를 쫓아오지 못한 연예인은 아무리 과거에 인기가 많았어도 도태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심지어 유재석-강호동 등 ‘예능의 신’이라 불리던 국민MC들조차 심심찮게 위기론이 등장하질 않는가.
그런데 최근 예능은 방송에서 도태된, 그래서 대중의 기억속에서 멀어져 가는 연예인들을 찾는 게 트렌드가 됐다. 특히 90년대 스타들. 예능에서 그들은 공들여서 모셔 와야 하는 아주 귀한(?) 존재가 됐다. 왜?
90년대는 대중문화가 급성장한 시절이다. 시청률 40%를 넘는 인기드라마, 예능이 수두룩했다. 가요계 또한 서태지, 김건모, 신승훈 등을 비롯해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가수들이 많아 음반산업 또한 매우 흥했었다. 전반적으로 대중문화가 발전을 거듭했고 호황을 누렸다. 덕분에 대중은 그 시절에 공유할 게 많다. 같은 드라마를 봤었다. 좋아하는 노래가 같았다. 90년대는 ‘공감’이란 말이 쉽게 녹아드는 시절이다. 그것은 TVN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나 무한도전 ‘토토가’의 성공에서도 읽을 수 있다.
지금의 대중문화는 어떤가. 과거에 비해 많은 것들이 빠르게 진화했다. 갈수록 빨라지는 인터넷처럼. 방송매체는 늘어났고, 영화와 드라마, 예능, 가요 등 모든 장르에서 다양성이 추구되고 있다. 대중문화가 다양해지고 풍부해졌다. 단지 그 다변화와 다양성이 대중의 시선을 '결집'보다는 '분산'시키고 있을 뿐이다.
안방에선 드라마나 예능의 시청률이 20%를 넘기기 힘든 게 현실이다. 밀리언셀러는 고사하고 앨범 10만장을 넘기기 힘든 가요계. 물론 MP3 등 다른 유통경로를 통해 새로운 음악에 대한 접근성은 훨씬 더 나아졌으나, 아이돌이 주도하는 가요계는 세대를 아우르지 못하는 한계가 분명하다. 한마디로 현재의 대중문화 환경은 과거에 비해 다양함을 바탕으로 진화중이나, 대중을 결집시키며 공감대를 형성하는 능력면에선 과거보다 현저하게 떨어진다.
다매체 다채널의 무한 경쟁시대에서, 가장 쉽고 빠르게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건 ‘공감’을 통한 친근감이다. 최근 예능에서 90년대 스타들을 주목하는 것도, 바로 ‘공감’때문이다. 90년대 스타들의 등장은 과거 그들에게 결집했던 대중을 쉽게 소환하는 힘을 가졌다. 그래서 요즘 대중문화는, 특히 예능은 재미를 통한 공감에 앞서 ‘사람’을 통한 공감대를 찾는 경향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