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및 드라마

화려한유혹, '육룡'에 맞선 이유있는 50부작 맞대결

바람을가르다 2015. 10. 6. 12:37

 

 

 

SBS ‘육룡이 나르샤’, MBC ‘화려한 유혹’, KBS2 ‘발칙하게 고고’.

지난 5일 동시에 첫 방송된 새 월화드라마에 이목이 집중됐다. 날씨가 추워질수록 안방극장은 뜨거워짐을 감안할 때, 지금 시점은 하반기, 올 겨울 지상파 주중드라마의 경쟁력을 미리 보는 기회가 된다. 특히 육룡이 나르샤화려한 유혹은 무려 50부작이다. 5개월, 사실상 올 겨울 월화를 책임지게 됐다. 그만큼 시청자의 관심은 높고 제작진과 출연진의 어깨는 무겁다.

 

육룡이 나르샤’ 12.3%, ‘화려한 유혹’ 8.5%, KBS2 ‘발칙하게 고고’ 2.2%.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 전국 기준)

 

육룡이 나르샤의 출발이 좋다. 이것은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였다.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뿌리 깊은 나무’, ‘선덕여왕등을 히트시킨 김영현, 박상연 작가의 신작이다. 재미와 완성도에 대한 기대감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여기에 영화 베테랑’, ‘사도로 올해 충무로에서 가장 핫한 유아인이 주인공 이방원 역을 맡았고, ‘드라마의 제왕이란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은 김명민이 또 다른 주인공 정도전을 연기한다. 이밖에도 신세경-천호진-변요한 등 화려한 라인업에 정점을 찍는다. 제작진과 출연진을 감안할 때 사극의 어벤져스란 표현도 큰 무리는 없다.

 

 

 

 

 

그 뿐인가. 시청자는 세대불문하고 사극을 좋아한다는 점, 특히 전통적으로 월화드라마는 사극이 강세였다는 점도 육룡이 나르샤의 전망을 밝게 했다. 이 모든 기운(?)이 첫방송 시청률로 고스란히 나타난 셈이다.

 

상대적으로 발칙하게 고고는 힘겨운 싸움을 예고했다. 치어리더란 생소한 드라마의 소재가 반갑지만 학원물이 가진 한계, 경쟁작이 지닌 무게를 극복하기가 쉽지 않을 거란 평이 많았다. (물론 수지-김수현 주연의 드림하이처럼 히트를 칠 수도 있지만.) 일단 차별화된 장르로 틈새시장 공략부터 나선만큼, 정은지-이원근-채수빈 등 젊은 배우들의 열정, 성장에 좀 더 포커스를 맞추고 지켜봐야 할 듯.

 

 

 

 

 

그리고 복병이다. ‘화려한 유혹’. 첫방송 시청률 8.5%는 결코 낮지 않다. 게다가 충분히 치고 나갈 여지를 남긴다. 왜냐하면 화려한 유혹의 첫방송을 본 시청자가 다른 채널로 쉽게 갈아탈 것 같진 않기 때문이다. 그만큼 화려한 유혹의 첫방송은 매우 인상적이다.

 

기대작 육룡이 나르샤의 정도전(김명민)이 거지꼴로 능청스럽게 등장하고, 이방원(유아인)의 아역을 중심으로 여유아닌 여유스런 시작을 알릴 때, ‘화려한 유혹의 주인공 신은수(최강희)는 애낳고, 남편잃고, 누명으로 법정에 서고, 교도소 가고, 정체불명 남자에게 지령받고 스파이노릇까지 한다. 그 뿐인가. 옛사랑 진형우(주상욱)와 재회까지 한다.

 

여자주인공 신은수만 숨돌릴 틈이 없었던 게 아니다. 남자주인공 진형우도 마찬가지. 강일주(차예련)와 사랑의 도피행각을 벌이다 그대로 골로갈 뻔 했다. 두 사람의 결혼을 반대하는 국무총리 강석현(정진영)이 진형우를 납치했다. 강일주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강석현의 뜻대로 신문사 사주의 아들(김호진)과 정략결혼을 하는 것이다. 그것만이 사랑하는 남자 진형우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

 

 

 

 

 

화려한 유혹의 첫방송은 시청자로 하여금 눈돌릴 틈을 주지 않았다. 주인공에게 위기, 위기, 위기. 주인공을 궁지로 몰아넣고 몰아치는 속도감에, 아슬아슬 긴장감까지 잘 살려냈다. 첫방송에 여러 이야기가 뒤엉켜 복잡하거나 산만할 법도 한데 오히려 군더더기없이 깔끔하다. 어렵지 않게 드라마가 술술 읽힌다. 그리고 다음 회에 대한 궁금증까지. 이보다 더 성공적일 수 없는 1회다.

 

화려한 유혹은 주말드라마 메이퀸’, ‘황금무지개등을 히트시킨 손영목 작가의 신작이다. 전작에서 알 수 있듯이, 주인공을 중심으로 스토리의 몰입도를 쉽게 높이는 힘이 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출생의 비밀처럼 통속극이 주는 진부함, 복수과정에서 벌어지는 막장스러움(?)도 피할 수는 없지만, 전체적으로 드라마는 쉽고 짜임새는 촘촘하다.

 

 

 

 

 

화려한 유혹의 첫방송에서도 손영목 작가의 스타일이 묻어났다. ‘메이퀸이 연상되기도 했으니까. 그래서 내용을 떠나 시청률에 있어서는 꽤 경쟁력이 있을 거란 예감이다. 주상욱-최강희-정진영-차예련 등 라인업도 꽤 탄탄하다. 주말드라마스럽기 때문에 월화에서 힘쓰기 어렵다는 평가도 있지만, 아침드라마스러웠던 야왕이 인기사극 마의를 잡았던 걸 돌아보면 큰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

 

표면적으로 보면, SBS ‘육룡이 나르샤’, MBC ‘화려한 유혹’, KBS2 ‘발칙하게 고고로 이어진 이번 새 월화드라마 구도는 111약이다. 첫방송 시청률도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속내를 보면 화려한 유혹이 만만치 않다. 하반기 최고 기대작으로 꼽혔던 육룡이 나르샤50부작 맞대결을 펼치는 이유가 있었다. 잘못하면 육룡이 날기도 전에 잡힐지도 모를 일이다. 흥미롭다. 침체됐던 지상파 주중드라마에, 오랜만에 50부작 치열한 경쟁구도가 잡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