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사나이 여군특집3, 식상함 부른 제시의 성장드라마?
13일 일밤 ‘진짜사나이’ 여군특집3에서는 환골탈태한 제시(호현주)의 에피소드가 중심이 됐다. 그동안 관등성명도 제대로 대지 못하는 등, 매번 소대장과 마찰을 빚으며 문제병사로 찍혀 논란이 됐던 제시는, 이 날 방송분에선 전미라, 김현숙 등 동료들의 격려와 칭찬으로 화생방 훈련과 각개전투훈련을 통해 미운오리새끼에서 백조로 거듭났다. 이에 시청자들도 달라진 제시의 모습에 비판을 거두고 호평을 쏟아냈다.
이러한 제시의 변신을 보면, 흡사 만화 ‘슬램덩크’ 강백호의 캐릭터를 연상시킨다. 농구의 룰조차 몰라 매번 채치수-서태웅같은 동료들을 당황하게 만들며 좌충우돌하지만, 강백호의 타고난 재능과 열정으로 극복하며 ‘진짜’ 농구선수로 성장해가는 스토리. 물론 제시에겐 강백호만큼 여군으로서 남다른 재능을 찾았다고 볼 순 없지만, 그녀의 포기하지 않는 자세, 동료들의 격려와 응원은 충분히 리얼예능 ‘진짜사나이’에서 드라마틱한 과정을 재현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단지 제시가 보여준 캐릭터, 풀어낸 스토리의 ‘식상함’이 여군특집 3기의 재미와 화제성을 좀 더 끌어올리기엔 한계를 보였다는 점이 아쉽다. 시청자가 기대했던 의외성, 반전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제시가 보여준 스토리는 헨리, 엠버 등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시청자의 예상가능한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 ‘진짜사나이’를 꾸준히 봐왔던 시청자입장에선 더욱 말이다. 부사관 후보생 제시의 성장과정이 심지어 작위적이란 인상마저 줄 수 있었다.
제시의 성장스토리를 이어받아 등장한 유선의 베레모 분실사건은 그래서 더 각본있는(?) 리얼예능의 의혹을 사고 만다. 유선에게 포커스를 맞춘 스토리가 시작됐음에도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 몰라 제작진도, 출연진도 우왕좌왕하는 것처럼 비춰졌기 때문이다. 이렇다 할 진전없이 분량만 잡아먹고 있었으니, 예능이 줄 수 있는 긴장감, 재미도 덩달아 김빠진 사이다가 되고만 셈이다. 차라리 변기를 막히게 한 사유리의 에피소드가 재미면에선 훨씬 효과적이었다. 변기가 막히게 된 사건은 ‘여군’이란 소재와는 무관한 에피소드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진짜사나이 여군특집 3기가 김현숙-사유리 등이 맹활약하던 초반에 비해 기대만큼 탄력을 받지 못하는 이유를 굳이 찾는다면, 시작점은 바로 대성공을 거둔 여군 1기와의 캐릭터, 차별성을 부각하지 못함에 있다. 대표적으로 여군 3기에서 압도적인 분량을 가져간 사실상의 주인공 제시가 여군 1,2기와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여군 1기의 성공에서 있어, 가장 빛났던 캐릭터는 최대수혜자 혜리가 아니다. 바로 여전사가 아닌 저질체력의 ‘예의 바른 언니’ 김소연이다. 아무리 훈련이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해맑게 웃으며 극복해 나갔던 김소연의 성장과정이 여군 1기 전체 스토리를 끌고 가는 힘이 되었다. 덕분에 시청자의 몰입도도 높아졌다. 동시에 라미란-혜리-맹승지 등 다른 멤버들의 개성도 빛났다.
반면 여군 2기는 김소연캐릭터를 강예원에서 찾았지만, 강예원은 맹승지의 다운그레이드 캐릭터로 전락하면서, 이렇다 할 성장과정을 보여주지 못했고, 오히려 ‘잊으시오.’의 엠버가 주목을 받게 된다. 하지만 엠버는 단지 언어적 문제가 있었을 뿐, 너무나 월등한 훈련 성과속에 군대 적응을 쉽게 하면서 시청자에게 반전, 감동을 주기엔 다소 약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엠버가 여군 2기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그녀를 이길만한, 시청자가 몰입할 만한 캐릭터가 눈에 띠지 않았다.
그렇다면 어쨌든 여군 3기는 1기 김소연-2기 엠버가 아닌, 새로운 주인공 캐릭터를 중심으로 스토리를 전개하는 방향으로 갔어야 그나마 차별성을 드러낼 수 있었다. 그런데 엠버와 맹승지를 섞어 놓은 듯한 캐릭터 제시에게 분량을 몰아주며 여군 3기의 스토리를 진행시키다보니, 시청자에겐 신선함보단 식상함이 앞선 셈이다. 아무리 제시가 반전드라마를 써도, 시청자가 느끼는 리얼예능의 재미나 긴장감은 느슨해질 수밖에 없다.
‘식상할 수 있는 캐릭터’ 제시가 아닌 여군 3기 초반의 재미를, 신선함을 주었던 김현숙-한채아 등을 주인공으로 세우고 적극 활용하는 게 낫지 않았을까란 생각도 든다. 체력적으로 허점이 있는 김현숙이나, 과하게 털털한, 허당 한채아의 성장에 좀 더 무게를 실었다면, 적어도 여군 1,2기와의 차별성을 부각하기엔 효과적일 수 있었으니까. 차라리 훈련을 잘 소화중인 에이스 한그루나 아무것도 모르는 막내 유진를 주인공 캐릭터로 놓았어도 최소한 1,2기와는 차별을 둘 수 있었다.
지금까지 여군 3기를 요약해보면, 좌충우돌 제시를 주인공에 놓고 분량을 과하게 몰아준 경향이 있다. 그런데 주인공스토리는 진부하기 짝이 없다. 오히려 주변인물로 그려지고 있는 4차원 사유리, 어디로 튈지 모르는 허당 한채아, 든든한 형느낌의 김현숙 등이 뽑아내는 에피소드가 신선하고 재밌다. 그녀들이 사실상 여군특집 3기의 차별성을 담보하고 있다. 드라마의 핵심이 되는 스토리보다 주인공 친구들이 빚어내는 에피소드가 더 재밌는 여군특집 3기가 되고 있다. 지금의 멤버들이 독거미부대로 간다면, 제작진이 어느 부분, 어떤 캐릭터, 어떤 스토리를 지향할 것인지 좀 더 고민해 볼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