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청춘의 성공, 중년연예인 어떻게 예능의 대세가 됐을까
‘싱글인 중년연예인의 친구찾기’를 내세운 SBS예능 ‘불타는 청춘’의 약진이 예사롭지 않다. ‘불타는 청춘’은 지난 25일부터 금요일에서 화요일로 시간대를 옮기자마자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KBS 강호동의 ‘우리 동네 예체능’을 멀찌감치 따돌리며 화요일 예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다. 또한 이날 방송에 새친구로 출연한 윤예희와 박형준은 포털 실검에 꾸준히 오르내리며 프로그램의 인기와 화제성을 실감케 했다.
그렇다면 ‘불타는 청춘’의 인기를 어떻게 해석해야 될까. 사실 ‘불타는 청춘’은 금요일에 방송됐을 때도 꾸준한 인기몰이를 했었다. 썸을 타면서 더욱 화제가 된 ‘김국진-강수지’ 커플을 비롯, 김완선-김동규-김일우-양금석-김도균 등 싱글인 50대 전후의 중년 연예인들이 1박2일 동안 여행을 떠나, 밥도 손수 해 먹고, 게임도 하고, 진솔한 대화도 나누며 우정과 추억을 쌓아가는 모습에 많은 시청자가 호평을 주저하지 않았다. 자극적인 재미가 아닌, 그들의 순수함과 열정이 공감과 박수를 유도했다. 단지 ‘프로듀사’, ‘삼시세끼’, ‘정글의 법칙’ 등 워낙 쟁쟁한 프로그램이 금요일 밤에 많이 포진됐던 터라, 상대적으로 화제성에서 밀린 감이 없지 않다.
그런데 요일을 금요일에서 화요일로 옮기면서, ‘불타는 청춘’은 시청률뿐 아니라 화제성도 잡기 시작했다. ‘신의 한수’라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다. 그만큼 앞으로 더 흥할 가능성이 높다. 주중예능의 새로운 활력소가 될 수 있을 전망이다.
중년연예인 어떻게 예능의 대세가 됐을까
‘불타는 청춘’의 인기 요인을 얘기할 때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중년연예인’이다. 10대나 20대 시청자층을 고려해, 아이돌이나 젊은 배우를 끼워 넣거나, 심지어 게스트로도 섭외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 스스로 ‘40금 예능’이라 말하며 선을 그을 정도다. 오직 중년이 된 스타들의 힘으로 만들어가는 재미다. 그들만이 보여줄 수 있는 진솔함에다, 젊은 연예인들 못지않은, 그 이상의 활력을 느낄 수 있다. 중년들만 모아놓고 리얼버라이어티를 통해 재미를 줄 수 있다는 것, 이것은 상당한 의미를 부여한다.
사실 몇 해 전만해도, 예능에서 중년연예인의 소비는 주로 토크쇼에서 이뤄졌다. 토크쇼 게스트로 나와 입담으로 어필하는 것이 전부였다. 리얼버라이어티는 주로 젊은, 아이돌 중심으로 기획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년의 무한도전 ‘남자의 자격’이 주목을 받으면서 새로운 판이 짜여졌다. 본격적으로 중년연예인이 주축인 멤버로 추억, 향수를 자극하며 중년의 시청자층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당시 ‘남격’을 이끌던 신원호PD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TVN에서 ‘응답하라 시리즈’를 제작해 큰 성공을 거둔다.
이후 예능은 또 한번 큰 변화를 겪는다. 나이대와 무관한 조합인 캐릭터중심의 리얼예능에서 벗어나, 관찰예능이 대세가 되면서 중년연예인들의 예능 활용 폭이 더욱 넓어지기 시작했다. '아빠, 어디가', '슈퍼맨이 돌아왔다' 같은 육아예능은 물론, 쿡방신드롬의 선두주자 ‘삼시세끼’에서도 이서진-차승원-유해진 등 중년으로 접어든 스타들이 주축이 된다.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나영석PD의 또 다른 성공작, ‘꽃보다시리즈’ 또한 중년과 노년의 스타들에 포커스를 맞춘 시도였다.
이러한 변화는 어떻게 보면 필연이다. 영화나 드라마가 대박이 나려면 중년층을 공략해야 한다는 건 오래전부터 증명된 사실이다. 그럼에도 예능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중년연예인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었다. 토크쇼와 같은 스튜디오예능 안에 묶어 버리면서 중년연예인들의 예능감, 재능을 제한해 버린 셈이다. 대신 인기 아이돌이나 ‘미수다’, ‘비정상회담’ 등의 프로그램을 통한 외국인에서 스타찾기, 스타만들기에 주력한 면이 있다. 백종원과 같은 쿡방의 스타가 나오기 전까지.
그렇게 예능에서 소외됐던 중년연예인들이 관찰예능의 붐을 타고 새롭게 조명받기 시작한 것이다. 덕분에 중년연예인들을 다각도로 활용한 프로그램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중년연예인들도 리얼버라이어티가 가능하다는 것을,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불타는 청춘’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장시간 녹화해야 하는, 체력이 필수라는 리얼버라이어티에서도 중년연예인들이 충분한 경쟁력이 있음을 보여준 케이스이기 때문이다.
‘불타는 청춘’에서 또 하나 주목할 것은 바로 ‘소통’이다. 그동안 리얼예능은 작위적인 멤버구성을 했다. 6~10명의 멤버가 필요하다면, 아이돌부터 중년연예인까지 골고루 섭외를 한다. 멤버간 나이차가 많게는 스무살을 훌쩍 넘기기도 한다. 그래서 방송이라는 틀 안에서 멤버간 소통이 때때로 ‘인위적’으로 흐르기가 쉬웠다. 이것은 리얼, ‘자연스러움’, ‘편안함’을 강조하는 요즘 예능의 트렌트에 사실 맞지 않는 옷이다. 반면 ‘불타는 청춘’은 멤버 모두가 또래다 보니, 소통에 있어 상당한 강점을 갖는다. 어떤 말이나 행위에 있어, 멤버간에 쉽게 이해와 공감을 낳는다. 한마디로 죽이 잘 맞는다. 덕분에 억지스럽다거나 불편함을 느낄 수 없다.
요즘 예능에서 쿡방만큼 대세로 볼 수 있는 게, 바로 중년의 스타들이다. 흥하고 있는 다수의 예능프로그램에서 중년연예인들이 차지하는 비중, 활약도를 보는 건 어렵지 않다. 그리고 이것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볼 수 없다. 비단 리모컨을 쥔 중년 시청자층에 호응을 얻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산전수전 다 겪은 중년연예인들의 진솔함이 ‘리얼’, ‘자연스러움’을 강조하는 요즘의 예능 트렌드와 잘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그들이 가진 강점, ‘추억’, ‘향수’라는 무기가 시청자에게 쉽게 재미와 공감을 유도한다. 현재의 추세라면 앞으로도 예능에서 대세로 떠오는 중년연예인에 대한 소비는 계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단 ‘불타는 청춘’과 같은 참신한 기획이 아닌 무분별한 소비는 경계해야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