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사나이 여군특집3, 캐릭터의 매력으로 본 치열해진 생존본능?
‘본편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는 속설이 있다. 그러나 이 속설을 무색하게 만든 속편은 무수히 많다. 대표적으로 영화 ‘터미네이터2’가 그렇다. 인간과 기계가 전쟁을 치루는 미래에서, 존 코너와 사라 코너를 지키기 위해 터미네이터가 시간여행을 통해 현재로 온다. 뼈대가 되는 스토리는 본편과 속편이 유사하게 흐른다. 그러나 재미와 감동은 속편이 전편을 능가한다. 이를 가능케 한 가장 큰 이유는 ‘캐릭터’다. 그중에서도 악역을 맡았던 ‘T-1000’의 존재. 본편보다 훨씬 센 놈, 강한 놈이 등장했기에 관객은 손에 땀을 쥐며 스크린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미래에서 온 ‘터미네이터’와 ‘T-1000’은 현재의 인간, 지구의 모습이 낯설다. 인간이 아닌 기계이기 때문에 더욱. 반대로 관객도 마찬가지다. 그들처럼 낯설고 센 캐릭터가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른다. 어디로 튀어서 어떤 위기를 조장할지 모르고 지켜본다. 예측을 불허한다. 그래서 긴장감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낯선 환경’과 ‘낯선 캐릭터’의 만남은 일반적인 상식을 뛰어 넘는다. 재미의 요소가 풍부해진다.
이러한 캐릭터가 힘을 발휘하는 장르는 ‘픽션’인 영화나 드라마에 국한되지 않는다. 일밤 진짜사나이 여군특집과 같은 ‘리얼’예능에서도 마찬가지다. 특히 여군특집은 영화 터미네이터 시리즈와 유사한 면이 있다. 매시리즈마다 뼈대가 되는 스토리도 닮았지만, 미래에서 온 ‘기계’인 터미네이터에게 ‘현재’ 지구의 모든 게 낯설 듯이, ‘여자’연예인에게 ‘군대’의 모든 게 낯설다. 하지만 적응하고 극복해서 목적을 달성해야 하는 동일한 과제가 주어진다.
그래서 진짜사나이 ‘여군특집3’가 1,2기의 인기를 넘어 시청자의 관심속에 성공하려면, 영화 터미네이터2가 그랬듯이, 신선한 에피소드를 많이 창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기본적으로 ‘T-1000’처럼, 좀 더 강하고 인상적인 캐릭터가 등장해야 하는 건 필연인 셈이다. 그리고 23일 진사 여군특집3에 출연하는 10명의 여자 스타들이 소개됐다.
약 30여분 분량으로 채워진 이번 방송에서 여성출연자들은 ‘낯선’ 군대에 입소하는 것에 대한 포부, 소감 등을 밝혔다. 윤종신의 아내 전미라처럼 잃어버린 자신을 찾고 싶다는 출연자도 있었고, 제시(호현주)처럼 군대에 가는 게 어릴 적 꿈이었다면서 모CF를 연상시키는 ‘꼭 가고 싶습니다!’의 출연자도 있었다. 즉 저마다의 이유가 있었고, 군대에 대한 남다른 생각이 있었다.
혹자는 말한다. 이런 사전인터뷰가 꼭 필요하냐고. 왜 여군특집이 방송될 때마다 입소 전 사전인터뷰 형식의 방송을 하냐고. 이러한 패턴에 대해 식상하다는 비판적인 목소리를 낸다. 그러나 입소 전 사전인터뷰는 예능의 관점에서 볼 때, 매우 중요한 절차다. 왜냐하면 사전인터뷰에서 출연진들의 개성, 캐릭터를 시청자에게 인지시키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사전인터뷰를 통해 평상시에 드러나는, 보여주고 싶은 그녀들의 캐릭터가 과연 ‘군대’라는 낯선 곳에서 어떤 화학작용을 일으켜 표출될 것인가가, 진짜사나이 여군특집의 핵심이자, 최고의 볼거리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군대를 가는 데 눈물 흘리는 게 이해가 안 된다던 유선은, 입소 전 차안에서 펑펑 울기 시작했다. 그 뿐인가. 베레모를 잃어버리는 등, 겉보기엔 굉장히 철두철미할 거 같은 이미지의 그녀에게서 허당스러움을 발견하게 된다. 마치 여전사 이미지로 사랑받던 김소연이 입소하자마자 체력테스트에서 꼴지를 하며 저질체력에, 허당임을 보여주듯이. 즉 ‘군대’라는 곳에서 기존의 캐릭터는 무너지고 새로운 캐릭터가 본 모습을 드러낸다. 일종의 반전이다.
반면 모두가 기대했던(?) 4차원의 사유리는 시작부터 대폭소다. 위장크림을 바르는 연습도 필요하다며 실행에 옮긴 그녀의 모습은, 시청자로 하여금 ‘역시 사유리스럽다.’를 자아낸다. 이어 입소해서 스스럼없는 성형고백. 변기를 막히게 한 사건 등은, 반전이라기 보단 사유리라는 캐릭터를 통해 시청자가 예능에서 기대하는 모습들의 연장선이다.
‘남자보다 잘 적응할 자신있다.’고 큰 소리쳤던 제시는 어떤가. 흡사 여군 1기의 맹승지를 연상시키며 소대장과 잦은 마찰을 예고했다. 그만큼 센언니의 모습도 보였지만, 힘에 겨워 눈물을 쏟는 모습도 자주 포착됐다. 즉 사전인터뷰에서처럼 누구보다 자신있게, 군생활에 적응하려고 애를 쓰지만 생각과 달라 좌절하는 모습도 보였다. 기존의 캐릭터를 지키려고 애쓰지만 현실의 벽에 매번 부딪히며 캐릭터의 변화를 예고했다.
이렇듯 캐릭터와 스토리의 반전, 재미는 결국 사전인터뷰가 가져온 효과로 극대화됨을 알 수 있다. ‘군대’를 통해 캐릭터가 유지되는 출연자도, 변하는 출연자도 발생한다. 군대와 여성출연자들의 예능 시너지가 바로 캐릭터를 통해 정점을 찍는다. 맛보기에 불과했지만, 이번 진사 여군특집3 사전인터뷰 분량은 기대감을 주기 부족함이 없었다. 1,2기에 비해 많은 10명이나 선발해 너무 많은 것 아닌가 싶었으나, 출연진 한명 한명의 개성이 너무 매력있게 다뤄져 우려를 불식시켰다.
하지만 10명의 출연자 중 누군가 독거미부대에 남고, 누군가는 퇴소하게 될 것이다. 그만큼 여군특집3의 독거미부대는 강도 높은 훈련과 체력을 요한다. 그리고 또 하나의 생존경쟁이 있다. 바로 한정된 분량속에 자신의 매력을, 캐릭터를 시청자에게 어필해야 하는 예능의 생존경쟁이다. 고생은 똑같이 하지만, 프로그램 인기에 힘입어 누구는 주목을 받으며 CF스타로, 드라마, 예능 등 각종 섭외 1순위가 되고. 누군가는 ‘아, 맞다. 그 사람도 거기 나왔었지.’정도로 잊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불공평해 보이지만 예능의 생리가 그렇다.
일단 한채아의 반응이 좋다. 군대에서 코 후벼서 포털사이트 실검 1위 먹은 여자연예인은 한채아가 최초일 것이다. ‘그냥 코만 팠을 뿐인데.’라고 볼 수도 있지만, 털털한 그녀의 평소 캐릭터가 잘 맞아 떨어진 케이스라, 군대에서 또 무슨 짓(?)을 했을까 기대감을 준다. 한채아는 현재 네티즌사이에서 여군 3기의 투톱으로 거론되는 사유리, 제시를 위협할 예능의 복병 캐릭터로 부각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출연진외에도 언니나 누나보단 동네 형 느낌의 ‘영애씨’ 김현숙, 조증으로 어필한 신소율, 에이스 느낌의 한그루, 소두의 아이콘 아기병사 CLC 유진, 카라 아닌 트로트 가수 박규리 등 이번 진사 여군 3기의 캐릭터만큼은 예능으로 봤을 때, 어벤져스 저리가라 수준이다. 그래서 다음편이 더 궁금하다. 기대가 된다.
앞선 여군특집 1,2기에 비해 분명 더 강하고 치열해진 느낌이다. 본편보다 나은 속편을 기대해도 좋을 정도로. 그만큼 매력적인 출연자가, 캐릭터가 많다. 그러나 누가 독거미 부대의, 예능의 최종병기 그녀가 될 진 알 수 없다. 지켜보는 시청자가 누구에게, 어떤 평가를 내릴 진 본방을 보기 전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분명한 건, 어떤 예능도, 캐릭터도, 시청자의 ‘공감’없이는 생존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제작진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센’ 캐릭터에 보다 우선되어야 하는 건 ‘개연성’이고 ‘공감’이기 때문이다. 역대급으로 성공한 속편 ‘터미네이터2’는 SF의 거장 제임스 카메론에 의해 완성됐음을 제작진은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