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연예

불타는 청춘, 삼시세끼에서 본 '썸', 침체된 연애버라이어티의 대안될까

바람을가르다 2015. 7. 27. 08:33

 

 

 

 

 

언제부턴가 방송이 스타들의 연애를 주선하기 시작했다. 시초는 강호동의 천생연분이다. 아이돌을 중심으로 젊은 연예인들이 모여 하루 동안 게임 등을 하며 커플을 맺는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때문에 산장미팅’, ‘연애편지등 유사한 포맷의 연애버라이어티가 속속 등장했다. 그러나 유사품이 늘어날수록 시청자는 질리기 마련이다. 좀 더 새롭고 강한 걸 원하게 된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가상결혼 MBC ‘우리결혼했어요’.

 

역시나 대중의 반응은 뜨거웠다. ‘김현중-황보’, ‘크라운제이-서인영커플 등이 주도한 초창기 우결시즌1은 고전을 면치 못했던 일밤의 시청률을 바닥에서 끌어올린 1등 공신이었다. 그러나 시즌이 거듭되고 하차와 새커플의 등장이 반복되면서, ‘우결도 내리막을 타기 시작했다. 심지어 실제 연인사이였던 황정음-김용준커플까지 가세했지만, 방송에서 가상결혼이 보여줄 수 있는 한계, 같은 과정의 무한반복이 결국 시청자를 등돌리게 만들었다.

 

 

 

 

최근엔 우결을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늘고 있다. ‘진정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기 때문이다. ‘이준-오연서’, ‘송재림-김소은커플 등의 사건에서 알 수 있듯이, 방송에선 진짜 부부인양 행동하지만, 실제 만나는 사람은 따로 있었기 때문이다. 스캔들의 진위여부나 해명을 떠나 관련된 기사를 접한 대중의 반응은 싸늘할 수밖에 없다. 방송을 할 때만큼은 최소한 개념, 진정성을 바라기 때문이다. 방송에선 리얼을 강조하더니, 진짜 리얼은 방송밖에서 벌어지고 있으니, 우결의 시청자는 속았다는 기분이 들 수 있고, 충분히 불쾌할 수 있었다.

 

사실 우리결혼했어요는 태생부터 한계가 분명했다. 아무리 가상결혼이지만, 제작진이 커플을 임의로 정하고 니들은 오늘부터 부부행세를, 연기를 부탁해.’로 시작하기 때문이다. 직접 만난 파트너가 마음에 안 들어도 가상 이혼은 없다. ‘우결의 메뉴얼을 충실히 이행하고 그들이 말하는 아름다운 이별까지 투철한 직업정신으로 완수해야 한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그래서일까. 가상으로 결혼하고 현실에서 바람피는 커플이 존재하는지도.

 

 

 

 

프로그램은 진정성의 문제가 매번 대두되고, 다수의 시청자는 이미 유통기한이 끝났다고 보는데도, 여전히 우결은 종영할 생각이 없는 듯하다. 아이러니한 건, ‘우결와 유사한 연애버라이어티가 꾸준히 생겨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JTBC ‘님과 함께2’는 윤건-장서희 등을 앞세워 재혼, 만혼 콘셉트로, ‘5일간의 썸머’에선 홍진호-레이디제인처럼 화제가 된 커플들이 함께 여행을 떠났다. 그리고 TV조선 애정통일 남남북녀도 남한 연예인과 탈북녀가 가상부부로 등장한다.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스타를 섭외해 가상의 부부, 연인으로 리얼예능을 표방하는 건 마찬가지다. 또한 시청률이나 화제성에서 크게 주목받는 프로그램도 아니라는 점도. 그만큼 수요에 비해 공급이 과한 인상마저 준다. 시청자가 가상의 관계, ‘인위적인 만남에 대해 반응하는 시기가 지났기 때문에 더욱. 오히려 신인배우나 아이돌, 인기의 반등이 필요한 연예인들이 인지도를 쌓거나 이미지메이킹을 위해 존재하는 프로그램으로 인식될 정도다.

 

 

 

 

그렇다면 연애버라이어티는 이대로 퇴보하고 마는 걸까. 요즘 연애의 트렌드가 이다. ‘내꺼인 듯 내꺼아닌 내꺼같은 너최근 예능도 에 접근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SBS ‘썸남썸녀가 있다. 대놓고 을 표방한다문제는 타이틀과 달리 느낌이 나질 않는다. 오히려 예전에 방송된 SBS ‘골드미스가간다를 보는 듯 하다. 미혼연예인들이 모여 동거동락하고, 일반인과 소개팅도 하는. 그만큼 방송을 위한, 인위적 만남이란 시선을 피하기 힘든 방향으로 가고 있다. 어떻게든 을 타야 하는데, 제작진도, 출연진도 방법을 몰라 겉도는 인상이다.

 

반면 을 제대로, 가장 자연스럽게 이끌어내는 예능도 있다. SBS ‘불타는 청춘이 그렇다. 콘셉트는 싱글인 중년연예인들의 친구찾기’. 그런데 싱글인 십여명의 남녀연예인들이 매번 12, 23일로 여행을 가서 먹고 자고 한다. 일시적인 만남이 아닌 지속적인 만남이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김국진-강수지커플처럼 충분히 썸을 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굳이 썸을 타라고 만든 방송이 아님에도, 썸을 타도 이해와 공감을 낳는 방송이다.

 

꽃보다 할배’, ‘삼시세끼의 이서진-최지우 커플도 마찬가지다. 이들 방송의 기획의도는 황혼의 배낭여행’, ‘유기농라이프에 있다. 그런데 함께 여행도 가고 밥도 해먹으면서 자연스럽게 이서진과 최지우는 친분이 두터워졌다. 방송에서조차 서로가 연인마냥 편안한 관계를 유지한다. 때문에 시청자는 그들이 썸을 탄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실제 연인으로 발전하길 기대한다.

 

 

 

 

그렇다. 시청자는 우결처럼 가상, 인위적인 만남과 과정에서 오는 연애버라이어티에 회의적이다. 반면 삼시세끼’, ‘불타는 청춘처럼 리얼버라이어티의 과정 중 일부인 썸, 관계에 대해 상당한 흥미를 나타낸다. 썸을 타고 연인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에 주목한다. 설사 그들이 연인관계로 발전하지 못하더라도, 애초에 가상이든 실제이든 부부, 연인이란 관계를 설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출연진은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다. 물론 커플로 발전하길 기대하는 시청자의 시선은 감당할 수밖에 없지만, 연애버라이어티의 또 다른 진화라고 보면 부담은 한결 가벼워질 수 있다.

 

리얼을 표방하는 연애버라이어티의 생명은 자연스러움이다. 그런데 우결류의 프로그램처럼 작정하고 커플을 인위적으로 조합해버리면 생명력을 잃고 시작하게 된다. 그래서 연애버라이어티는 강호동의 천생연분에서 우결로 넘어갔듯이, 또 한 번의 대대적인 변화, 도약 그리고 시간이 필요하다. 현재는 종합선물세트 예능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좋은 예가 ‘삼시세끼’, ‘불타는 청춘’이다. 하나의 예능안에 여행도 있고, 쿡방도 있고, 게임도 있고 연애()도 있는 방송. 연애버라이어티가 아님에도, 의도를 하든 하지 않든, 자연스럽게 연애()’도 공존하는 예능에 시청자가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