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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시세끼 이서진 김하늘, 예능에서 로맨틱코미디로 진화한 新커플

바람을가르다 2015. 7. 7. 12:28

 

 

 

 

 

겉보기에 까칠한 남자주인공이 있다. 하지만 밉지 않다. 오히려 그게 매력으로 보일 때도 많다. 하지만 친구들은 걱정한다. 그가 까칠하게 변한 건, 옆에 여자가 없기 때문이고. 다시 사랑을 시작하면 달라질 거라고. 그래서 친구들은 남자주인공에게 여자를 소개시켜준다. 그것도 주인공 모르게, 아주 자연스러운 만남을 준비한다. 그리고 나타난 의문의(?) 여자주인공.

 

여자주인공은 거침이 없다.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다. 그래서일까. 친구들의 바람과 달리, 남자주인공과 여자주인공은 잘 안 맞는다. 성격도 다르고, 좋아하는 것도 다르다. 오히려 사소한 일로 자주 부딪힌다. 상대방에게 상처가 될 수 있는 말도 면전에서 생각없이 던진다. 그래서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은 불안불안하다. 친구들은 괜히 소개를 시켜줬다면서 자책한다. 사사건건 티격태격인 남녀주인공, 과연 두 사람은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며 사랑으로 발전할 수 있을까.

 

 

 

 

위의 내용은,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영화나 드라마 속 로맨틱코미디의 한 장면이다. 서로 캐릭터가 극과 극인 남자와 여자. 그래서 관객들은 흥미를 가지고 지켜보게 된다. 두 사람에게 처해진 상황을, 관계를 어떻게 진행시킬지. 그런데 말이다. 이런 로맨틱코미디가 만일 허구인 영화나 드라마가 아닌 리얼예능에서 펼쳐진다면 어떨까.

 

지난 주 방송된 케이블채널 TVN의 인기예능 삼시세끼정선편에 게스트가 김하늘이다. 그리고 그녀를 초대한 건 나영석PD이고, 맞이한 건 삼시세끼의 안방마님 국민투덜이 이서진이다. 시청자는 궁금했다. 과연 이서진-김하늘의 케미는 어떨까. ‘꽃보다 할배의 이서진-최지우를 능가하는 이상적인 조합이 될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서진-김하늘 커플은 대박이었다. 본인들의 캐릭터를 부각시키며 흥미진진한, 최강의 재미를 선사했기 때문이다. 이를 방증하듯, 시청률은 자체 최고인 12% (닐슨 기준)를 기록했다. 그만큼 시청자의 관심을 유발하는 데에 성공한 커플이 이서진-김하늘이다. 그리고 그 밑바탕엔 유기농라이프, 야외버라이어티에 안 어울릴 것 같았던 로맨틱코미디란 레시피가 기가 막히게 녹아든 것도 무시할 수 없다. 마치 진화한 로코예능을 보는 듯 했으니까. 그렇다면 무엇이?

 

김하늘을 초대한 나영석PD는 게스트가 누구인지 함구하면서도, 이서진에게 꽃다발을 준비하라면서 여자게스트가 올 것임을 암시했다. 이서진은 투덜거리면서도 싫지 않은 듯 집주변에 들꽃을 꺾어 꽃다발을 준비했다. 그것은 여자게스트에 대한 기대감인 동시에, 삼시세끼의 주인으로서 기본적인 매너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오글거리긴 했지만 꽃다발 이벤트는 성공적이었다.

 

 

 

 

이서진과 김하늘은 같은 직업을 가졌음에도, 그동안 한번도 개인적으로 마주한 적 없는 첫대면이었기에 꽃다발 오글이벤트는 서로에게 릴렉스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이서진과 김하늘이 부딪힐 것이라곤 예상하기 힘들었다. ‘삼시세끼란 방송, 예능이란 측면과 낯선남녀의 만남이 부르는 효과다. 서로에게 최대한 예의를 갖추고, 서로 띄워주기 바쁜 방송을 예감하게 된다.

 

그런데 완벽한 반전이다. 그들이 손수 해결해야 하는 배고픔, 저녁식사앞에서 충돌이 시작됐다. 김하늘이 준비한 문제의 감자옹심이’. 이서진은 김하늘이 여자라고 해서, 처음 본 게스트라고 해서 까지 양보하지 않았다. 김하늘의 감자옹심이에 대한 불신을 끊임없이 제기했다. 옥택연과 김광규가 예의상(?) 김하늘의 감자옹심이에 대한 믿음을 져버리지 않은 반면, 이서진은 우리의 저녁식사는 위기다’, ‘망했다를 시청자에게 끊임없이 전파했다.

 

 

 

 

당연히 게스트 김하늘로선 이서진의 반응에 불편할 수 있었다. 게스트한테 너무 막대하는 것 아닌가 하는 불만이 나올 수 있었다. ‘방송인데 너무하네?’, ‘꽃다발은 뭐였지?’, ‘다른 여자게스트한테도 이러나?’ 별 생각이 다 들어도 할 말 없을 만큼, 감자옹심이를 지켜보는 이서진의 평가는 차가울 정도로 냉정했다.

 

하지만 그냥 물러서는 김하늘이 아니었다. 요리중인 감자옹심이는 로맨틱, 성공적 코스를 밟고 있다며 자체평가를 내린다. ‘정말 맛있지 않냐?’며 이서진-김광규-옥택연에게 맛있다를 강요하듯 주입시킨다. 덕분에 시청자는 궁금하다. ‘김하늘이 만들고 있는 감자옹심이의 맛이 도대체 어떠해서?’ 순식간에 미스터리 예능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그렇게 이서진과 김하늘은 티격태격하며 감자옹심이를 완성시킨다. 그리고 맛의 실체는 여전히 미궁속으로 남긴 채.

 

 

 

 

그래서 이번 삼시세끼김하늘의 감자옹심이는 대박인 것이다. 시청자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코스를 달렸기 때문이다. 비록 김하늘이 만든 감자옹심이의 맛은 간접적으로도 느끼기 힘들었지만, 그 과정에서 벌어진 이서진-김하늘의 로맨틱코미디같았던 장면들은 신선한 재미를 주었기 때문이다. 극과 극 캐릭터가 만나 극과 극의 맛평가를 내세우며 각을 세운 장면들은 삼시세끼란 예능이 얼마든지 색다른 재미로 시청자를 만족시킬 수 있음을 보여줬다.

 

방송이 끝난 후, 게스트 김하늘의 발언이나 태도를 놓고 네티즌들 사이에 갑론을박이 있었다. ‘솔직함이 도를 넘었다.’ ‘자기주장만 너무 앞세워 아쉬웠다.’는 식의 불만이 의외로 많았다. 그런데 말이다. 만약 이서진이 김하늘이 게스트란 이유로, 그녀의 감자옹심이를 무작정 옹호했다면 재미가 있었을까. 반대로 이서진의 맛에 대한 불만과 지적을 김하늘이 수긍하고 그에게 의존하며 고분고분했다면 그 시간들이 그녀에게 즐거운 추억이 되었을까.

 

 

 

 

김하늘이 낯선 여자게스트라 하여 결코 봐주지 않았던 투덜이 이서진의 매력이 한층 더 빛이 났다. 맛에 대해선 칼같이 냉정했지만, 김하늘을 옹심이라 부르며 약올리던 이서진의 장난기는 또 다른 친근감, 편안함을 조성했다. 투덜이 이서진에게 지지 않고 억울함을 토로하며 포기하지 않았던 김하늘의 거침없는 솔직함, 자기 주장도 마찬가지다. 낯선 환경, 낯선 사람들사이에서 예능으로 극복하는 힘을 김하늘은 보여줬다.

 

나영석PD는 촬영 당시 매우 즐거웠다면서, 김하늘과 관련된 네티즌들의 논란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사람은 모두 같지 않다. 캐릭터가, 개성이 다 다르기 마련이다. 그 개성을, 매력을 살려야 프로그램은 같은 포맷에서 새로운 재미, 시너지를 줄 수 있다는 걸 나영석PD뿐 아니라, 시청자도 알고 있다. 그런데 김하늘의 개성이, 매력이, 반전이 충분히 드러나 재미를 주었으니 얼마나 성공적인가. 게스트 한명 한명의 작은 변화에도 비난보다는 박수를 쳐줄 수 있을 때, 프로그램은 다양한 시도속에 진화를 거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