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연예

불타는 청춘, 소리없이 강한 40금 예능?

바람을가르다 2015. 7. 2. 07:12

 

 

 

 

 

TV예능프로그램은 상업적이다. 궁극적으로 시청자의 소비를 목적으로 삼는다. 그래서 시청률이 중요하다. 시청률이 웬만큼 나와 줘야 프로그램이 유지될 수 있다. 때문에 방송을 보다보면 제작진이나 출연진이 시청자를 의식하고 있다는 걸 자주, 쉽게 캐치할 수 있다. 때론 그 정도가 과해 제작진은 자극적인 재미를 뽑고자 악마의 편집도 주저하지 않는다. 직업정신이 투철한 출연진은 가식적인언행으로 어필하기도 한다. 시청자도 방송의 생리를 알기에 어느 정도 감안하고 시청을 하게 된다. 하지만 순수했던 기획의도가 변질될수록 결국 시청자는 떨어져 나가기 마련이다.

 

그래서 바라게 된다. 기획의도에 충실한, 조미료가 덜 들어간 방송. 있는 그대로를 꾸밈없이, 최대한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방송. 단순히 시청자를 위해서가 아닌 출연진들을 위한 방송. 출연진 또한 직업정신으로 덤비는 것이 아니라, 프로그램 취지가 좋아서 그 안에 자연스럽게 참여하고 녹아드는 방송. 그런 예능프로그램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드물지만 그런 예능프로그램들이 있다. 최근엔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대표적으로 SBS예능 불타는 청춘이 그렇다.

 

 

 

 

금요일 밤에 방송되는 불타는 청춘은 싱글인 중년의 연예인들이 함께 여행을 떠나면서, 서로 자연스럽게 알아가고 진정한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을 담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썸타는 중인 김국진-강수지 치와와 커플을 비롯, 김동규김완선-양금석-김도균-김일우-김혜선 등 50대 전후의 싱글들이 여행을 통해 정을 나누고 자연스럽게 친구가 되는. 어떤 면에선 중년판 ‘12’, ‘패밀리가 떴다에 가깝다고도 볼 수 있다.

 

불타는 청춘도 여행을 가서 손수 밥도 해먹고 잠도 자고 게임도 한다. 갯벌체험 등 주변환경을 곧잘 활용하기도 한다. 그래서 ‘12이나 패떴이 연상되기도 한다. 하지만 분명 다르다. ‘불타는 청춘은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 기획의도에 부합하며 목적이 뚜렷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싱글중년의 친구찾기시청자에게 재미를 주기에 앞서, 출연진들을 위한 방송이란 인상을 준다. 시청자를 위해 모인 연예인들이 아니라, 그들 자신을 위해, 일상의 지루함, 외로움을 달래고 즐거움을 나눌 친구를 찾기 위해 모여든 연예인들. 한마디로 방송은 거들뿐이랄까.

 

 

 

 

불타는 청춘의 멤버들을 보면, 김국진-강수지-김완선-김혜선 등 한 때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스타들도 있고, 김일우-양금석-김선경-권은아 등 꾸준하게 활동해 온 배우들도 있다. 즉 이제와 팬들의 인기나 사랑이 배고픈 불타는 청춘의 멤버들은 사실상 없다고 할까. 인기연예인들이 누렸던 팬들의 사랑을 이미 받은 적 있거나, 연기력을 인정받아 영화나 드라마에 꾸준히 캐스팅되며 안정적으로 활동중인 멤버들로 구성됐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지금 필요한 건 화려한 인기보다는, 희노애락을 함께 나눌 진짜 친구임을 쉽게 읽을 수 있다. 현재 그들 모두 싱글이기에 더욱.

 

그래서인지 프로그램에 임하는 불타는 청춘의 멤버들은 기획의도에 매우 충실하다. 예능을 통해 시청자로부터 인기를 얻고 호감도를 높이려는 일종의 계산된 모습보다는, 출연중인 멤버들에게 잘 보이며 친분을 돈독하게 쌓으려는 인간적인 모습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시청자를 의식하는 출연진의 모습은 찾기 힘들다. 그만큼 서로에게 자연스럽다. 훈훈하고 편안하다.

 

 

 

 

그들은 자신들의 방송을 농담삼아 ‘40금 예능이라고 정의내린다. 야한 농담을 자주 해서가 아니다. 19금 농담이 나오기라도 하면 오히려 얼굴이 달아오르고 아이처럼 부끄러워한다. 그런 면에선 오히려 2,30대가 주축인 우결보다 불타는 청춘이 순수해 보일 정도다. 그들이 ‘40금 예능이라 말할 수 있는 건, 최소 40대는 돼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는 대화나 상황들을 많이 접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열명이서 3.6.9게임을 하는데 10을 못넘긴다. 그래서 69를 뺀 3게임을 한다. 그런데도 20을 못 넘긴다. 그들 스스로도 이해하기 힘들 만큼 머리 쓰는 게임에 약한 모습이다. 그런데 몸 쓰는 게임은 의외로 또 잘한다. 꼬리잡기게임 등을 하면 젊은 제작진들을 상대로 곧잘 이길 정도다. 단합이 잘 되는 측면도 있지만 분위기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 즐길 수 있는 분위기만 조성되면, 몸도 마음도 아직은 젊은이들 못지않은 50대 청춘의 뜨거운 모습을 보여준다.

 

 

 

 

그동안 김국진이 진행한 많은 방송을 봐왔지만, ‘불타는 청춘처럼 그가 즐거워하는, 신나서 참여하는 방송은 못 본 것 같다. 강수지의 재발견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그녀의 적극적인 모습도 마찬가지다. ‘불타는 청춘의 만능키 김동규는 어떤가. 성악가 김동규를 예상하고 봤다면 그의 반전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다. 김동규는 프로그램에 쉴새없는 재미와 활력을 불어넣는다. 그밖에도 김일우-양금석-김완선-김혜선-진미령-서태화-허윤정 등 출연자들마다 개성과 매력을 어필하며 프로그램에 자연스레 녹아든다. 제작진이나 출연진이나 서로 재미를 위한 강요나 억지가 없다. 특별히 짜여진 틀도 없다. 그렇게 출연진들은 부담없이 프로그램의 일부가 된다.

 

불타는 청춘은 금요일밤 1130분이란 악조건에 가까운 편성에도 불구하고 최근 시청률 6%를 돌파하며 인기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소리없이 강한 예능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오는 10일 방송부터는 기존 70분 방송에서 10분 확대된 80분 편성이 확정됐다. 즐겨보는 시청자입장에선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불타는 청춘이 지금의 순수함과 열정으로 4,50대에겐 공감을, 2,30대에겐 훔쳐보는 재미를 선사하며 롱런할 수 있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