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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예술대상 나영석 국민PD시대열다? 대상수상이 갖는 의미

바람을가르다 2015. 5. 27. 12:19

 

 

 

 

 

26일 열린 제51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 영예의 대상은 영화부문 최민식 TV부문 나영석에게 돌아갔다. 배우 최민식은 한국영화 흥행의 역사를 새로 쓴 영화 명량의 주인공 이순신을 열연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리고 최민식의 대상 수상은 과거 사례에 비춰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라 할 수 있다. 반면 TV부문 나영석PD의 대상 수상은 예상이 쉽지 않았다. 어떤 면에선 파격이라 할 만큼. ?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역대 대상은 작품, 감독, 배우에게 고루 주어졌다. TV부문 역대 대상도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작품, 배우, PD. 화제의 드라마, 해당 드라마 속 PD 또는 주연배우가 대상을 받았다. 반면 드라마가 아닌 TV예능에서 대상을 배출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예능에서 대상을 배출한 건 2008년 강호동과 2013년 유재석, 단 두 차례에 불과하다. ‘국민MC’ 강호동-유재석만이 드라마와의 경쟁을 이기고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그만큼 백상예술대상에서 예능은 드라마에 비해 홀대받은 측면이 강하다. ‘국민MC’라는 타이틀로 수년간 안방을 지배했던 강호동과 유재석만이 드라마의 파워를 이겨냈던 셈이다. 그런데 국민MC’도 아닌, 강호동도, 유재석도, 신동엽도, 이경규도 아닌 PD, 그것도 지상파가 아닌 케이블 TVN의 나영석PD가 예능을 대표해 또 한번의 역사를 쓴 것이다. 백상예술대상 최초로 예능PD가 대상을 수상했으니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백상예술대상 나영석PD, 국민PD시대를 열다?

 

이번 백상예술대상 TV부문의 경쟁이 약했던 게 아니다. TV연출상, 남자최우수상(이성민), 남자신인상(임시완)을 배출한 TVN 드라마 미생은 작품성과 화제성을 모두 잡았던 웰메이드 드라마다. TV작품상 풍문으로 들었소’, 극본상 펀치등도 마찬가지다. 이들 작품에 출연한 배우들은 어떤가. 한마디로 쟁쟁한 대상 후보들이 많았다. 하지만 역사와 권위를 자랑하는 백상예술대상도 결국 나영석PD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TVN이란 케이블 채널이 갖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꽃보다할배를 비롯한 꽃보다...’시리즈와 삼시세끼의 시청률은 지상파에서도 힘들다는 두자릿수를 늘 가볍게 뛰어넘는다. 재미와 공감, 화제성은 말할 것도 없다. 대표적인 무자극 힐링예능으로 예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웰메이드 예능의 교과서가 되고 있다. 그 중심에 나영석PD가 있으니, 그동안 예능과 예능피디를 홀대했던 백상예술대상에서도 외면만 할 수 없었던 셈이다.

 

 

 

 

또 하나 짚어볼 건, 대중이 예능PD를 바라보는 시선이다. 능력과 인지도를 갖춘 대표적인 스타PD가 나영석과 무한도전의 김태호다. 이들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단순히 예능PD의 차원이 아니다. 사실상 연예인과 동급, 그 이상으로 보고 있다. 그들이 지금껏 프로그램에 미친 영향력, 활약상을 보면, 예능PD 영역을 넘어선, 때론 MC의 자리를 보조하고 커버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와 다를 바 없었기 때문이다.

 

현재는 나영석-김태호PD가 대중에게 가장 친근하고 인지도가 높지만, 앞으론 그들을 잇는 스타PD가 대거 양산될 가능성이 높다. 관객이 영화를 선택할 때, 배우 이상으로 감독의 역량을 보듯이, TV드라마나 예능에 대한 접근도 이와 같은 현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과거엔 유재석-강호동 등 MC의 역량이 프로그램의 성패를 좌우한 측면이 강했다면, 지금은 대부분 PD의 역량에서 갈린다. 그 사실을 대중이 강하게 인식하고 있다. 이러한 시대를 앞당긴 대표인물이 나영석-김태호PD.

 

 

 

 

 

예능의 트렌드 또한 이를 뒷받침한다. ‘12’, ‘무한도전등 리얼버라이어티가 주도했던 예능은 삼시세끼’, ‘슈퍼맨이돌아왔다’, ‘진짜사나이등 관찰예능으로 점차 옮겨가는 추세다. 예능에서 리얼을 강조하다보니 점점 다큐화되는 것이다. ‘예능의 끝은 인간극장이 아닐까?’라고 예측했던 나영석PD의 말이 현실이 되고 있다.

 

예능이 지금처럼 다큐화의 과정을 밟으며 진화를 거듭한다면 결국 MC의 역량이 절대적인 진행의 영역은 대폭 축소될 수밖에 없다. 반면 PD의 역량이 투영되는 설계는 여러 각도로 변화와 확장을 거듭할 것이고. 즉 국민MC 유재석-강호동 유강시대로 대표되는 MC주도 예능에서, 나영석-김태호 등 PD주도의 예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번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나영석PD의 대상 수상은 어떤 면에선 파격이었다. MC, 출연진이 아닌 스태프, PD를 주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선택이고 결정이었다. 그의 대상수상에 대해 여론이 쉽게 납득하고 공감을 표하는 데에서도 알 수 있다. 동시에 대상을 수상한 나영석PD가 대한민국 예능은 이제 국민MC’의 시대를 마무리하고 국민PD’의 시대로 넘어가는 단계임을 공식적으로 알린 주인공이 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