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사 시청률과 김수현 매력의 상관관계?
KBS 금토드라마 ‘프로듀사’의 시청률이 예사롭지 않다?
시청률 두자릿수로 첫방송을 기분 좋게 출발한 ‘프로듀사’는 4회를 마친 현재까지, 소폭이긴 하나 매회 시청률이 상승하고 있다. 주목할 만한 사실은 지난 1,2회에 대한 시청자의 혹평이 줄을 이었음에도 불구하고 3,4회의 시청률이 올랐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연휴에는 드라마, 예능할 거 없이 대부분 프로그램이 평소보다 시청률이 떨어지는 게 일반적인 데 반해, ‘프로듀사’는 오히려 전주보다 올랐으니 고무적이라 할 만하다.
그렇다면 지난 1,2회 동안 여러 문제점을 노출하며 실망을 안겼음에도 불구하고 ‘프로듀사’의 시청률이 상승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대개 시청자는 드라마 1,2회를 보고 결정을 내린다. 계속 볼 것인지, 접을 것인지를. 때문에 다음 회의 재미를 기대하기엔 실망감이 너무 컸던 ‘프로듀사’ 1,2회를 돌아볼 때, 시청률 상승은 쉽지 않아 보였다. 그런데 왜?
일단은 드라마계의 ‘어벤져스’로 불리는 프로듀사에 대한 기대감이 아직 유효하다는 방증이다. 주인공 김수현-차태현-공효진-아이유와 ‘넝쿨째 굴러온 당신’, ‘별에서 온 그대’의 작가 박지은에 대한 시청자의 신뢰가 탄탄했음을 알 수 있다. 근래 보기 힘들었던 떼주물, 드라마계의 ‘어벤져스’라는 조합의 기대감은 초반의 실망감 정도는 극복해낸 셈이다. 지상파 3사가 치열하게 맞붙는 월화수목 10시대가 아닌, 드라마입장에선 블루오션이라 할 수 있는 금토 9시15분이란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드라마 퀄리티. 드라마 자체가 가진 힘이다. 이 부분이 시청자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면 시청자의 이탈을 막을 수 없다. 그 점에서 ‘프로듀사’ 3,4회는 1,2회에 비해 성공적이다.
프로듀사 3,4회가 지난 1,2회에 비해 특별히 재밌진 않았다. 다만 시청자가 온전히 극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게 컸다. 지난 1,2회에선 ‘다큐3일’ 버전을 앞세워 리얼리티를 살리고자 했지만 허술한 구성이 드라마의 몰입도만 떨어뜨렸다. 정극과 다큐사이에서 개연성이 불분명했던 출연진의 잦은 인터뷰는 매번 시청의 흐름을 끊는 악수가 되었다. 뿐만 아니라 배우들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재연드라마 속 삼류배우로 전락시키는데 일조했다.
다행히 3,4회에선 이 부분이 많이 개선됐다. 재미측면에서도 아무 역할을 못한, 불필요한 인터뷰장면을 배제하기 시작하면서 화면이, 장면 전환이 간결해졌다. 드라마측면을 고려할 때 다큐를 연상시키는 인터뷰장면은 아예 없애는 게 좋겠지만, 제작진이 앞으로 과연 어떤 선택을 할 진 알 수 없다. 아무튼 정신사납고 어수선했던 1,2회에 비해, 3,4회는 확실히 정돈된 느낌이 있다. 그것이 시청의 편의를 도왔다.
또한 ‘프로듀사’가 내건 예능드라마라는 모호한 장르의 혼돈이 1,2회를 지배했다면, 3,4회는 ‘드라마’에 어울리는 정체성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물론 조금 나아졌다뿐이지 완전하진 않다. ‘드라마’ 프로듀사가 시청자에게 도대체 무엇을 보여주고자 하는 지는 여전히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드라마’보단 ‘시트콤’이란 장르에 어울리는 과정을 밟고 있다. 드라마에 어울리는 주인공의 치열한 ‘무엇’이 없다. 드라마의 주인공이 품은 ‘목적’이란 게 시청자에게 쉽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그래서 4회를 마친 ‘프로듀사’는 실험적인 드라마가 될 것이란 애초의 원대한 포부를 비켜가고 있다. 일반 시청자의 눈엔 그저 뻔한, 예능국에서 짝짓기하는 드라마로 비치기 때문이다. 김수현-차태현-공효진-아이유의 4각관계가 전부인 드라마. 예능국에서 연애하는 드라마. 그것조차 매끄럽게 전개되고 있지 않다. 시청자가 러브라인을 보며 설렐 준비를 하기도 전에, 드라마속 주인공들은 이미 불이 붙은 격이다. 러브라인을 급하게 진행하다보니, 지나치게 상투적인 코스를 밟는 것도 아쉽다.
‘프로듀사’의 시청률은 결국 김수현에게 달렸다?
‘프로듀사’의 시청률이 기대이상으로 선방중인 건 사실이다. 하지만 시청률의 주된 상승요인을 재미나 내용적인 측면보단, 아직까진 배우들의 이름값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시청률의 상승폭이나 이를 뒷받침하는 화제성에서도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시청자가 4회를 마친 ‘프로듀사’를 보며 가장 궁금해하는 게 뭘까. 제작진은 러브라인으로 유도했고 성공했다. 극중에서 누가 누구와 연결될 것인가. 여기서 ‘프로듀사’ 캐스팅의 강점이 드러난다. 같은 4각관계라도 주연과 서브가 분명해 러브라인의 끝이 보이는 일반적인 드라마와 달리, ‘프로듀사’는 떼주물의 특성상 시청자는 누가 누구와 연결될 지 쉽게 예측할 수 없다. 즉 ‘프로듀사’에서 엮은 4각 러브라인은 재미와 긴장감을 자연스럽게 끌어낼 수 있다.
하지만 ‘프로듀사’의 시청률이 탄력을 받으려면 러브라인보다 필요한 게 있다. 바로 신입PD 백승찬(김수현)의 활약이다. ‘프로듀사’는 기본적으로 예능국이야기를 다룬다. 그리고 4명의 주인공중 ‘신입PD’ 김수현이 가장 시청의 몰입도가 높은, 주인공에 어울리는 포지션에 가깝다. 극중에서도 백승찬이 갑보다는 ‘을’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캐릭터마저 어리버리해서 늘 실수를 하고 손해를 본다.
그렇다면 ‘프로듀사’는 김수현이 맡은 신입PD 백승찬을 살려야 한다. 좌충우돌 성장형 캐릭터 백승찬이 중심에 서 보다 치열하게, 드라마틱한 활약을 해줘야 ‘프로듀사’가 산다. 드라마의 목적이 분명해진다. 지금처럼 어리버리한데 그것이 큰 실수없이 여유로움으로 다가오면 극의 긴장감이 살지 않는다. 안 그래도 백승찬은 답답한 주인공인데 그를 괴롭히는 절대 악역도 없다. 그래서 어리버리한 주인공의 대처는 매번 답답하고 때론 여유로워 보일 수밖에.
제작진이 백승찬 김수현의 매력을 생각만큼 끌어내지 못했다. ‘프로듀사’의 재미, 시청률, 성공적은 결국 드라마의 주인공 신입PD 백승찬(김수현)의 활약, 매력과 맞물려 있음에도 말이다. 복잡한 러브라인, 짝짓기가 아니라 백승찬의 성장이, 그가 주는 통쾌함, 활약상이 드라마의 목적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메커니즘이 시청자에게 명확하게, 매력있게 드러나는 것. 드라마 ‘프로듀사’가 중반으로 넘어가는 지금, 그 어떤 실험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