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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다큐 사랑 안현수 우나리 부부, 현실에서 드라마를 만나다

바람을가르다 2015. 5. 20. 09:14

 

 

 

 

 

MBC ‘휴먼다큐 사랑에서는 11일과 18일 총 2회에 걸쳐 두 개의 조국 하나의 사랑이란 타이틀로, 러시아로 귀화할 수밖에 없었던 비운의 천재 쇼트트랙 선수 빅토르 안안현수와 그를 다시 세계 정상에 우뚝 서게 만든 숨은 조력자 아내 우나리와의 사랑을 조명했다.

 

방송을 지켜 본 시청자의 반응은 뜨겁다. 안현수-우나리 부부를 한목소리로 응원한다. 안현수의 기적같은 재기에 찬사를 보낸다. 아내 우나리의 헌신과 사랑에 감동한다. 그리고 그들을 버린 한국빙상연맹에 대한 비난도 빼먹지 않는다. 안현수-우나리 부부가 도대체 무엇을 보여줬길래.

 

 

 

 

현실에서 드라마를 만나다

 

드라마의 주인공은 토리노 동계올림픽 3관왕 안현수다. 금메달 하나도 힘든 올림픽에서 무려 3개를 목에 걸었다. 동메달 하나까지 포함해서 메달 4. 남자가 출전할 수 있는 쇼트트랙 4종목에서 모두 메달을 목에 걸었다. 어메이징한 일이다. 어메이징 안현수다.

 

그러나 쇼트트랙은 국내에서 비인기종목에 속한다. 평소에는 무관심이다. 쇼트트랙 경기를 보기위해 빙상장을 찾는 일반팬은 거의 없다. 단지 올림픽때만 집중적으로 관심을 쏟는 스포츠. 그럼에도 태권도, 양궁과 함께 올핌픽에선 세계 최강이란 이름아래 효자종목으로 손꼽힌다. 금메달은 늘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금메달을 못따면 오히려 역적이 되고 마는 대표종목.

 

 

 

 

 

그래서 어메이징 안현수에 대한 관심은 토리노올림픽이 끝난 후 급격히 식는다. 그가 어떤 환경에서 운동을 하고 있는지 국민들은 잘 알지 못한다. 그래서일까.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선발을 두고 빙상연맹 내부에선 파벌싸움을 벌였다. 여기에 성실하게 운동하는 주인공 안현수를 괴롭히는 악역들도 등장한다. 불공정한 견제를 하고 때론 승부조작을 요구한다. 불응하면 폭언과 구타를 서슴지 않는다.

 

보통 실력의 선수가 아닌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3개나 딴 주인공마저 어른들의 탐욕에, 파벌싸움의 희생양이 된다. 온전히 훈련에 매진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더 이상 경기를 즐길 수도 없었다. 주인공은 방황한다. 그리고 찾아온 왼쪽 무릎의 치명적인 부상과 소속팀의 해체. 하루아침에 백수로 추락하고 만다. 그렇게 또 한명의 빙상 천재는 길을 잃었다. 물론 그 사실을 아는 국민은 거의 없었다. 관심이 필요할 때 비인기종목의 한계와 설움은 그렇게 소리없이 아프게 스며든다.

 

그런데 팬이라고 찾아온 여자, 드라마로 치면 여주인공이 있었다. 우나리. 지금의 아내. 그녀는 안현수의 팬으로 10년 넘게 멀리서 그를 지켜보고 응원해왔다. 그런데 안현수에게 위기가 찾아왔음을 알고 용기를 낸 것이다. 학창시절부터 배우를 꿈꾸던 그녀 또한 기획사의 부도로 좌절하고 방황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래서 당시 안현수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해줄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주인공은 자신이 좋아한 쇼트트랙에서 받은 상처를 한 여자의 사랑을 통해 치유하기 시작한다. 그러나 상처가 치유될수록 쇼트트랙에 대한 갈증을 더욱 커져갔다. 이대로 운동을 포기할 수 없는 주인공. 하지만 치명적인 부상 경력은 그의 발목을 잡고, 여전히 그를 견제하는 악역들이 빙상연맹에서 힘을 쓰고 있었다. 결국 국내에서 재기는 사실상 힘들었다.

 

그런 그에게 러시아에서 손을 내민 것이다. 소치올림픽을 준비하는 러시아입장에선 모든 종목에서 성과를 내는 게 목표였다. 월드스타 안현수를 귀화시킬 수 있다면, 불모지였던 쇼트트랙에서도 메달사냥이 가능할 것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안현수는 러시아로 떠나는 마지막 순간까지 갈등했다. 한국에 남아 운동을 계속할 수만 있다면 러시아행을 포기할 수 있었다.

 

불행하게도 조국은 안현수를 품지 못했다. 오히려 대한빙상연맹은 그의 러시아행을 방해했다. 러시아빙상연맹에 연락을 취해, 제발 안현수를 받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을 정도면 대한빙상연맹의 수준을, 추악함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피부도, 언어도, 문화도 다른 러시아에서 안현수를 편견없이 받아주었다. 오직 안현수의 능력, 재기를 향한 열정만을 보았다.

 

 

 

 

모든 게 순조로우면 드라마가 아니다. 주인공은 운동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받았지만 낯선 이국땅에서 재기를 꿈꾼다는 건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부상까지 달고 있는 상황에선 더욱. 성적이 좋게 나올 리 만무했다. 심지어 여자선수보다 기록이 안 나왔을 정도니 심각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를 따뜻하게 받아줬던 러시아연맹과 선수들조차 차갑게 느껴졌다. 극복해야 할 또 하나의 적이 생겼다. 바로 외로움.

 

주인공은 반년만에 이별했던 여주인공을 다시 찾았다. 안현수는 자신의 불투명한 미래에 사랑하는 여친 우나리를 끌어들여 고생시킬 수 없다면서 드라마같은 이별을 얘기했었다. 하지만 안현수의 기약없는 이별선언은 우나리에게 사랑이 아니었다. 실망이고 아픔이었다. 어떤 힘든 상황도 사랑으로 함께 극복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런 우나리의 마음을 안현수가 이해하는 데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던 셈이다.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 러시아에서 재회한 커플. 서로의 소중함을 알았다. 두 사람은 혼인신고부터 했다. 비밀결혼을 선택했다. 안현수는 반드시 재기해 아내를 세상에 당당하게 소개하리라 마음먹는다. 안현수의 아내가 된 우나리는 남편의 선택을 따르며 헌신적인 사랑으로 그를 도왔다. 부부임에도 따로 떨어져 지낼 수밖에 없는 열악한 상황이었지만 사랑으로 이겨냈다. 그런 아내의 사랑이 남편을 강하게 만들고 있었다. 바닥을 쳤던 몸이 조금씩 올라오기 시작했다. 국제대회에 나가 성적을 낼 수 있을 만큼.

 

 

 

 

 

드디어 2014 소치동계올림픽. 아내는 말했다. 성적에 연연하지 말자고. 하지만 남편의 마음가짐은 달랐다. 더 큰 꿈이 있었다. 그것은 자신만의 것이 아닌, 함께 고생한 아내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이루고 싶은 꿈이었다. 그리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기적같은 일이 벌어졌다. 8년 전 토리노의 재현이었다. 주인공은 이번에도 3개의 금메달과 1개의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다른 게 있다면, 시상식장에서 안현수가 아닌 빅토르안이란 이름이 불렸고, 태극기가 아닌 러시아의 국기가, 애국가가 아닌 러시아의 국가가 울려 퍼졌다는 사실이다.

 

주인공 빅토르안, 어메이징 안현수는 2014 소치동계올림픽 최고의 스타로 등극했다. 그의 재기와 성공을 국내뿐 아니라 러시아를 비롯한 해외에서도 주목하고 찬사를 보냈다. 덕분에 국내에선 빙상연맹의 파벌싸움이 부른 참사를 국민들이 피부로 목격한 계기가 됐다. 국민 대다수가 빅토르 안을 배신자라고 부르지 않았다. 오히려 그에게 박수를 보냈다. 대신 모든 비극의 원흉, 악의 축이 된 빙상연맹을 질타했다.

 

한편 빅토르안 안현수를 응원하던 여자가 화제가 됐다. 그녀가 안현수의 아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많은 이들이 또 한번 놀랐다. 그녀가 세상에 알려지는 건 안현수가 준비했던 소치올림픽 해피엔딩의 마지막 퍼즐조각이었음을 몰랐기에 더욱. 그렇게 안현수-우나리표 사랑이란 드라마는 숱한 고비를 넘어 멋지게 완성됐다.

 

 

 

 

 

사실 MBC ‘휴먼다큐 사랑-두 개의 조국 하나의 사랑편을 보기 전엔, 빅토르안 안현수의 재기 그리고 소치올림픽에서의 성공을 그다지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다. 토리노올림픽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안현수는 그만큼 기본적으로 실력이 뛰어난, 천재형 선수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세계정상에 오를 수 있는 선수. 그래서 소치올림픽 3관왕이 어색하지 않은 선수.

 

하지만 착각이었다. 올림픽챔피언이 가능했던 이유는 따로 있었다.

안현수의 좌절과 방황이 예상밖에 너무 길었다. 빙상선수에게 치명적인 무릎부상이 있었다. 나이는 이미 전성기를 지났다. 훈련은 낯선 이국땅에서. 메달은 커녕 올림픽무대에 다시 선다는 게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안현수는 보란듯이 세계 최정상의 자리에 재등극했다. 그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고 안현수가 기적을 연출할 수 있었던 힘은, 그가 말한대로 위대한 사랑’이었다.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우나리라는 여자를 만났고, 그녀의 믿음과 헌신적인 사랑이 있었기에 빅토르안 안현수의 기적같은 재기, 성공이 가능할 수 있었다. 비현실적인 드라마가 현실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