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및 드라마

프로듀사를 향한 혹평, 제작진의 착각이었나

바람을가르다 2015. 5. 17. 13:57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거 없다.’

 

화제의 드라마 프로듀사’ 1회에 대한 대체적인 평가가 그랬다. 그도 그럴것이 연기력은 물론, 시청률보증수표로 불리는 김수현-차태현-공효진에 아이돌스타 아이유가 합류했다. 작가는 넝쿨째 굴러온 당신’, ‘내조의 여왕등을 히트시킨 박지은. 감각적인 연출이 빛나는 표민수PD개그콘서트 서수민PD의 지원사격. 출연진 및 제작진의 조합를 보면, 드라마 프로듀사를 어벤져스에 빗대는 것도 무리라고 볼 순 없었다. 그만큼 시청자의 기대감도 매우 컸다. 이를 반영하듯 첫방송 시청률이 10%대로 무난함 이상이다. 그런데 첫방송 이후 언론과 시청자의 혹평이 줄을 이었고,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거 없다.’로 귀결됐다.

 

 

 

 

 

제작진의 착각이었나, 도대체 뭐가 문제였을까

 

일단 크게 보면 프로듀사라는 드라마의 정체성이다. ‘프로듀사는 리얼예능드라마를 표방한다. 방송사 예능국이야기를 사실적으로, 리얼하게 다루겠다는 기획의도가 이를 뒷받침한다. 제작진들이 잘 아는 소재인만큼 강점은 분명 드러나기 마련이다. 문제는 접근방식이다. KBS프로그램인 다큐3을 드라마에 차용하며 리얼리티를 강조하려 했지만, 오히려 드라마의 전개, 흐름을 끊는 악수가 되고 말았다. 시청자가 가장 지루해하는 설명이란 걸 배우들이 중간 중간 인터뷰형식으로 하고 있으니 맥이 끊기는 건 당연하고, 재미는 자취를 감춘다.

 

물론 프로듀사처럼 드라마에 다큐를 입혀 성공한 드라마가 있다. 대표적으로 미드 시트콤 오피스가 그렇다. ‘오피스는 무미건조한 사무용지 판매 회사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다룬 시트콤이다. ‘프로듀사가 예능국의 해프닝을 다루듯이. 그래서인지 프로듀사를 보면 오피스가 연상된다. 다만 오피스가 순간순간 배꼽잡는 재미가 있는 반면, ‘프로듀사는 예능드라마를 표방하고 있음에도 웃음, 재미와는 꽤나 거리가 멀었다. ?

 

 

 

 

 

시트콤이 그렇듯 미드 오피스는 공간이 굉장히 타이트하다. 사무실 한곳에 주인공인 스티브 카렐을 비롯해 주요 등장인물들이 모두 모여 있다. 그래서 인터뷰방식을 드라마에 접목해도 무리가 없다. 드라마가 헐거워지지 않는다. 중간에 인터뷰가 삽입되도 장소이동이 많지 않기 때문에 이야기의 흐름, 연속성에 별다른 피해를 주지 않는다. 반면 프로듀사는 예능국의 이야기를 다루지만, 방송사만 해도 장소가 크고 갈 곳이 많다. 촬영 장소의 이동이 매우 심한 편이다. 중간에 삽입되는 출연진의 인터뷰와 함께 장소가 곧잘 바뀐다. 그러니 필요성이 불분명한 인터뷰때문에 오히려 드라마의 맥이 끊긴다는 인상을 주고 만다.

 

그 뿐인가. 미드 오피스에서 인터뷰는 웃음유발의 효과적인 장치로 쓰인 반면, ‘프로듀사에선 김수현-공효진-차태현을 어설픈 3류 재연배우로 만든다. 마치 배우가 아닌 진짜 PD들의 어색함을 흉내내기 위한 어색한 연기를 하고 있다랄까. 이것 또한 장르의 정체성에서 오는 문제다. 미드 오피스처럼 시트콤, 예능을 지향했다면 인터뷰장면도 얼마든지 과장과 속임에 의한 웃음유발 소스로 활용할 수 있다. 그런데 프로듀사는 리얼리티와 드라마도 함께 강조하다보니 인터뷰도, 캐릭터도 다큐의 틀을 쉽게 벗지 못한다.

 

 

 

 

 

캐릭터들은 어떤가. 참 무매력들이다. 한마디로 무매력의 어벤져스?

 

김수현은 연기를 참 잘하는 젊은 배우다. 어떤 캐릭터를 맡아도 능수능란하게 자기 것으로 만든다. 그렇다면 이번 연기변신은 어땠나. 어리버리한 예능국 신입PD 백승찬. 김수현의 연기가 나쁘다고 볼 순 없다. 단지 어리버리한 백승찬은 남자주인공으로서 매력이 떨어진다. 오히려 느릿느릿한 말투와 행동을 보면 답답해서 채널을 돌리고 싶을 정도. 통쾌하거나 시원한 맛이 없는, 2회까지 지켜본 결과 백승찬이란 주인공 캐릭터는 무매력을 넘어 마이너스 매력인 상황.

 

백승찬 김수현과는 반대로 라준모PD 차태현과 탁예진PD 공효진은 익숙한 느낌이다. 좌충우돌하는 캐릭터 전문 차태현. 쿨한 것 같지만 까칠한 공효진. 시청자에게 꽤나 익숙하다. 때문에 캐릭터와의 이질감은 없다. 대신 신선함과는 거리가 멀다. 캐릭터의 반전이 없거나 재밌는 에피소드가 동반되지 않는 한, 자칫 드라마를 지루하게 만드는 원흉이 될 수 있다. 신디역에 아이유는 어떤가. 캐릭터에 녹아들지 못하고 겉도는 인상이다. 마치 아이유와 시스루가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프로듀사의 반전, 희망요소는 없나?

 

프로듀사1회보다 2회가 좋았던 건 드라마의 측면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1회엔 예능국을 중심으로 지나치게 리얼리티를 쫒다가 드라마가 죽었다. 드라마적인 재미를 기대했다가 실망한 시청자를 양산했다. 그렇다고 다큐3의 재미를 살린 것도 아니다. 리얼리티를 강조하다가 예능의 재미도 살리고자 캐릭터들의 과장된 언행도 양념처럼 등장한다. 한마디로 일관성이 없었다. 게다가 그 과장된 언행들이 재미로 연결되지도 못했으니 총체적 난국이었다.

 

 

 

 

2회에서도 캐릭터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눈에 들어오는 캐릭터가 없다. 주조연 할 거 없이, 여전히 예상가능한, 유치한 말장난 수준에서 캐릭터의 뼈대 및 재미의 살점을 붙이려 애쓰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다큐의 지루함을 이겨낸 드라마의 부활이다. 윤여정을 중심으로 한 예능퇴출 에피소드의 재미와 공감도가 높았다. 김수현-아이유, 공효진-차태현으로 맺어진 1차적인 러브라인 구도가 수면위로 오른 것도 드라마의 관점에서 기대감을 높인다.

 

그렇다. ‘프로듀사의 희망요소는 드라마에서 찾아야 한다. 어설픈 예능과 다큐의 짬뽕, 예능드라마라는 실험은 잠시 접고, 먼저 주인공들을 무매력에서 건져내는 일이 시급하다. 캐릭터가 살아야 드라마가 살고, 드라마가 살아야 다양한 실험도 가능하지 않겠나. 예능국에서 벌어지는 신선한 에피소드만으로도 지금처럼 다큐나 예능에 집착할 필요가 없을 것 같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