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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사람들 2015, 태생적인 한계를 극복하려면?

바람을가르다 2015. 5. 8. 13:45

 

 

 

 

 

경찰청사람들 2015’2회 만에 악재를 만났다. 출연중인 박모 경사가 여대생 A씨를 성추행한 혐의로 서울경찰청 특별조사계에서 조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로보캅이라 불리는 몸짱 박모 경사는 경찰청사람들 2015’를 통해, 4년 연속 전국 범인 검거 1위에, SNS 팔로워만 10만 명이 넘는 스타경찰로 소개된 바 있다.

 

일단 제작진은 8일 방송된 경찰청사람들 2015’ 2회에서 박모 경사의 분량을 통편집함으로써 관련 논란에서 비껴가고자 노력했다. 그럼에도 야심차게 돌아온 경찰청사람들 2015’에 있어, 박모 경사의 성추행 혐의는 진위여부를 떠나 상당한 타격임은 분명하다. 관련기사에 쏟아지는 네티즌의 비웃음, 비난만 봐도 알 수 있다.

 

불행중 다행인 건, ‘경찰청사람들 2015’가 아직 2회밖에 방송되지 않았다는 점. ‘경찰청사람들이 다시 방송을 시작했는지 모르는 시청자도 꽤 많다. 때문에 박모 경사의 성추행 혐의가 기사화되고 대중에게 알려진 건, 어떤 면에선 뜻밖의 홍보효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즉 박모 경사 사건이 타격이긴 하나 경찰청사람들 2015’의 존폐를 좌우할 정도는 아니다. 프로그램이 시청자에게 재밌다, 유익하다는 인식을 줄 수 있다면, 위기는 곧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지난 2회 동안 방송된 내용은 어땠나. 시청자를 붙잡을 만한 경쟁력이 있는가. ‘경찰청사람들16년 만에 안방으로 돌아올 만한 이유가 있었는가. 아쉽게도 아직까진 발견할 수 없다.

 

MBC ‘경찰청 사람들90년대 방영 당시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 이유는 신선함이었다. 기존 수사반장같은 드라마도 경찰청사람들처럼 실제 사건을 극화한 것이다. 하지만 경찰청사람들은 배우가 아닌 현직 경찰들이 출연했고, 드라마와 다큐를 적절히 혼합해 만들었기에 당시엔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러나 경찰청사람들이 성공한 후,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이 우후죽순 쏟아졌다. 케이블, 종편방송 등 채널수가 늘어나면서 더욱. 시청자가 질려버릴 정도로 말이다. 더 이상 새롭지도 않고, 궁금한지도 않은 매력없는 포맷이 된 셈이다. 그러한 약점에도 불구하도 경찰청사람들 2015’로 돌아온 것이다. 제작진은 그 이유, 성공가능성을 업그레이드에서 찾았다.

 

 

 

 

과거에 비해 범죄는 더욱 치밀하게 진화했기 때문에, 범죄 피해 예방차원에서도 경찰청사람들 2015’는 제작할 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 여기에 새로운 재미를 보강하기 위해 MC로 이경규를 내세웠고, 현직 경찰들과 스튜디오에서 실제 사건을 추리하면서 과거 방송과 차별을 두었다. 기대이상으로 이경규의 진행은 유연하고 출연한 경찰들의 입담도 수준급이다. 그렇게 표면적으론 분명 눈에 보이는 변화가 느껴진다.

 

문제는 재미다. 차별, 변화 이상으로 중요한 재미. 이 부분이 매우 취약하다. 예를 들어 간단한 영상과 함께 사건이 소개된다. 근데 지금껏 방송된 사건 모두 웬만한 성인 시청자라면 다음 영상이 필요 없을 정도다. 경찰이 아니더라도 누가 범인이며, 왜 범죄를 저질렀는지 알아 맞출 수 있을 정도로 쉽다. 이미 답이 나와 있는데, 굳이 재연드라마를 볼 필요가 있을까. 흥미를 느낄 수 있을까.

 

 

 

 

즉 제작진이 밝힌 과거보다 치밀하게 진화한 범죄에 어울릴 만한 사건, 일반 시청자가 범죄 피해 예방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만한 사건들을 많이 다뤄야 한다. 그 점에서 몸캠 피싱 사건은 유익했지만, 서유리가 주연으로 나온 단기간에, 여러 개의 고액보험을 들고 내연남과 함께 남편을 살해하려 한 아내사건은 너무 식상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의 단골소재가 수억대 보험금을 노린 배우자 살해사건이 아니던가.

 

하지만 보험금을 노린 살인사건을 다뤄도 SBS ‘그것이 알고 싶다MBC ‘경찰청사람들 2015’보다 재밌는 이유, 시청자가 더 관심을 갖는 이유가 있다. ‘그것이 알고 싶다는 미제사건을 다루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그것이 알고 싶다에선 누가 봐도 여자를 살해한 범인은 남편인데, 법적으로는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죄가 되는 억울한 이야기를 담는다. 그래서 시청자는 분노한다. 인간의 추악한 모습에, 제대로 응징하지 못한 대한민국 법에도 분노한다. 동시에 두려움마저 느낀다.

 

 

 

 

반면 MBC ‘경찰청사람들 2015’는 이미 해결된 사건을 다룬다. 대표적인 권선징악 프로그램이다. 시청하면서 두려움이나 걱정이 없다. 죄를 지은 자는 반드시 경찰에게 잡히고 대가를 치루기 때문이다. 때문에 웬만해선 재연드라마를 통해 긴장감을 느낄 수 없고, 그렇다고 끝난 후에 통쾌함도 없다. 이미 결과를 알고 시청했기 때문이다. ‘권선징악그래서 태생적으로 경찰청사람들 2015’그것이 알고 싶다를 이길 수 없다. 현재의 시스템에선 그렇다. 특별한 어떤 것이 없는 한.

 

예전에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다가 폐지된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일밤 이경규의 몰래카메라. 그런데 수년 뒤 돌아온 몰래카메라로 일밤에서 부활했다. 과거보다 훨씬 스케일이 커진 몰래카메라로 말이다. 원조 몰래카메라는 샴푸하나면 유열을 속이고 시청자를 배꼽잡게 만들기 충분했다. 그러나 돌아온 몰래카메라는 회당 제작비부터 엄청났다. 그만큼 참여하는 인원, 장소 등 스케일은 훨씬 커져서 돌아왔다. 덕분에 돌아온 몰래카메라는 한동안 침체됐던 일밤을 먹여 살렸다.

 

 

 

 

공교롭게도 그 당시 일밤 돌아온 몰래카메라의 PD가 현재 경찰청사람들 2015’PD 김유곤이다. ‘몰래카메라에 이어 김유곤과 이경규가 경찰청사람들 2015’로 다시 뭉쳤다. 덕분에 좋은 호흡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경찰청사람들 2015’가 흥하려면 돌아온 몰래카메라처럼 파격적인 무언가가 필요하다. 다루는 사건의 선택도 중요하지만, 프로그램을 교양으로 갈 것인지, 드라마 혹은 예능으로 갈 것인지 보다 분명한 노선도 필요하다. 물론 이제 시작이라 시행착오의 시간도 필요하다. 단지 아빠어디가의 김유곤PD와 예능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이경규조합이라 좀 더 기발한 무언가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