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를부탁해 썸남썸녀 동상이몽, 적절한 편성이었나
SBS 예능 봄개편이 마무리됐다. 일단 토요일 9시대에 편성됐던 ‘아빠를 부탁해’가 종영한 일요일이 좋다 ‘K팝스타4’의 자리로 이동한다. ‘아빠를 부탁해’와 함께 설연휴에 방송돼 화제를 모았던 ‘썸남썸녀’는 ‘룸메이트’ 후속으로 화요일 11시대로 결정됐다. 그리고 유재석-김구라의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는 ‘아빠를 부탁해’를 대신해 토요일 9시대를 책임진다.
표면적으로 볼 때, 교통정리가 꽤 깔끔하게 된 인상이다. 하지만 SBS측이 이들 프로그램을 놓고 최적의 요일과 시간대를 고심한 흔적도 엿볼 수 있다. 단적인 예로 토요일 9시대에 편성됐던 ‘아빠를 부탁해’가 한달만에 일요일 저녁 ‘일요일이 좋다’로 옮겨간 것에서 알 수 있다. ‘아빠를 부탁해’가 토요일 9시대에선 경쟁력이 없음을, 편성 실수를 인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번 개편을 성공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일단 ‘아빠를 부탁해’를 일요일이 좋다의 자리에 배치한 것은 탁월한 선택으로 보인다. ‘K팝스타4’의 자리도 좋고, ‘런닝맨’과 1,2부 자리를 바꾸어도 크게 문제가 없을 만큼 일요일 저녁시간대엔 경쟁력이 있다. 그것은 ‘아빠를 부탁해’가 가족예능이면서도 무자극 예능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심심할 수 있다. 하지만 일요일 저녁이기 때문에 그것조차 장점이 될 수 있다.
일요일 저녁 5시부터 8시까지는 덜 자극적인 방송, 가족이 함께 보기에 편안한 방송을 찾기 마련이다. 아무리 재미가 있어도 설정이나 과정이 불편하면 시청자는 채널을 돌리기 쉬운 시간대다. 그래서 예능임에도 리얼에 집착하고, 설정, 조작 등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해피선데이 ‘슈퍼맨이돌아왔다’ 아이들의 거짓없는 순수함이 사랑받을 수밖에 없는 요일과 시간대다.
‘아빠를 부탁해’도 ‘슈퍼맨이돌아왔다’와 크게 다르지 않다. ‘K팝스타’나 ‘복면가왕’같은 경쟁이 아닌 상생, 관계의 힘으로 재미를 추구한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긴장감이나 재미가 좀 떨어질 순 있어도 시청하기엔 매우 편안한 프로그램이다. 그런 ‘아빠를 부탁해’를 토요일 밤 9시대에 놓았으니 성공 확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주말 저녁은 전반적으로 무자극 예능이 대세다. 즐거움과 편안함을 추구한다. 하지만 사람이기 때문에 자극적인 것도 찾는다. 무자극 예능을 2시간가량 본 시청자가 8시를 넘긴 시간에 찾는 건 자극적인, 막장드라마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래서 ‘아빠를 부탁해’는 토요일 9시대가 아닌, 일요일 5~7시대가 어울리는 것이다. 최소한 그 시간대에서 경쟁을 해야 경쟁‘력’이란 걸 확보할 수 있다.
‘아빠를 부탁해’가 일요일이 좋다의 시간대로 이동한 건 최선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썸남썸녀’와 ‘동상이몽’이다. 위와 같은 개념에서 접근하면, 당연히 ‘썸남썸녀’는 토요일 밤 9시가, ‘동상이몽’은 화요일 밤 11시가 더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채정안의 재발견으로 화제를 모았던 ‘썸남썸녀’의 경우, 솔로 남녀 스타들이 '썸을 넘어 진정한 사랑 찾기'란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동고동락하며 펼쳐내는 솔직하고 진솔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추구한다. 반면 유재석-김구라의 ‘동상이몽’은 사춘기 초중고 일반인 10대 자녀와 부모가 갖고 있는 고민들을 허심탄회하게 풀어내는 프로그램이다. 과연 토요일 밤에 어떤 프로그램이, 예능이 더 어울릴까.
‘썸남썸녀’나 ‘동상이몽’ 모두 주말 막장드라마와의 경쟁에선 힘을 발휘하기 쉽지 않은 건 사실이다. ‘아빠를 부탁해’ 정도만 시청률이 나와도 성공이라 할 수 있을 만큼. 다만 ‘썸남썸녀’의 경우, ‘동상이몽’에 비해 예능적 재미를 살리기에는 더 적합하다. 포커스를 성인취향에 맞추다보면, 막장드라마는 아니어도 드라마틱한 관계, 재미를 뽑기에는 유용하기 때문이다.
반면 ‘동상이몽’의 경우, 주말 밤과 고민상담이란 콘셉트가 그다지 궁합이 좋다고 볼 수 없기에 다소 아쉽다. 오히려 화요일 밤 11시대에 편성됐다면 강호동의 ‘우리 동네 예체능’과 맞붙는 거라, 국민MC 유재석과 강호동의 매치업이란 점 등 흥미를 끌만한 요소들이 많아 프로그램도 쉽게 부각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현실은 시청률과 재미 모두 놓친 ‘룸메이트’ 후속으로 비슷한 인상을 주는 ‘썸남썸녀’가 들어가는 것이다. ‘썸남썸녀’로선 같은 시간대에서 실패한 전작 ‘룸메이트’의 이미지를 지워야 할 과제를 하나 더 떠안은 셈이다. 마찬가지로 ‘동상이몽’ 유재석은 ‘무한도전’이 끝나고 한 시간 뒤에 또 다시 시청자와 마주하는 상황이라, 프로그램의 성패와 관계없이 이미지 소모측면에서 부담을 안게 됐다.
변경된 편성에 따라 25일부터 SBS예능은 새로운 도전과 경쟁을 시작한다. 일요일 저녁 일요일은 좋다에 투입시킨 ‘아빠를 부탁해’를 보면 적재적소란 말이 떠오른다. 그러나 화요일 밤 11시대 ‘썸남썸녀’와 토요일 밤 9시대 ‘동상이몽’은 서로 위치가 바뀐 건 아닐까란 생각이 먼저 드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결과는 알 수 없다. 과연 이번 편성이 어떤 결과를, 희비를 낳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