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를부탁해-복면가왕, 엇갈린 희비와 해법은?
지난 설연휴 시청자로부터 가장 주목을 받았던 파일럿 예능프로그램은 SBS ‘아빠를 부탁해’와 MBC ‘복면가왕’이었다. 그리고 이들 프로그램은 봄개편과 함께 정규편성을 받았다. 그렇다면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시작한 프로그램에 반응은 어떨까? 닮은 듯 다른, 묘하게도 엇갈리고 있다. 무엇이?
먼저 ‘아빠를 부탁해’가 토요일 밤 9시에 시작을 했다. 반응이 나쁘다고 볼 순 없다. SBS주말드라마의 시청률이 2~3%에 불과했던 걸 감안하면, 6% 후반을 찍고 있는 ‘아빠를 부탁해’는 선전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동시간대 방영중인 MBC 주말드라마 ‘장미빛연인들’이 약 30%에 가까운 시청률인 걸 감안한다면 뒤늦게 합류한 ‘아빠를 부탁해’의 힘든 싸움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
다만 설연휴에 보였던 시청률, 화제성이 너무 강력했던 터라, 6%대에 머물고 있는 ‘아빠를부탁해’의 시청률이 만족스럽지 못한 건 부인하기 힘들다. 벌써부터 프로그램의 한계를 지적하며 경쟁력이 없다는 섣부른 시선도 나타나고 있다. 정말 ‘아빠를부탁해’는 명절용에 불과했을까.
반대로 시청률 6.1%로 시작한 MBC 일밤 ‘복면가왕’에 대한 언론과 시청자의 칭찬은 쏟아지고 있다. 벌써부터 ‘대박’이란 수식어를 가져다 붙일 정도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아빠를부탁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일밤 1부 애니멀즈가 시청률 2~3%를 오가며 고전하다가 폐지됐다. 그 자리에 ‘복면가왕’이 들어온 것이다. 즉 애니멀즈가 부진했던 것이지, 복면가왕 6.1%는 기본적으로 나와줘야 하는 시간대고 시청률이다. 일밤 1부를 책임졌던 ‘아빠어디가’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아빠를부탁해’의 6%나 ‘복면가왕’의 6%나 크게 다르지 않다. 프로그램이 유지되기 위해 기본적으로 최소한 나와줘야 하는 시청률이 나와준 것뿐이다. 그럼에도 왜 ‘아빠를부탁해’와 ‘복면가왕’을 바라보는 시선이 다를까. 왜 같은 시청률 6%를 놓고, 한쪽에선 한계를, 다른 한쪽에선 대박을 얘기할까.
바로 기대감이다. ‘아빠를부탁해’는 시청률이 반등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주말드라마 ‘장미빛연인들’이 장악한 시간대에서, 뺏어올 시청률도, 새롭게 쥐어짜낼 시청률도 많지 않다. 반면 ‘복면가왕’의 경우, 시청률이 오를 여지가 있다. 동시간대 방영중인 해피선데이 ‘슈퍼맨이돌아왔다’의 위력은 한풀꺾인 상황이고, 비슷한 유형의 예능 일요일은좋다 ‘k팝스타4’는 곧 종영한다. 즉 ‘복면가왕’은 시청률면에서 호재가 많다. 시청률이 부르는 기대감에서 ‘아빠를부탁해’와 ‘복면가왕’의 희비는 엇갈린다.
SBS예능국의 판단미스다. 처음부터 잘못된 편성이었다. ‘아빠를부탁해’는 일요일이좋다 시간에 편성해야 했다. 차라리 ‘k팝스타4’가 종영할 때까지 기다려야 했다. 그랬다면 지금처럼 고전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설연휴때의 화제성과 시청률을 고스란히 넘겨받을 가능성이 높았다. 왜?
이유는 요일과 시간대에 있다. 일요일 저녁은 매우 특수한 시간대다. 온 가족이 보는 시간대. 덜 자극적이어야 하는 시간대. 그래서 뭐만 해도 논란이 되기 쉬운 시간대다. ‘애들이 따라할까 무섭다.’ 한마디로 설명되는 시간대다. 강호동이 이끌며 시청률 약 40%에 육박했던 국민예능 ‘1박2일’도 수없이 시청자에게 지적받고 혼났던 시간대다. 그만큼 조심해야 하는, 불편함이 없어야 하는, 자극이 없는 재료로 예능을 만들어야 성공할 수 있다.
그래서 ‘아빠를부탁해’가 경쟁력이 있는 요일이고 시간대다. 자극이 없는 재료인 ‘아빠와 딸’의 관계로 이야기를 만들기 때문이다. 공감이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설연휴에도 ‘아빠를 부탁해’는 6시에 방송해서 효과를 크게 보았다. 그런데 주말 밤 9시에 편성했으니 위력이 반감될 수밖에 없다.
주말 9시는 이미 막장드라마가 대세가 된 시간이다. 시청자가 이미 드라마 그리고 자극에 길들여져 있다. 여기에 무자극 예능 ‘아빠를부탁해’를 편성했으니 시청자 입맛을 충족시키긴 버겁다. ‘개그콘서트’마저 성적인 농담을 주저하지 않을 정도로 저녁에서 밤으로 넘어가면 시청자는 자극적인 걸 찾는다. 밤 9시를 넘기는 순간 무자극 ‘아빠를부탁해’는 시청자에게 예능이 아니라 다큐로 인식된다.
‘아빠를부탁해’는 분명 경쟁력이 있다. 그러나 9시 주말 막장드라마를 상대로는 제대로 힘을 발휘할 수 없는 포맷이다. 그렇다면 답은 나와 있다. 시간대를 일요일 저녁, ‘일요일은좋다’의 시간대로 옮기는 것이다. 다행히 ‘k팝스타4’가 종영한다. 잘못된 편성이 가져온 위기를 돌파하는 해법은, 실수를 빠르게 인정하고 과감하게 결단을 내리는 것이다. ‘아빠를부탁해’를 위해서도, SBS예능을 위해서도 최선은 어쩌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