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1988 혜리 여주인공 캐스팅논란 부를만한 이유?
올 하반기 방송예정인 tvN ‘응답하라 1988’에 걸스데이 혜리가 여주인공으로 캐스팅됐다는 기사가 나와 논란을 낳고 있다. 오늘 한 매체는 혜리가 정은지-고아라를 잇는 ‘응답하라’시리즈의 여주인공으로 내정됐다는 소식을 알렸다. 그러나 ‘응답하라 1988’를 준비중인 신원호PD는 혜리의 여주인공 내정설에 대해, 아직 아무것도 결정된 게 없다는 입장을 표했다.
신원호PD는 정말 많은 배우들을 만나고 있다면서, 현재 성동일-이일화외에는 출연을 확정한 배우가 없음을 밝혔다. 방송까지 충분한 시간이 남아 캐스팅작업에 신중을 기할 것이라면서도, 출연 배우에 대한 조건도 덧붙였다. 첫째 캐릭터에 적합해야 하고, 둘째 연기를 잘 해야 한다는 것. 그만큼 연기가 되는, 기본에 충실한 배우를 찾겠다는 의사를 확실히 전했다.
신원호PD의 속시원한 해명으로 걸스데이 혜리의 tvN드라마 ‘응답하라 1998’ 여주인공 내정설은 사실무근으로 일단락됐다. 그런데 굉장히 흥미로운 사실은, 혜리의 여주인공 확정 기사에 달린 네티즌의 반응이다. 대다수가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그렇다면 왜 네티즌은 응답하라시리즈에 혜리가 여주인공이 되는 걸 강하게 반대할까.
일단은 혜리가 걸스데이라는 아이돌출신의 배우이기 때문이다. 다수의 네티즌은 아이돌이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다. 특히 기대가 큰 작품일 경우에 더욱. 지난 번 ‘노다메 칸타빌레’를 리메이크한 ‘내일도 칸타빌레’에 여주인공으로 소녀시대 윤아가 캐스팅됐을 때, 반대 여론이 엄청났다. 결국 윤아는 출연을 포기했고 여주인공은 심은경의 차지가 됐다.
‘응답하라시리즈’에 대한 관심과 기대는 ‘노다메칸타빌레’를 뛰어 넘는다. 그래서 이번 ‘응답하라 1988’의 캐스팅에도 네티즌은 촉각을 곤두세운다. 내가 좋아하는, 기대하는 작품에 좋은 배우가 캐스팅이 되길 바란다. 그리고 그 첫번째가 주인공으로 아이돌은 아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인기는 있되 연기력이 부족한 아이돌이 무임승차하듯이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등장해, 드라마의 몰입을 방해할까 걱정한다.
걸스데이 혜리가 ‘응답하라 1988’ 여주인공으로 적합한가. 혜리의 연기력에 대해선, 그녀가 최근 출연한 드라마 ‘지킬 하이드, 나’와 ‘선암여고 탐정단’으로 시청자가 1차 검증을 마친 상황이다. 그리고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드라마의 여주인공을 소화할 만한 연기력도, 존재감도 아직은 부족하다는 평이 많다. 그런데 올 하반기 최고 기대작 중 하나인 ‘응답하라 1988’ 여주인공을 혜리가 맡는다? 네티즌의 반발이 거센 것도 이해가 된다.
사실 걸스데이 혜리에 대한 대중의 호감도는 꽤 높은 편에 속한다. 지난 해 일밤 진짜사나이 여군특집에서 보여준 매력이 무시무시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혜리와 소속사측은 갑자기 다가온 대중적 인기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다. CF광고는 많이 찍었지만, 정작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 이미지메이킹엔 실패했다. 여군특집 이후가 없었다.
오히려 혜리는 방송과 연말시상식 등 행사를 돌며 진사에서 보여준 혜리애교를 남발하는 악수를 두었다. 물론 혜리가 원해서가 아니라 혜리를 부른 쪽에서 ‘이이잉~’ 애교를 요구했겠지만, 시청자는 그것까지 고려하지 않는다. ‘그만 좀 시켜라, 지겹다.’는 반응이 쏟아졌을 정도니, 애교로 흥한 혜리 애교로 망해도 할 말 없을 지경이었다. 그만큼 이미지소모가 과했다.
그렇다면 혜리가 소모한 이미지에 대한 대가를 다른 쪽에서 충당했는가. 혜리는 드라마에 출연하며 아이돌이 아닌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꾸준히 어필했다. 하지만 시청자는 혜리가 드라마를 찍었는지도 모를 만큼 출연한 ‘지킬 하이드, 나’와 ‘선암여고 탐정단’의 시청률은 처참했다. 다행인 건 혜리가 주인공이 아닌 조연이라 낮은 시청률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수 있었다는 것이고, 불행인 건 이미지만 소모한 채 대가를 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진사에서 국민애교로 뜬 혜리는 지금 거품이 많이 빠진 상황이다. 그런데 ‘응답하라 1988’의 여주인공으로 캐스팅된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제작진의 모험이다. 그리고 착각일 수 있다. 예능과 드라마를 구분하지 못한.
진짜사나이 여군특집에서 보여준 혜리의 매력은 ‘리얼’에서 비롯된 것이다. 혜리의 꾸미지 않은, 실제 본인의 모습이 대중에게 사랑받은 것이다. 즉 혜리의 인기 실체는 배우의 자질, 연기, 연기력과는 무관한 것이다. 배우는 ‘판타지’를 줄 수 있어야 하는데, 혜리가 ‘판타지’적 매력을 보여준 적 있는가.
예를 들어 영화 ‘건축학개론’에서 수지는 판타지가 있었기에 흥할 수 있었다. 배우로서 평가받을 수 있었다. 대다수 관객은 수지 개인의 매력보다는, 첫사랑의 보편성을 획득한 이서연(수지)에 대한 판타지에 호응했다. 즉 수지는 ‘리얼’ 인물이 아닌 ‘가상’의 인물을 매력있게 연출했다. 그런 게 배우의 자질이고 가능성이다. 과연 혜리가 그런 판타지를 보여줄 수 있을까.
혜리는 진짜사나이를 통해 ‘리얼’ 매력은 보여주었다. 하지만 배우로서 가능성을 입증할 ‘판타지’ 매력은 아직까진 보여주지 못했다. 물론 혜리가 ‘응답하라 1988’ 여주인공을 맡아 뛰어난 캐릭터 소화력을 보이며 대박을 칠 수도 있다. 단지 검증된 배우가 아닌, 예능으로 뜬 국민애교 혜리를 정은지-고아라를 잇는 ‘응답하라시리즈’ 여주인공으로 캐스팅한다면 엄청난 모험인 건 분명하다. 신원호PD가 과연 혜리를 여주인공으로 캐스팅할까. 혜리가 아니라면 누가 될까. 누가되더라도 ‘노다메칸타빌레’처럼 날마다 여배우를 소환하는 캐스팅 논란시리즈만 재현하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