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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사나이 여군특집 2기 왜 절반의 성공인가?

바람을가르다 2015. 3. 9. 11:07

 

 

 

 

 

일밤 진짜사나이 여군특집 2기가 막을 내렸다. 그렇다면 여군특집 2기는 무엇을 남겼을까. 2의 혜리? 맹승지? 최대수혜자? 여군특집 2기를 보면 생각나는 사자성어가 있다. 바로 주객전도(主客顚倒)’. ?

 

여군특집 2기가 확정되고 네티즌은 물음표를 던졌다. 과연 1기만큼 성공할 수 있을까. 본편보다 나은 속편은 없다는 속설에 비춰, 여군 1기가 보여준 재미와 감동을 2기가 재현하기란 만만치 않을 거라 여겼다. 더군다나 일밤 진짜사나이 시청률도 12일에 밀려 점점 하락하는 추세였던지라, 여군2기가 투입되더라도 쉽게 반전을 꾀하긴 힘들거란 예상도 많았다.

 

그러나 뚜껑을 열었을 때 진짜사나이 여군특집의 파괴력은 엄청났다. 시청률을 기존보다 약 7% 가량 끌어올리며 12일과 런닝맨을 제치고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그것도 한주 반짝이 아닌 여군특집 2기가 진행되는 내내. 여군특집은 시청률이 보장된 킬러콘텐츠였음을 재차 입증했다.

 

 

 

 

 

문제는 여군특집은 말그대로 특집이란 사실이다. 아무리 콘텐츠가 좋아도 사정상 일년에 두 번밖에 할 수 없는. 왜냐하면 여군특집은 여군 부사관을 뽑는 시기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시청률은 남군보다 훨씬 잘 나온다. 재미, 시청률, 경쟁력, 예능으로 풀었을 때 사실상 모든 면에서 여군이 남군을 압도하고 있으니 주객전도란 말이 어색하지 않다. 여군특집을 위해 진짜사나이 그리고 남군이 존재한다는 얘기가 우스개소리로만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킬러콘텐츠 여군특집도 위기를 맞는다. 그 위기의 진원지는 아이러니하게도 여군 1기에서 비롯된다. 여군 2기는 모든 면에서 여군 1기와 비교됐다. 방송이 시작하기 전부터 2의 혜리는? 2의 맹승지는?’ 등으로 네티즌과 언론으로부터 비교선상에 놓였었다. 그리고 방송에 들어가선 어떤 에피소드는 여군 1기에서 써먹은 것이어서, 일부 출연진은 1기 누군가의 캐릭터를 따라한 것처럼 보여 혼이 났다.

 

 

 

 

 

즉 여군 2기 멤버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시청자에게 1기 멤버를 연상시키면 안 되는 가혹한(?) 운명에 놓였었다. 그게 어떤 면에선 최선이란 이름보다, 훈련을 잘 받는 것보다 중요해 보일 정도였다. 선긋기. 차별화. 1기와 다름을 보여줘야 했다. 그렇지 않을 때 돌아온 건 의도적인 연출 혹은 식상함이란 날선 비판뿐이었다.

 

그러니 주객전도가 아니고 무엇인가. 2기의 고생이 방송되고 있는데 화면에 잡히지 않는 1기가 빛나고 있으니 말이다. 아무리 혹한기에 남자도 힘들어하는 유격훈련을 인내하고 최선을 다해 수행해도, 정작 라미란과 혜리를 비롯한 여군 1기 멤버들을 극복하지 못하면 시청자의 싸늘한 반응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잘하고도 때론 욕을 먹어야 했다. 그만큼 여군 2기에게 1기는 악몽과도 같았다.

 

 

 

 

 

 

 

물론 1기와 비교를 넘어서 여군 2기 자체의 문제점도 분명 있었다. 대표적으로 눈물이다. 2기는 너무 많은 눈물을 시청자에게 보였다. 도대체 왜 그녀들이 감당도 못할 여군을 지원해 눈물을 쏟아내는지 이해하기 힘든 수준이었다. 시청자를 납득시키지 못한 눈물바다였다. 하지만 그녀들의 눈물은 제작진의 편집에 의해 얼마든지 걸러낼 수 있었다.

 

그렇다. 여군특집 2기의 문제는 감동 코드를 좋아하는 제작진에게도 있었다. 출연진이 눈물을 흘릴만한 상황을 구성하고 연출한다. 그것이 예상 못한, 극적인 상황으로 진행되면 시청자에게도 통한다. 그러나 시청자의 눈에 쉽게 읽히는, 예상 가능한, 식상한 수순을 밟을 때는 다르다. 그리고 그런 상황이 반복될 때 감동이 아닌 짜증을 유발한다.

 

다수의 시청자가 여군특집 2기 멤버들의 눈물을 보며 여러 차례 불편하다는 신호를 보냈음에도, 진사 제작진은 매회 감동코드를 놓지 않았다. 주객전도다. 진짜사나이가 예능임에도 불구하고 웃음을 통한 재미가 아닌 눈물을 통한 감동을 쫓았으니 말이다. 감동코드가 여군 1기 마냥 먹혔으면 모르겠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비단 진짜사나이만의 문제는 아니다. 요즘 예능은 지나칠 정도로 감동을 유도한다. 그래서 툭하면 출연진의 눈물을 쥐어짠다. '눈물=감동'이라고 착각한다웃음보다 눈물을 추구하며 드라마의 공식을 쫓고 있다. 드라마를 쫓으니 제작진이 가만 있질 못하는 거다. 어떻게든 출연진을 울리려 든다. 출연자도 시도때도 없는 눈물로 제작진에게 화답한다. 정작 시청자가 예능에서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놓치고 있다.

 

일밤 진짜사나이 여군특집 2기는 높은 시청률에도 불구하고 성공한 특집이라고 평하기엔 2% 부족한 느낌이 있다. 그러나 혹한기에 고생을 마다않고 강도 높은 훈련을 소화한 2기 멤버들은 박수받아 마땅하다. 또한 여군특집 3기를 생각한다면, 출연진과 제작진에게 어떤 준비가 필요한 지 2기는 1기와 다른 형태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어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 그래서 여군특집 2기가 실패는 아니다. 절반의 성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