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및 드라마

<꽃보다 일드? 그 첫경험에 대하여>

바람을가르다 2009. 4. 14. 18:03

<꽃보다 일드? 그 첫경험에 대하여>


<별의 금화>, <하얀 거탑>에서, 최근 <꽃보다 남자> 까지.

브라운관에 센세이션을 불러 온 인기 드라마가 휩쓸고 간 자리에는

그들의 모태가 되는 원작, 일본드라마가 있다.

영화는 또 어떤가?

<101번째 프로포즈>, <미녀는 괴로워>, <사랑따윈 필요없어>, <서양골동과자점-안

티크>등에, 최근 손예진을 주연으로 캐스팅한 <백야행>에 이르기까지.

케이블에선 <너는 펫>이란 오락프로까지 생길 정도니.

물론 일드의 국내 리메이크가 백프로 성공을 보장하진 않는다.

<야마토 나데시코>를 리메이크한 김희선의 <요조숙녀>를 대표적으로 꼽을 수 있다.


분명한 건, 앞으로도 일드의 리메이크는 계속될 것이란 점이며,

씁쓸한 건, 욘사마의 <겨울연가>를 필두로 일본에 한류 붐을 일으킨

한국드라마가 더 이상 동력을 이어가지 못한 채,

불씨만 남겨 두고 꺼져 버린 시점에서 일드의 반격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일본 컨텐츠의 힘은 <겨울연가>와 같은 강한 소나기가 아닌,

한국인의 정서에 소리없이 내려와 적시는 가랑비마냥,

조금씩 천천히 다가와 때론 무섭기까지 하다.


일본드라마. 일드의 힘.

그것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필자는 개인적 경험을 토대로 일드에 관한 사념을 하나씩 풀어보고자 한다.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에 대하여.



그 첫 번째 이야기.

첫경험.


인터넷이 가져다 준 최고의 수혜중에 하나, 
다.운.로.드.

순기능과 역기능을 논하고 싶지 않다.

다만, 새로운 컨텐츠를 쉽고 빠르게 구할 수 있게 해준 문명의 혜택에 감사한다.


필자는 한 세기가 바뀌고, 2000년도로 넘어올 무렵,

일본드라마를 처음 접하게 된다.

보고 싶어서, 원해서가 아니다. 우연같은 만남이랄까.

당시 필자는 JPOP에 빠져 있었고,

JPOP을 듣기 위해 수많은 골수 매니아들의 홈페이지를 돌다가,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한다.

일본드라마의 주제가는 당대 최고의 뮤지션들이 참여한다는 사실이다.

당시 한국드라마가 무명가수의 이름을 알리기 위해 OST에 참여시키는 것과

사뭇 대조적으로 비춰졌다.

과거에 히트를 쳤던 한국드라마들을 보라.

주제가는 대부분 얼굴없는 가수들의 몫이었다.

<가을동화>가 그랬고, <겨울연가>, <사랑을 그대품안에>, <미스터Q> 등등.

심지어 OST 전문 가수도 등장한다.

임하영, 서영은, 조장혁, 최진영, 이형석, 이현욱 등등...

물론 현재는 한국도 이승철, 신승훈 등이 참여하며 폭이 넓어졌으나.


일갈하고,

필자는 이어폰에 흐르는 이 노래가 어느 드라마에 사용되었는 지 궁금해진다.

그리고 역추적에 나선다.

처음 접한 드라마가 <마녀의 조건>이었다.

우타다 히카루의 <First Love>가 주제가로 쓰인.

당시 그 앨범은 우타다 히카루의 명성과 드라마의 인기가 맞물려

800만장 가까이 팔렸다고 한다. 초히트.

<마녀의 조건>은 고등학교 선생님(마츠시마 나나코)과 제자(타키자와 히데야키)의

금기를 깬 사랑을 풀어낸 작품이다.

지금에 비추어 생각하면 별 거 아닌 소재와 테마이다.

한 때 한국영화나 드라마에서 선생님과 제자의 사랑은 트렌드였을 정도니까.

한술 더 떠 원조교제는 식상할 정도로 차용되는데다, 고등학생이 임신에 결혼까지 다

루는 소재가 빈번히 나오니 말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상당히 파격적이었다.

특히나 3부 말미에 학교에서 이뤄지는 선생님과 제자의 첫날밤.

이후 도피와 동거.

좀 쇼킹했던 게 사실이다. 근데 재밌다. 하루만에 11부를 다 봤을 정도니.

이후, 국내에서 판권을 들여와 김하늘, 김재원 주연의 <로망스>로 리메이크된다.



무엇을(?) 경험하든 지, 첫경험은 중요하다.

첫인상, 첫경험, 첫사랑은 오래간다.

선택에 있어 반을 차지한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처음 느낌은 중요하다.

만약 별 볼일 없는 일드를 봤다면, 나의 일드 체험도 거기서 끝이었을 거다.

그러나 첫경험이 너무 강렬하고, 좋았기 때문에.

필자는 다른 일본드라마를 찾아보기 시작했고, 이후 한참동안 헤어나질 못했다.

<마녀의 조건> 이후, 2년 여에 걸쳐 7,80여 편의 작품을 본 듯하다.

작품당 11부 씩만 해도. 꽤 적잖은 분량이다.

그리고 일드를 잊고 산 지 꽤 되었다.

간혹 시간이 날 때, 검색을 해보기도 하지만 막상 보고싶다는 욕심이 나질 않는다.

모든 건 때가 있는 거 같다. 시간이라는 긴 틀 속에.


일드를 처음 접하는 분들께.

일본문화에 반일이 아닌 새로운 컨텐츠에 대한 욕구에서 접근한다면,

일드는 한 번쯤 즐겨 볼 만한 가치와 매력을 가졌다.


그렇다면
처음으로 택해야 하는 작품은 어떤 걸까?

가장 먼저 취향이 존중되어야 할 것이므로,

아마 장르의 선택이 우선되어야 할 거라고 본다.

필자의 경우 <꽃보다 남자>를 일드로 접한 적이 있었으나,

본인의 취향과 너무 동떨어져 몰입하지 못하고 끊었던 기억이 남아 있다.

일드에서나 한드에서나 학원물은 더 이상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개인의 취향이 가장 우선시 되어야 한다.


이어, 최근 작품부터 봐야 한다. 1,2년 내에 방송된 작품들.

아무리 호평이 쏟아진 작품이라도, 십년 전의 작품을 본다면 시큰둥할 것이다.

필자가 만약 <마녀의 조건>을 그 시절이 아닌 최근에 봤다면

신선하지도, 매력적이지도 않았을 뿐더러, 식상하다는 느낌마저 가졌을 게다.

아마 일드 전체에 대한 실망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비슷한 케이스로 필자는 한창 일드에 빠진 뒤,

당시 십년전에 대히트쳤다던 <도쿄러브스토리>를 보게 된다.

트렌디 드라마의 붐을 선도한 작품이라고 한다.

최진실, 최수종의 <질투>가 표절했다는 설이 심심치 않게 돌았던 원작.

필자의 관점에서도 표절이라 해도 수긍이 갈 정도였으니까.

그러나 2000년대에서 바라본 <도쿄러브스토리>는 신파느낌까지 난다.

그 신파느낌에 얽혀 끝까지 보게 되지만 말이다.

차라리 비슷한 느낌이지만, 통통 튀는 느낌이 더 살아있는

기무라 타쿠야, 마츠다카코 주연의 <러브 제네레이션>을 추천한다.

이 작품을 아예 대놓고 베낀 장동건, 김현주 주연의 MBC의 <청춘>이라는

드라마가 있다. 당시 표절로 판명되고, 중간에 작가를 바꾼 걸로 기억한다.

그러나 <러브 제네레이션> 역시, 지금 본다면 유치하다고 말할 지 모르겠다.

워낙 이 드라마의 뿌리와 줄기에서 파생된 한국드라마를 많이 접했기 때문에

알멩이도 얼마 안 남았을 뿐 아니라, 유통기한이 지났다고 봐야 옳다.


이를 반추해 볼 때,

당신이 만약 일드의 첫경험으로 무엇을 볼까 고민하고 있다면,

최근 1,2년에 방송된 작품 중에 고르는 게 현명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또한 일드를 좋아하는 분들의 추천작은 초이스의 기준과 방향을 제시한다.

다만 간혹 주인공의 팬이기 때문에 강추하는 경우가 있으니,

그들의 스타사랑에 현혹되지 말고, 반드시 대강의 줄거리는 체크하길 바란다.

여기 일본드라마를 자세히 안내하는 사이트를 소개한다.

http://www.ilbondrama.net/

http://tv.co.kr/

덧붙여,

절대 만화, 애니메이션으로 간을 본 작품은 택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만화에서 본 환상이 깨질 우려가 굉장히 높기 때문이다.

필자는 다행히 만화책을 보지 않는 터라, 작품이 모두 신선하게 다가왔다.


일본드라마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다면,

예전에 히트했던 드라마를 찾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일드, 그 두번째 이야기에서는 필자의 기억에 남는 베스트 5를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