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캠프 김건모, 라디오스타를 위한 토크쇼가 필요하다?
2일 방송된 토크쇼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게스트는 가수 김건모였다. ‘느닷없이 왜 김건모?’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의 출연은 다소 의외였다. 지난 주 힐링캠프 게스트 신화는 새앨범 홍보차 나왔었고, 다음 주 게스트 김상경은 그가 주연을 맡은 영화 ‘살인의뢰’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즉 신화와 김상경은 토크쇼 힐링캠프에 출연할 만한 이유가 분명했다.
반면 김건모는 정규앨범 14집을 준비중에 있다. 마무리단계로 알려졌으나 아직 완성된 건 아니다. 즉 새앨범의 발매시점과 맞물려 힐링캠프에 출연을 하는 것이 여러모로 득이 될 수 있었지만, 굳이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김건모의 출연은 의외였지만 신선했다. 뿐만 아니라 좀 더 여유롭고 편안해 보였다. 게스트 김건모도, MC이경규-성유리-김제동도. 더욱 인상적인 건, 제작진이 게스트 김건모를 활용하는 방식에 있었다. 마치 그 옛날 라디오를 듣는, 보는 듯 했다.
사견이지만 힐링캠프에서 가장 인상적인 게스트로 이적을 꼽는다. 이적이 살아온 이야기는 불편하지도 않았고 무겁지도 않았다. 오히려 그가 꺼낸 에피소드들은 유쾌했다. 에피소드를 살리는 입담은 현란했다. 그리고 중간중간 그가 들려준 노래는 힐링 그 자체였다. 이적이 가진 끼, 재능, 입담으로 토크쇼가 편안하고 풍성한 느낌. 만족스러웠다. 힐링을 받으러 온 이적이 프로그램과 시청자를 힐링시켰다.
이적만큼의 재미는 아니었다. 그러나 이적을 연상시키듯, 김건모도 비슷한 흐름을 탄 것도 사실이다. 단순히 이적처럼 김건모가 타고난 가창력과 현란한 피아노 솜씨를 뽐내며, 중간중간 노래로써 힐링 분위기를 자아냈기 때문만은 아니다.
김건모는 과거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히트곡은 셀 수 없고 앨범판매량만 놓고 보면 대한민국 최고다. 그러나 지금은 비디오스타 아이돌에게 밀려난 라디오스타의 이미지가 더 강하다. 그런 그가 힐링캠프에 나왔다. 새앨범을 홍보하러 온 것도 아니다. 그냥 사는 얘기다. 40대 후반이 된 김건모를 얘기한다.
재밌는 건 힐링캠프 제작진이 김건모에 전권을 준 것이다. 때문에 MC들이 게스트 김건모에게 질문할 대본 자체가 없었다. 대신 김건모가 토크쇼에서 하고 싶은 대로 제작진이 써포트했다. 마치 영화 ‘라디오스타’의 최곤(박중훈)이 지방 라디오방송국 DJ가 되어 자기 멋대로의 방송을 진행했듯이. 힐링캠프는 김건모에게 라디오스타 최곤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셈이다.
김건모는 먼저 자신이 원하는 게스트를 초대했다. 연예계 후배인 서장훈, 김성수, 권재관을 불렀다. MC들과 후배들을 위해 고기 등 음식을 대접했다. 그리고 그들과 수다를 떨었다. 특별한 얘기는 없었다. 과거 불거졌던 김건모와 성유리의 결혼설 루머에 대한 해명도 있었지만, 대부분 평소 지인들의 눈에 비친 인간 김건모가 주된 화제였다. 중간중간 수다가 멈춘 자리는 MC 성유리를 눈물짓게 한 '미안해요' 등 김건모의 노래들로 채웠다.
힐링캠프 김건모편을 보면서 영화 라디오스타만 생각난 건 아니다. MBC토크쇼 ‘라디오스타’도 오버랩됐다. 토크쇼 라디오스타는 들리는 TV라는 컨셉을 표방한다. 라디오가 주는 느낌을 TV토크쇼에 가미했다. 음악과 토크의 조화를 앞세운다. 스튜디오도 라디오를 연상시킨다. 하지만 초창기 라디오스타와 지금의 라디오스타는 많이 다르다.
토크쇼 이름은 ‘라디오스타’인데 라디오스타는 자주 보기 힘들다. 게스트의 신변잡기 토크가 중심이라 음악이 소외된 측면도 강하다. 어느 순간 음악은 단지 컨셉때문에 억지로 끼워 맞춘 듯한 모양새가 됐다. 구성이 다소 부자연스럽다. 분명 그들이 나누는 얘기는 재밌지만, 게스트와 토크 그리고 음악사이엔 괴리감이 느껴진다. 오히려 음악과 무관한 힐링캠프에서 가수 이적이나 김건모 등이 출연해 중간중간 들려주는 노래는 토크쇼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며 프로그램을 꽉 채운다.
예능에 ‘나는가수다’도 생기고 ‘불후의명곡’도 생겼다. 무한도전 ‘토토가’는 엄청난 인기를 몰고 왔다. 그만큼 라디오스타에 대한 수요가 많다. 힐링캠프의 이적-김건모를 보면서, 초창기에 비해 다소 변질된 토크쇼 ‘라디오스타’를 떠올리면서 느낀다. 우리 기억속에서 멀어지고 있는, 진짜 라디오스타를 위한, 라디오세대를 위한 토크쇼가 필요하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