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를 부탁해 시청률 대박, 시청자를 사로잡은 이유?
복면가왕, 썸남썸녀, 마이 리틀 텔레비전 등 이번 설연휴에도 정규편성을 노리는 예능프로그램이 여럿 선보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화제가 된 프로그램이 있다. 바로 2부작 ‘아빠를 부탁해’. 13%대의 평균시청률, 특히 21일 방송된 2회가 토요일의 터줏대감 무한도전과 불과 0.2%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을 정도니, ‘아빠를 부탁해’에 대한 시청자의 관심과 호응이 어느 정도였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사실 ‘아빠가 부탁해’가 방송되기전 인터넷 여론은 상당히 부정적이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 ‘아빠 어디가’, ‘자기야 백년손님’ 등 가족예능 인기에 편승한 아이템이란 관점이 쉽게 거부감을 낳았고, 가족예능의 홍수가 빚은 피로도 또한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경규의 딸 이예림을 비롯해, 강석우의 딸 강다은, 조재현의 딸 조혜정이 직업으로 연예인을 희망하고 있어, 스타인 아버지 덕에 방송출연이 쉽게 이뤄진 게 불편하다는 시각도 꽤 있었다.
그런데 반전이다. 막상 방송을 지켜본 시청자 다수의 반응은 호평 일색이다. 시청률은 대박을 쳤다. 도대체 ‘아빠를 부탁해’의 무엇이 공감을 사고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걸까.
아빠를 부탁해 시청률 대박, 도대체 무엇이 시청자를 사로잡았나?
‘아빠를 부탁해’는 평소 표현이 서툰 아빠들이 딸과 함께 지내며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담은 관찰 예능 프로그램이다. 좌충우돌이라해서 ‘아빠 어디가’처럼 여행을 다니는 건 아니다. 대신 집안 곳곳에 카메라를 설치했다. 즉 집안에서의 모습을 주로 담는다. 바로 가장 진솔한 모습. 평소 모습을 담기 좋은 집안에서 부녀의 관계, 소통을 담는다. 덕분에 시청자는 이경규-이예림을 비롯한 출연진들의 평소 모습을, 캐릭터를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그렇게 집이란 배경자체가 공감과 몰입도를 높인다. ‘아빠 어디가’의 여행이 이벤트라면 ‘아빠를 부탁해’의 집은 일상이다. 여행은 즐거움이 대부분 지배하지만, 집은 희로애락의 어떤 것도 자연스럽다. 어떤 상황이 벌어져도 납득할 수 있는 공간적 배경을 갖췄다. 무엇보다 그들 또한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소통이 쉽지만은 않은 아버지 그리고 딸이란 사실을 더욱 명확하게 드러내기에 적합한 장소다.
두번째는 출연진이 주는 공감도다. 이경규-이예림, 조재현-조혜정 부녀는 쉽게 어색함을 자아낸다. 살가운 맛이 덜한. 오히려 소통에 있어 부자연스러운 모습도 자주 노출한다. 그런데 그 모습이 낯설지 않다.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부녀 모습에 가깝다. 그래서 공감을 한다.
그런데 단순히 공감만 했다면 시청자의 반응이 지금처럼 뜨겁진 않았을 것이고, 정규방송에 대한 기대감도 크지 않았을 것이다. 바로 조재현-조혜정 부녀처럼 관계의 회복, 발전가능성을 보면서 시청자는 울컥하기도 하고 대리만족도 느낀다.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나는 어떤 아버지이고, 나는 어떤 자식인가.
그리고 이경규-조재현과 달리 소통에 적극적인 아빠 강석우와 조민기가 또 다른 공감을 낳고 조화를 이룬다. 특히 강석우는 딸 강다은과 소통하기 위해, 좋은 추억을 공유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래서 강석우가 딸을 위해 직접 캐노피를 만들어주는 과정은 감동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강석우과였던 조민기가 딸 조윤경과 청소때문에 다투듯이, 강석우도 딸에게 매번 이상적인 아빠의 모습만 보여줄 순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경규-조재현과 다른 방향에서 강석우부녀를 지켜보는 재미와 기대감도 있다.
아버지란 캐릭터는 매우 매력적이다. 발전가능성, 변화의 여지가 많기 때문이다. 다만 ‘아빠를 부탁해’에 출연하는 아버지는 이경규를 비롯해 모두 50대다. 나이 오십에 접어든 남자들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성인이 된 딸과의 소통을 위해, 추억을 만들기 위해 변해야만 하는 아빠의 모습을 지켜본다는 건 어떤 드라마보다 흥미롭다. 반대로 다 큰 딸이 보수적이고 무뚝뚝한 아빠를 바꾸려 노력하는 모습에서도 재미를 쉽게 찾을 수 있다. 할리갈리 게임하나로 웃음을 줬던 조재현-조혜정 부녀가 좋은 예다.
‘아빠를 부탁해’가 가족예능이란 진부함을 쉽게 극복할 수 있었던 건, 바로 소통과 공감에 있다. ‘아빠를 부탁해’는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같은 육아예능처럼 소통의 형태가 일방적으로 흐르지 않는다. 또한 집이란 공간에서 나이든 아빠와 다 큰 딸이 부딪히는 모습은, 연예인 부녀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동시에 아빠도, 딸도 소통을 원하지만 방법도 잘 모르고 표현도 서투른 모습에서, 그들이 과연 이상적인 아빠와 딸의 모습을 찾아갈 수 있을지 궁금증, 기대감을 낳는다. 그렇게 ‘아빠를 부탁해’는 또 하나의 대박 예능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