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정안 심형탁 썸남썸녀가 아니라 반전남녀였던 이유?
룸메이트 더하기 우리결혼했어요?
SBS리얼예능 ‘썸남썸녀’를 시청하기 전, 떠오르는 이미지가 그렇다. 솔로인 남녀 스타들이 ‘썸을 넘어 진정한 사랑 찾기’란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동고동락하며 펼쳐내는 솔직하고 진솔한 리얼리티 프로그램라는 소개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런데 아니었다. 17일 밤 첫방송된 ‘썸남썸녀’는 우결식 가상 결혼, 연애를 추구하지 않는다. 또한 동거동락의 이유가 불분명한 룸메이트와 달리, 썸남썸녀는 솔로들의 만남과 연애가 목적이라 차별점이 분명했다.
‘썸남썸녀’에는 총 9명의 연예인이 출연한다. 한정수, 김지훈, 심형탁, 김기방 남자 4명과 김정난, 채정안, 선우선, 채연, 나르샤 여자 5명이다. 출연하는 9명이 한 집에 거주하며 썸타는 과정을 보여주는, 또 다른 형태의 연예인 짝짓기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아니었다. 한정수, 심형탁, 김기방이 남자만 모인 하나의 그룹, 채정안, 채연, 나르샤는 여자만, 그리고 김정난, 선우선, 김지훈이 또 다른 그룹을 형성한다.
쉽게 말해, 우결이 세 커플로 나눠 가상 결혼생활을 보여주듯이, 썸남썸녀에선 3명이 룸메이트가 되어 각각의 그룹(남자, 여자, 혼성)을 형성하고 에피소드를 전개해 나간다. 채정안-채연-나르샤로 구성된 썸녀팀이 소개팅앱을 통해 썸남을 구하고, 한정수-심형탁-김기방이 지인의 소개로 썸녀를 만나듯이, 출연진 9명이 서로 엮이는 게 아니라 개별적으로 다양한 방식을 통해 썸남썸녀를 구하는 방식을 채택한다.
나름 반전이라면 반전인 셈이다. ‘썸남썸녀’라는 프로그램이 시청 전에 주는 이미지와 달랐기 때문에. 그래서 더 신선하고 재밌었는지도 모른다. 사실 9명의 연예인이 한집에 동거하면서 썸타는 걸 보여줬다면, 상당히 작위적인 느낌이 강했을 것이다. 제 2의 우결이란 인상을 피하기 힘든, 이러쿵저러쿵 말만 많은 속빈 강정같은 느낌이 강했을 것이다. 그런데 흔한 연예인 짝짓기 프로그램과 달리, 출연진사이에서 쉽게 해결보는 방식이 아니라 일단 식상한 그림을 탈피했다. 여기에 시작부터 두각을 나타낸 개성만점 캐릭터가 재미와 몰입도를 동시에 높였다.
채정안 심형탁 썸남썸녀가 아니라 반전남녀?
‘썸남썸녀’에서 한지민은 절친 채정안에 대해, “작품에서 차가운 역할을 주로 맡아 많은 분들이 깍쟁이같은 이미지를 생각하시는데 실제 모습과 전혀 다르다.”했고, 또 다른 절친 박신혜는 “굉장히 말을 재밌게, 시원시원하게 하시는 성격이라 위험 수위를 오르락내리락 하지 않을까.”라며 걱정아닌 걱정을 표했다.
한지민의 말도, 박신혜의 말도 맞았다. ‘썸남썸녀’ 최고의 반전녀 채정안은 이 날 방송의 재미를 주도했다. 그동안 드라마에서 봐왔던 세련되면서도 차갑고 날카로운 이미지의 채정안은 없었다. 털털하고 유쾌했다. 사진 속 채연의 눈만보고 황달있고 영(Young)한 느낌 아니라며 인생 좀 안다는 재치 넘치는 입담부터, 결혼 1년 만에 이혼한 사실을 빨리 다녀왔다며 솔직하고 유쾌하게 포장하는 능력에, 우리가 좋아하는 ‘총각김치’라며 언어유희까지 선보였다.
그만큼 채정안의 개그본능, 예능감이 뛰어났다. 보통 여배우에게서 보기 힘든 예능감이 채정안에게 있었다. 무엇보다 채정안이 빛난 건, 예능을 위해 특별히 설정한 캐릭터가 아니란 사실이다. 채정안의 절친 한지민-박신혜가 언급했던 얘기와 정확하게 맞아 떨어졌으니까. 채정안은 비단 ‘썸남썸녀’뿐 아니라, 다른 예능에서도 충분히 통할만한 끼와 잠재력을 보여줬다.
썸녀쪽에서 채정안의 캐릭터가 빛났다면, 썸남쪽에서는 단연 심형탁이다. 심형탁은 “취미 생활이 좋으니까 여자친구가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았는데 내년 불혹의 나이인 마흔으로 접어들면서 외롭다. 연애가 너무 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그래서 심형탁은 도라에몽가방에 죽부인을 들었다. 지하철을 타고 또 다른 썸남 김기방의 집을 찾았다. 그리고 피규어수집이란 같은 취미를 가진 김기방과 쉽게 친해졌다.
드라마 속 이미지와는 매우 달랐지만,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다보면 피규어 수집같은, 오덕후를 연상시키는 취미생활에 깊이 빠져들 수도 있다. 그런데 심형탁은 더 나아가 솜사탕과 젤리 등을 즐겨 먹는 모습까지 보여줬다. 뭐랄까. 피터팬증후군을 앓는 어른아이 느낌이랄까. 확실히 깨긴 깬다. 그런데 그 모습이 비호감보단 호감에 가깝다. 자연스럽고 익숙한 심형탁의 모습들이 웃음을 유발시키기 때문이다. 그것 또한 반전매력이라 할 수 있다.
누나인 김정난-선우선과 룸메이트가 된 김지훈도 알뜰한, 살짝 짠돌이 느낌마저 나는 캐릭터를 잡아 쉽게 프로그램에 안착했다. 김지훈이 연하남인데다 유쾌한 성격에 예능감도 뛰어난 편이라, 예능이 낯선 김정난-선우선이 덕분에 편안한 느낌으로 방송에 참여중이란 인상을 준다. 세 사람의 시너지효과가 예상외로 크게 나타나고 있다.
예능의 관점에서 볼 때, ‘썸남썸녀’는 경쟁력이 있다. 솔로탈출이란 확실한 목적이 있어 룸메이트보다 몰입도가 높다. 채정안-심형탁-김지훈 등 각각의 그룹을 대표해 재미를 이끌고 분량을 확보할 수 있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존재한다. 특히 예능의 새로운 얼굴 채정안과 심형탁은 타이틀을 썸남썸녀가 아닌 ‘반전남녀’로 바꾸어도 좋을 만큼 시청자에게 신선하고 유쾌한 모습을 보여줘, 향후 활약에 더욱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