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연예

김부선 독설이 유독 빛났던 이유, 작정하고 본방사수의 기대와 한계

바람을가르다 2015. 2. 13. 13:49





TV프로그램을 시청자가 보며 비평을 하고,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방송으로 내보낸다. 당연히 그들 또한 또 다른 시청자의 비평 대상이 된다. ‘나는가수다3’에 출연한 씨스타 효린을 보고 실망한 김부선의 멘트가 언론과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알려지고, 그녀의 멘트가 적절했는지, 공감이 갔는지 또 다른 시청자가 댓글 등을 통해 의견을 표한다. 종영한 6부작 파일럿 프로그램 KBS ‘작정하고 본방사수’의 포맷이 그렇다.


물론 김부선-이미소 모녀나 장동민가족처럼 출연하는 시청자를 연예인에 국한하지 않는다. 오히려 세자매, 변호사 부부, 백수들, 노부부, 외국인 유학생, 장모와 사위 등 출연진은 일반인 가족이 대부분이다. 때문에 그들의 비평은 평균 눈높이를 가진 시청자와 공감대를 쉽게 이룬다. 비평하는 장르도 뉴스, 드라마, 예능, 스포츠 등 다양하고, 프로그램도 KBS만이 아닌, 타방송사 MBC, SBS에 케이블방송 TVN 등 포괄적이다. 단 일주일간 화제가 된 프로그램이 주로 비평의 대상이 된다.


그렇다면 ‘작정하고 본방사수’에 대한 시청자의 비평은 어땠나. 시청률은 3%내외로 저조했다. 그러나 직접 시청했던 시청자의 평가는 매우 우호적이다. 대체적으로 ‘참신하다, 공감을 많이 했다, 생각보다 재밌다.’는 평이 다수에 속한다. 시청률이 낮은 만큼 프로그램을 평가하는 네티즌의 표본 수도 적다는 맹점을 가졌으나,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호감도는 꽤 높은 편이다. 그래서 정규편성을 바라는 시청자도 적잖다.





김부선 독설이 빛난 이유와 작정하고 본방사수의 기대와 한계


사견이지만 정규편성엔 찬성이다. 딱딱하고 지루한 옴부즈맨 프로그램보단 관찰예능의 옷을 입히고 캐릭터를 부여하며 좀 더 친근하고 진솔하게, 재밌게 접근한 ‘작정하고 본방사수’의 장점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의 모습으로 정규 편성된다면 시청률 반등이 가능할까? 쉽지 않아 보인다. 왜?


처음에 접할 땐 출연진 전부가 신선하게 다가온다. 게다가 친근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두 번 세 번 접할수록 출연진의 표현수위가 밋밋함을 알 수 있다. 일반시청자임에도 그들 또한 카메라를, 네티즌을 의식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시청하는 입장에선 공감도가 밀착된, 좀 더 솔직한 표현을 기대하지만, 그들의 입에서는 순화된 표현, 조심스러운 비평이 뒤따른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건 비연예인인 일반인보다, 연예인인 김부선과 장동민이 비평하고 표현함에 있어 더 강하고 솔직하다는 점이다. 연예인을 비판하건, 프로그램을 비판하건 표현 강도가 둔탁하고 세다. 대표적으로 일밤 진짜사나이 여군특집이나 나가수3 등을 비판할 때, 김부선은 “짜증난다.”, “나 연예뉴스에 많이 나왔다, 효린이를 깠다고.”, “시청자를 우롱하는 거다.” 등 표현 수위가 높다. 반면 출연하는 다른 가족들은 “저건 아니다.”식으로 불만을 순화해서 표현한다.






TV를 보면서 어떤 모습이 일반 시청자와 가까울까. ‘작정하고 본방사수’만 놓고 보면, 그 안에 출연하는 일반 시청자보단 김부선이 더 가깝다. 대개 시청자는 김부선처럼 TV를 보며 직설적인 표현을 서슴지 않는다. 때론 욕설까지 뱉을 때도 많다. 그만큼 표현에 있어 강도가 세다. 그래서 김부선의 비평은 막힌 하수구를 뚫어버리듯, 공감은 기본, 솔직하면서도 시원한 표현에 중독성마저 느껴진다.


‘작정하고 본방사수’의 강점은 공감에 있다. 그렇다면 어떤 방향에서 공감도를 높일 것인가. 지금처럼 단순히 일반인이 등장해 프로그램을 비평하는 수준에 머문다면, 처음의 신선함은 두 번째의 심심함으로 쉽게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출연진 모두가 김부선이 될 필요는 없다. 단지 일반시청자를 대표해 섭외한 다수의 사람들이 지나치게 카메라를 의식하고, 지금처럼 네티즌을 의식한 발언수위에 머물다보면 그들 또한 대본에 의한 비평, 연기자에 불과하다란 인식을 줄 수밖에 있다.


출연진만 개선이 필요한 건 아니다. 나는가수다3나 진짜사나이 여군특집, 정글의법칙 등 KBS가 아닌 MBC 등 타방송사 프로그램을 비평할 때, 제작진이 어떤 의도와 방향에서 편집을 하느냐에 따라 논란을 자초할 여지가 있어, 이 부분에 대한 세심한 고민도 필요하다.






‘작정하고 본방사수’는 분명 참신한 포맷이다. 다만 공영방송 KBS에서 다루기엔 살짝 조심스럽고, 현재보다 수위를 높이면 논란을 낳을 만한 요소들이 많다. 그렇다고 논란없이 만들려면 지금처럼 순화된, 심심한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다. ‘작정하고 본방사수’같은 프로그램이 KBS보단 TVN 케이블방송이나 종편방송 JTBC 등에서 탄력을 받기 좋은 것도 사실이다. 김부선, 김구라처럼 독설 수준의 솔직함, 표현수위가 보장돼야 공감은 물론, 예능의 재미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TV프로그램의 장단점을 ‘평가’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건 ‘표현 수위’다. 표현수위에 따라 공감도가 달라진다. 타이틀에 어울리게 ‘작정하고’ 멘트를 날린, 솔직하고 거침없는 표현으로 공감과 재미를 잡은 김부선이 빛났던 것도 그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