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가수다3 박정현 기억의 습작, 이쯤되면 반칙이다?
6일 나는가수다3의 1차경연이 방송됐다. 1차경연의 주제는 '내마음을 울린 90년대 명곡'이었고 나가수3의 가수들은 준비한 곡에 자신들의 색깔, 강점을 청중평가단에 어필하려 애쓴 흔적이 엿보였다. 그리고 그 결과, 청중평가단의 현장투표에 따라 1위는 ‘기억의 습작’ 박정현, 2위 ‘마법의성’ 스윗소로우, 3위 ‘달팽이’ 양파, 4위 ‘내사랑내곁에’ 하동균, 5위에는 ‘넌 그렇게 살지마’ 소찬휘가 차지했다. 씨스타 효린은 소찬휘와 같은 박미경의 곡 ‘이유같지 않은 이유’를 택해 역동적인 댄스실력까지 발휘했지만 안타깝게도 탈락위기 신호인 최하위 6위에 머물렀다.
현장에서 나는가수다3 1차경연을 접한 청중평가단의 선택은 그랬다. 하지만 TV로 본 시청자도 같은 선택을 했을까. 적어도 나는 아니다. 내가 본 나는가수다3 1차경연의 느낌, 선택은 달랐다. 그래서 주관적으로 본 나가수3 1차경연의 감상평정도 되려나. 아래에 옮겨본다.
나가수3 1차 경연, 주관적으로 매긴 순위
6위 효린 - 박미경 ‘이유같지 않은 이유’
효린의 무대가 6위라는 데엔 공감한다. 이유는 효린 스스로도 감지하고 있었다. “(격한 댄스에 쉬는 부분도 없어서) 들으시는 분들이 ‘숨찬다’라고 느낄까 걱정이에요.” 정곡을 찌른다.
‘(효린 본인도) 아네. 내가 그랬거든.’
효린은 열창을 했다. 그런데 빠른 댄스곡에 격한 안무가 동원되니, 아무리 가창력이 뛰어난 효린이지만 숨이 찰 수밖에 없었고, 그 모습이 고스란히 TV를 통해 전해졌다. 결국 매순간 아슬아슬하게 보일 수밖에 없는 불안한 무대를 연출하고 말았다.
물론 다른 가수들도 효린처럼 격한 안무를 동반했다면 결과는 뻔했을 것이다. 그래서 효린의 도전엔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하지만 가수는 비디오보다 오디오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오디오에 방해가 된다면 피하는 것도 방법이다.
또 하나, 효린은 아이돌 가수로 나가수의 취지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여론이 득세했었다. 그러나 지난 주 효린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OST ‘안녕’을 나가수3 무대에서 불러 호평받았고, 편견을 배제한다면 경쟁력 있다는 평도 이끌어냈었다. 그래서 이번 선곡이 더욱 아쉽다.
효린은 댄스곡인 박미경의 ‘이유같지 않은 이유’가 아니라, 1차 경연에서도 발라드를 선곡하는 게 나을 법했다. 90년대엔 아름다운 멜로디, 노랫말을 담은 발라드곡이 많다. 시청자를 단숨에 사로잡을 만한. 효린의 가창력이 더해져 아이돌이란 편견마저 깨부술. 그렇다면 효린으로선 기회였다. 다시 한번 그녀의 가창력과 호소력을 어필할 감성 발라드를 선곡했다면 어땠을까.
5위 소찬휘 - 박미경 ‘넌 그렇게 살지마’
소찬휘는 시원시원한 샤우팅이 매력이다. 소찬휘는 나가수에서도 시원하다. 그런데 이상하다. 나가수와 소찬휘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다. 나가수3에서 소찬휘의 변신을 접하지 못해서 그런가. 소찬휘스타일은 그대로 묻어나오는데, 이상하게 그 모습에서 행사 느낌이 강하게 풍긴다. 그동안 아이돌에게 밀려나 행사를 너무 돌아서 그런가. 아니면 가수 소찬휘, 그녀의 히트곡들이 주는 이미지가 원래 그랬었나. 이유가 어쨌든 나가수3에서 소찬휘 무대는 행사 느낌이 난다. 그것도 많이. 때문에 현장에선 시원한 소찬휘의 가창력을 만끽할 진 몰라도, TV로 보는 그녀의 무대는 나가수하면 떠오르는 재미, 감동과는 다소 거리가 멀 수 밖에. 아직까지는.
4위 스윗소로우 - 더 클래식 ‘마법의성’
청중평가단에 선택은 2위였지만, 개인적으론 솔직히 6위를 주고 싶다. 그만큼 실망스러웠다. 이유는 기교가 너무 많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마법의성’은 순수함이 강점인 노래다. 그래서 스윗소로우의 화려한 기교가 오히려 순수한 아이에게 어른의 때를 묻힌 느낌이랄까. 원곡이 주는 따뜻함, 순수함, 감동이 다 죽어버리고, 그저 나가수3에서 살아남고자 몸부림치는 어른 네명의 계산된 고음밖에 남지 않은 무대같았다. 그런데 2위라니...(청중평가단은 좋았나보다.)
사실 ‘마법의성’은 스윗소로우와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난 너를’를 담백하고 순수하게 노래했듯이, 마법의성도 누구보다 원곡의 강점을 잘 살릴 수 있다고 봤는데. 솔직히 말해 백동우군이 불렀던 원곡을 다시 들으며 잊고 싶다라면 너무 심했나.
3위 양파 - 패닉 ‘달팽이’
패닉 이적의 ‘달팽이’를 새롭게 해석한 양파의 시도는 신선했다. 하지만 큰 감흥은 없었다. 양파의 무대를 보면서 생각했다. 양파는 고등학교 때 데뷔했지만, 그 때 불렀던 ‘애송이의 사랑’을 비롯해서, 그녀의 노래나 스타일이 참 여성스럽다, 성숙했다는 인상이 강했었다. 그 잔상이 남아서 인지, 양파에게선 여성스러움이 묻어나는 곡을 기대하게 된다. 그런데 이적의 달팽이? 선곡은 좋았지만, 가수에겐 자기에게 맞는 노래가 따로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무난했기에 다행.
2위 하동균 - 김현식 ‘내사랑내곁에’
일단 선곡이 좋다. 그리고 하동균도 원곡을 훼손(?)하지 않고 담백하게 잘 불렀다. 사실 나는가수다나 불후의명곡을 보면, 재해석이란 이름으로 과하게 편곡을 한 사례를 자주 본다. 하지만 편곡에 너무 중점을 두다보면 원곡이 주는 감동에서 멀어지는 우를 범하기 쉽다. 원곡에서 느껴지는 향수란 게 있는 건데, 그것을 가급적 살리는 게 좋지 않을까란 생각도 든다. 물론 임재범의 ‘여러분’이나 노라조의 ‘신라의달밤’처럼 편곡을 통해 더 강렬한, 인상적인 무대로 남는 경우도 많지만. 스윗소로우의 ‘마법의성’처럼 실망스러울 때도 적잖다.
1위 박정현 - 전람회 ‘기억의 습작’
박정현은 전람회의 ‘기억의 습작’을 선곡한 배경으로 이런 말을 했다.
“기억의 습작이란 노래가 왠지 남자의 노래라는 이미지가 강한데, 여자가 이 노래를 부르면 어떠한 노래가 될 지.”
‘여자의 입장에서 해석한 기억의 습작이라?’
들어보니 확실히 다르다. 정말 ‘기억의 습작’ 여자버전을 보고 듣는 것 같다.
박정현은 나는 '대단한' 가수다. 어떤 노래도 자기화시킨다. 노래가 명곡일수록 이를 해석하는 가수는 노래와 원곡의 가수에게 부담을 느끼다가 길을 잃는 경우가 허다한데, 박정현은 명곡을 자유자재로 리드하는 능력을 가졌다. ‘기억의습작’도,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도 그렇고, 아무리 명곡이라도, 전람회(김동률)도, 가왕 조용필도 잊게 만드는, 그 어떤 곡도 박정현의 노래로, 박정현화시키는 능력자임을 새삼 깨닫게 만든다.
이쯤되면 반칙이 아닌가 싶다. 박정현이 나가수3에 참여해 경쟁하기엔 너무 독보적이다. 심지어 박정현은 나가수의 원년 멤버가 아니던가. 당시 쟁쟁했던 멤버인 임재범, 김범수, 이소라 등과의 경쟁에서도 놀라운 가창력과 무대매너로 늘 상위권을 놓치지 않았던 가수가 박정현이다. 실력은 나가수에서 이미 검증됐고, 무대 경험, 곡의 해석, 청중이 좋아하는 선곡 등 노하우마저 겸비했다. 그런 그녀가 나가수3의 멤버들과 경쟁하기엔 글쎄, 핸디캡이라도 줘야 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
주관적인 평가지만, 나가수3의 1차 경연은 전반적으로 실망스럽다. 하동균이 부른 ‘내사랑내곁에’로 무난하게 스타트를 하는 듯 했지만, 그 이후는 ‘나가수’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는 꽤나 거리가 멀었다. 흥이 나지도 않았고 짜릿한 감동도 없었다. 그러다 나가수의 원조 디바 박정현이 전람회의 ‘기억의습작’으로 프로그램의 존재감을 일깨운다. 호소한다. 나가수3 그래도 볼만하지 않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