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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연예대상 유재석, 납득하기 힘든 이유

바람을가르다 2014. 12. 28. 11:40

 

 

 

 

모든 스포츠가 한 시즌을 마치면 MVP를 선정한다. MVP 선정 기준은 당연히 개인 성적을 바탕으로 하되, 야구나 축구같은 팀스포츠의 경우 팀성적과 팀승리에 대한 해당선수의 기여도 등이 추가적인 고려대상이다. 2014 프로야구 MVP는 넥센 히어로즈의 서건창이다. 서건창은 타율, 득점, 최다안타 3관왕으로, 특히 올해 그가 기록한 안타 201개는 프로야구 신기록이다. 때문에 그는 넥센을 준우승으로 이끈 팀동료이자 홈런타자 박병호와 강정호 등을 제치고 MVP를 수상할 수 있었다.

 

대다수 야구팬들은 서건창의 MVP수상에 의문부호를 달지 않았다. 이유있는, 납득할 만한 수상이었기 때문이다. 개인성적은 말할 것도 없고 팀성적도 좋았다. 넥센을 준우승으로 이끄는 데 있어 공격첨병이었던 서건창의 공을 무시할 수 없다. 게다가 서건창 앞에 붙는 ‘신고선수의 신화’라는 타이틀이 감동마저 불러 일으켰다. 중도에 야구를 그만 둘 뻔했던 무명선수가 피나는 땀과 노력의 결실을 맺은 것이다. 포기하지 않았기에 2014 프로야구 최고의 선수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방송사의 연말시상식, 특히 연예대상은 스포츠의 MVP 선정과정과 매우 닮은 편에 속한다. 연예대상에서 가장 고려되는 건 시청률이다. 한 해 동안 시청자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예능프로그램에서 대상을 배출하는 경향이 강하다. 시청자 또한 그것이 공정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어제 KBS연예대상이 연말시상식의 첫 스타트를 끊었다. 이변이다. 유재석을 2014 KBS연예대상으로 선정했기 때문이다.

 

올 한해 유재석은 KBS에서 토크쇼 ‘해피투게더3’와 ‘나는남자다’를 진행했다. 성적(시청률)은 좋지 못했다. 어느덧 장수프로그램이 된 ‘해피투게더3’이지만 시청률은 꾸준히 하락세를 타고 있다. 야심차게 기획했던 ‘나는남자다’의 경우, 시청률 3%내외를 오가다 조용히 종영했다. 특히 부부클리닉 사랑과전쟁이 10%에 가까운 시청률을 유지했던 걸 감안하면 사랑과전쟁 대신 투입된 ‘나는남자다’는 민망한 수준이었다.

 

이렇듯 유재석은 올 한해 KBS예능에서 인상적이지 못했고 아쉬움만 남겼다. 시청률, 화제성, 존재감 모두. 그럼에도 ‘해피투게더3’를 꾸준히 진행했다는 이유로, 인기가 많다는 이유로 2014 KBS연예대상으로 선정했다면 문제가 있다. 꾸준함이 빛나는 국민타자 이승엽이 올해도 30홈런을 쳤다고 해서, 서건창도 박병호도 아닌 이승엽에게 MVP를 주어서 되겠는가. 즉 KBS연예대상은 공정성시비가 일만한, 상식을 벗어난 선택을 했다.

 

 

 

 

 

올해 KBS 최고의 예능은 송일국과 삼둥이가 맹활약한 해피선데이 ‘슈퍼맨이 돌아왔다’였다. 시청률과 화제성에서 압도적이었고, 이 날 시청자가 선정한 KBS 최고프로그램상도 거머쥐었다. 그러나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출연진 중에서 KBS연예대상 대상후보는 없었다. 삼둥이, 추사랑과 같은 아이들이 주인공이라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해피선데이의 쌍두마차 ‘1박2일’이 있었다. 그리고 김준호와 차태현이 나란히 대상후보에 올랐다. 특히 김준호는 ‘1박2일’뿐이 아니라 ‘개그콘서트’에서도 꾸준히 활약중이다. 2014년 한 해동안 김준호는 분명 유재석보다 나은 결과물을 내놓았다. 그럼에도 KBS연예대상은 김준호가 아닌 유재석을 택했다.

 

일각에선 말한다. 유재석이 그동안 해피투게더3 등 KBS예능에서 활동한 공로를 인정해줘야 한다고. 근데 그러한 공로는 이미 고액출연료로 인정받고 있다. 유재석-강호동-신동엽같은 톱MC들은 높은 출연료로 충분히 보상을 받고 있다. 그런데 무슨 연말시상식에서까지 보상을 운운하는지 알 수가 없다. 시상식이 공정해야지, 웬 보상론이 득세하는지. 객관적인 데이터에 근거하지 않고, 네티즌 눈치봐가며 개인의 인기, 인지도에 근거한 선택을 한다면, 이름값이 부족한, 열심히 활약하고도 외면받는 다른 예능인들의 허탈감은 어떻게 보상하고 치유할 것인가.

 

 

 

 

 

MBC연예대상이라면 유재석의 대상론에 납득이 간다. 무한도전의 꾸준한 인기, 화제성을 다수가 인정한다. 그 중심에 유재석이 있다. 그러나 올 2014 KBS예능에선 아니었다. KBS에선 국민MC 유재석보다 더 활약한 예능인들이 있었다. 김준호가 대표적이고, PD상의 이휘재, 최우수상을 받은 김대희도 각각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개그콘서트’를 대표해 받을 만한 대상후보였다. 그러나 KBS예능국은 실적보단 유재석이란 브랜드를 더 의식한 결과를 내놓았다. 시청률 부진을 겪은 유재석 본인도 대상은 예상 못했는지, 수상소감에서 겸손함을 잃지 않고 여러차례 미안한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2014 MBC연예대상은 여러모로 매끄럽지 못했다. 개콘 ‘유민상 장가보내기 프로젝트’를 연예대상에 접목시켜 재미를 구하려했지만 미숙한 임기응변으로 시청자의 눈살만 찌푸리게 만들었고, 대상후보를 지지하는 지인들의 등장은 시상식의 맥을 끊는 자폭코너에 가까웠다. 무엇보다 연예대상 선정기준이 과연 공정했는가를 되묻게 만드는 유재석의 대상수상은, 원칙과 기준이 없는 연말시상식의 단면을 고스란히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