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 FA 100억설, SKvsLG 쩐의 전쟁의 승자는?
2014 한국시리즈는 넥센 히어로즈에 승리한 삼성 라이온즈의 통합 4연패로 막을 내렸다. 시즌 초 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로 이적한 끝판대장 오승환과 군입대한 톱타자 배영섭의 공백을 우려했으나 기우였다. 존재감이 컸던 그들이 없어도, 삼성은 여전히 강했다. 용병 나바로가 톱타자의 역할을 120% 수행했다. 비록 마무리 투수 임창용이 시즌 중반 이후 부진을 거듭했지만 그것조차 삼성에겐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렇다. 삼성 왕조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게 아니었다.
2015년에도 삼성의 강세가 계속될까. 뚜렷한 전력 누수가 없다면 아마도 여기에 의문부호를 달 야구팬은 얼마 없을 것이다. FA로 풀리는 투수 윤성환과 안지만이 잔류를 택할 경우, 통합 5연패에 도전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실제 우승 직후 류중일감독은 구단에 윤성환과 안지만을 붙잡아 달라고 요청한 상태고, FA 내부 단속이 어느 팀보다 철저한 삼성이 그들과 계약을 맺는 건 그리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반면 타팀의 상황은 여의치 않다. 준우승한 넥센의 경우, 박병호와 함께 팀의 간판타자로 활약한 유격수 강정호가 메이저리그 진출을 선언한 터라, 공수에서 공백이 뚜렷하다. 용병보다 나은 타자가 빠진 셈이니 전력손실을 피할 수 없다. 페넌트레이스 3위팀 NC다이노스는 어떤가. 내년부터는 용병투수 3명 보유에서 2명으로 줄게 됐다. 혜택이 사라진 선발진을 새로 꾸려야 한다.
기적의 4강을 경험한 LG트윈스는 넥센과 엔씨에 비해 상대적으로 나아 보인다. 지난 해 용병덕을 못 본 대표적인 팀이 엘지트윈스다. 리오단이 그럭저럭 제몫을 해줬으나, 또 다른 투수 티포드와 타자 조쉬벨은 먹튀수준이었다. 가을야구에서 새용병 스나이더가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그 역시 정규시즌에선 기대이하의 활약으로 팬들을 실망시켰다. 때문에 용병을 잘 구한다면 LG는 전력이 한층 강화될 여지가 있다. 일단 검증된 선발투수 리즈의 복귀가 기정사실화되면서 기대감을 부풀린다.
다만 LG트윈스가 대권에 도전하려면 그 이상의 전력보강이 필요하다.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한국시리즈 문턱인 플레이오프에서 두산과 넥센에게 연달아 무너졌다. 힘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즉 LG트윈스가 90년대 영광을 재현하고 삼성의 대항마가 되기 위해선 국내선수들의 업그레이드가 절실하다. 이를 위해선 치열한 내부경쟁, 새로운 스타 발굴에 힘을 쏟아야 한다. 취약한 포지션에 검증된 FA선수를 영입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해 볼 선수는 올 스토브리그 최대어 최정이다. SK소속 3루수 최정은 국내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우타자 중 한 명이다. 강한 어깨를 가진 3루수로서 수비능력은 물론, 타율 3할 이상에, 매 시즌 홈런 20개 이상, 도루가 가능한 빠른 발을 지닌 만능선수라 할 수 있다. 찬스에도 강해, 어느 팀에 가도 3,4,5 클린업트리오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다. 나이도 27세, 야구선수로선 절정의 시기라 할 수 있다. 때문에 야구관계자들은 한목소리로 FA시장에 나온 최정의 가치를 100억원대로 예상하고 있다.
어느 팀이 과연 100억원대의 거액을 준비해 검증된 우타자 최정에게 오퍼를 넣을 것인가. 일단 빅마켓으로 삼성, LG, 한화, 롯데, SK 등이 꼽힌다. 여기에 2015년부터 참여하는 신생구단 KT도 FA시장에 뛰어들만한 자금력을 갖췄다. 좋은 선수를 두고 여러 팀이 의사를 타진할 만한 환경인 건 분명하다. 그럼에도 구매의사를 밝힐만한 구단은 두팀 정도로 압축된다. 최정의 원소속팀 SK와이번스와 4강 이상을 꿈꾸는 LG트윈스다.
왜 SK와이번스와 LG트윈스인가. 단순한 머니게임에 앞서, 해당선수와 팀간의 필요충분조건이 성립하는 구단이 SK와 LG이기 때문이다. 일단 SK와이번스는 프랜차이즈 스타를 잡아야 한다. 김광현이 포스팅 금액 200만불에 샌디에이고와 우선협상을 갖는다. 김광현이 돈대신 꿈을 택한 이상, 연봉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에 입단할 것이 자명하다.
SK와이번스로선 투타 핵심이자 프랜차이즈 스타 둘을 한꺼번에 잃을 순 없다. 때문에 100억원이란 액수에 상관없이 최정은 무조건 잡겠다는 입장이다. 이만수에서 김용희감독체제로 바뀐 터라, 새감독에게 힘을 실어주는 방향에서도 최정과의 계약은 필요하다. 다만 최정외에도 외야수 김강민과 조동화가 FA로 풀리기 때문에, 그들과의 협상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게 SK의 고민이다. 그래서 내부 FA를 모두 잡기보단 외부 FA에 시선을 돌릴 가능성도 엿보인다. 물론 최정의 거취에 따라서 제2, 제3의 움직임이 가능하겠지만.
SK가 아니라면 왜 LG인가. 현재 3루가 취약한 팀이 LG이기 때문이다. 삼성 박석민, 넥센 김민성, NC 모창민, 롯데 황재균, 기아 이범호 등 각 팀의 주전 3루수들이 제몫을 하고 있다. 한화는 3루수 송광민의 발전가능성이 높은데다, 김태완도 3루수다. 신생팀 KT의 경우, 외국인 용병타자로 3루수 앤디 마르테와 계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원석이 3루수인 두산은 거액 투자와 무관한 대표적인 스몰마켓이다.
그러면 남는 팀은 LG트윈스다. 지난 해 정성훈이 1루수로 보직을 변경한 후, 용병 조시벨을 3루수로 영입했으나 실패했다. 때문에 2루수 손주인을 3루수로 돌려쓰는 고육지책을 감수했다. 즉 LG에게 3루수는 공수에서 모두 취약한 포지션이었다. 그런데 최정이 FA시장에 나온다. 그동안 FA시장에 큰손으로 통했던 엘지라면 최정에게 충분히 오퍼할만한 상황이다.
만일 엘지에서 최정을 영입한다면 그 효과는 어떨까. 엘지는 예전부터 우타 거포에 대한 갈증이 심하다. 굳이 거포가 아니어도 클러치 능력을 겸비한 우타자가 절실한 팀이 엘지다. 엘지의 좌타자라인은 어떤 팀과 견주어도 밀리지 않는다. 박용택-이병규(라뱅-작뱅)-이진영-오지환 등이 제몫을 해준다. 그에 비해 우타자는 빈곤하다. 상대투수에게 위압감을 주는 우타자가 없다. 때문에 상대팀에서 좌완투수를 내보내면 늘 게임을 어렵게 푼다. 좌우밸런스를 맞춰줄 우타자가 절실한 이유다.
엘지의 취약 포지션 3루수에 검증된 우타자, 클러치 히터 최정이 가세한다면 그 시너지는 상당할 것이다. 약점을 제거하고 강점을 극대화한다. 과거 김재현-서용빈-이병규 등 좌타자 라인에 우타자이자 4번타자 한대화가 밸런스를 잡아주면서 90년대 LG트윈스 황금기를 이끌었던 것처럼, LG가 최정을 영입할 수 있다면 공격적인 부분에서만큼 삼성-넥센과 승부가 가능할 전망이다.
현재 FA 최대어 최정에게 100억원대의 대형계약을 안겨줄 구단은 SK와 LG로 압축된다. 두 구단만이 필요충분조건을 만족한다. 최정은 그의 거취와 관련해 해외진출을 비롯,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라고 밝혔다. 만일 최정이 해외진출이 아닌 국내잔류를 택한다면 그의 행선지는 아마도 두 팀 중 하나가 될 전망이다. 흥미롭다. 과연 KBO사상 최초의 100억원대 대형계약을 맺는 선수가 나올지. 그리고 그 쩐의 전쟁의 승자는 누가 될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