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홍철 음주운전, 무한도전 하차보다 실망스러운 건?
지난 8일 오전 인기 연예인 노홍철이 음주운전으로 경찰에 적발됐다. 이와 관련해 노홍철은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많은 분들께 실망을 주고 심려를 끼쳐 죄송한 마음이라며 뼈저리게 반성한다고 밝혔다. 동시에 현재 출연중인 인기 예능 ‘무한도전’과 ‘나혼자산다’를 비롯한 모든 방송에서 하차하고 자숙하겠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유명 연예인이 음주운전으로 대중을 실망시킨 건 노홍철이 처음이 아니다. 단지 평소 바른 이미지, 건강한 웃음을 책임졌던 노홍철이라 많은 네티즌은 실망 못지않게 안타까움을 표하고 있다. 다만 그 정도가 일부 네티즌들을 중심으로 너무 나간 인상을 주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노홍철의 무한도전 하차를 반대한다는 다음 아고라 서명 등이 대표적이다. 그 이유중에 하나로 정부의 음모론까지 대두된 상황이다. 무한도전 폐지를 원하는(?) 정부가 노홍철의 음주운전에 개입됐다는 설이다.
때문에 노홍철의 음주운전 관련 사진과 기사를 비교적 자세하게 다뤘던 연예보도 매체 디스패치는, 일부 네티즌에 의해 제기된 음모론과 관련해 팩트 중심의 반박기사까지 내놓은 상황이다. 기사의 내용을 보면 알 수 있지만, 노홍철의 음주운전과 음모론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즉 근거가 매우 허술하고 부족한 음모론은 노홍철과 무한도전에 대한 일부 팬들의 과한 팬심이 만들어내고 퍼뜨린 것으로 추정된다.
무한도전 하차보다 실망스러운 음모론?
노홍철이 음주운전을 했다. 실망스럽다. 하지만 노홍철보다 더 실망스러운 건, 그의 방송(무한도전) 하차를 막기 위해 일부 네티즌이 제기했던 근거없는 음모론이고 죗값에 대한 이중잣대다. 니편내편 편가르기 좋은 정치적 접근과 해석으로 음주운전이란 본질적 문제를 희석시키려 하는 발상은 유치하고 한심하게 보일 정도. 또 무한도전의 길이 음주운전으로 하차했을 때와 지금의 노홍철 음주운전과 하차에 대한 반응이 극과 극인 것도 민망하다. 사람봐가면서 죄의 경중을 달리하려 드는 건지. 길과 달리, 노홍철은 착한 음주운전인가.
이유야 어쨌든 노홍철이 술마시고 음주운전을 한 건 명백한 사실이다. 노홍철은 음주운전에 대한 책임이 있다. 대중에게 어필하는 연예인이기에 자숙의 시간도 필요하다. 인기가 많건 적건, 다른 연예인과의 형평성도 고려해야 한다. 그런데 노홍철이니까, 무한도전의 노홍철이니까. 무한도전을 위해서라도 봐줘야 한다는 게 노홍철 하차반대 서명운동과 음모론으로 나타나고 있다. 결국 무한도전에 대한 과한 팬심이 빚은 노홍철 감싸기라면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 사회의 병폐, 몰상식한 집단 이기주의의 단면이 그들이 찬양하는 ‘무한도전’이라는 명품 예능에서도 드러났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이면, 좋아하는 프로그램이면, 나에게 이익이 되면 어떤 잘못을 해도 용서된다는 생각이 얼마나 무서운가. 그런 몰상식한 집단 이기주의를 우리는 얼마나 혐오스러워했는가. 불과 얼마 전 김부선이 아파트 난방비 문제로 고군분투하며 싸웠던 이유를 잊었나. 일부 집단과 구성원이 단합해 잘못을 저지르면, 또 다른 구성원, 개인과 집단이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게 사회다. 그래서 약속이 필요한 것이다. 책임과 의무가 따르는 것이다.
건강한 사회를 꿈꾸며, 건강한 웃음을 만들어내는 ‘무한도전’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위해서도, 음주운전을 한 노홍철의 자진 하차는 너무나 당연했다. 많은 이들이 노홍철의 하차로 프로그램의 존폐 위기를 말하지만, 노홍철이 하차하지 않았다면 그것이야 말로 프로그램의 진정성을 훼손하는 것이다. 폐지로 가는 지름길이 될 뻔했다. 그런데 일부 팬들이 근거없는 음모론을 제기하고 노홍철의 무한도전 하차 반대서명을 한다. 참으로 씁쓸하다. 도대체 사이비 종교 집단도 아니고, 무엇이 최선인지 판단력을 잃어버린 것 같다.
요즘 연예인들이 탈세를 하건, 폭행을 하건, 음주운전, 사기에 도박 등을 저질러 물의를 빚던 별다른 자숙 기간없이 활동하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 대중을 불편하게 만드는 사건사고에 연루된다한들, 가수는 노래만 잘 하면 되고 배우는 연기만 잘 하면 되지 않냐는 그릇된 시선도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당장 자신에게 피해가 없다고 해서, 언젠가 자신과 가족 그리고 주변인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문제들을 통크게 키우고 있는 셈이다.
혹자는 왜 유독 연예인에게만 가혹하냐고 말한다. 연예인이기 때문이다. 사적인 언행만으로도 광고효과를 발생시키는 연예인이기 때문이다. 사건, 사고로 논란의 중심에 선 연예인이 어떤 행동을 취했는가가, 마치 광고처럼 대중에게 쉽고 빠르게 전달된다. 쉽게 여론이 형성된다. 덕분에 유사사건에 대한 기준과 형평성의 틀을 잡는다. 그래서 일반 대중은 연예인에게 더 냉정하고 단호한 것이다. 다음을 위해서라도 안 좋은 선례를 남기지 말아야 하니까. 물론 연예인 뿐 아닌, 정치인, 경제인 등 매스컴에 자주 노출되는 유명인들도 예외일 순 없다.
노홍철의 음주운전은 실망스러웠지만, 그의 무한도전 하차와 자숙에 대한 빠른 결정은 당연하고 현명했다. 그러나 그의 하차를 반대하고 음모론까지 제기한 네티즌들은 음주운전 노홍철보다 몇배는 더 실망스럽다. 사회의 거울 역할을 하는, 매스컴에 자주 노출되는, 대표성을 띠는 유명인사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물의를 일으키는 요즘이다. 그럼에도 제대로 책임지는 사례가 얼마나 있던가. 사회 전반적으로 도덕불감증이 심각한 수준이다. 누가 그렇게 만들고 있는가. 최소한 같은 사건은 같은 무게로 같은 시선으로 접근하자는 사회적 약속, 질서는 지켜야되지 않겠나. 이제 심지어 예능프로그램때문에 봐주자? 그것이야 말로 무한도전이다. 사회적 약속과 공감대를 무시한 일부 팬들이 인터넷에서 하는 무모한 도전이고 무식한 도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