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및 드라마

내생애봄날 결말, 왜 휴먼다큐 사랑이 생각났을까

바람을가르다 2014. 10. 31. 13:57

 

 

 

 

매년 5월 가정의 달이면 MBC에서 방송하는 다큐멘터리 특집이 있다. 바로 ‘휴먼다큐 사랑’이다. ‘휴먼다큐 사랑’은 사랑이란 주제를 통해 인간 내면의 가치와 진정한 삶의 의미를 추구한다. 가족의 소중함을 이야기한다. 30일 방송된 수목드라마 ‘내생애봄날’ 마지막회를 보던 중 ‘휴먼다큐 사랑’이 오버랩됐다.

 

‘내생애봄날’ 여주인공 이봄이(최수영)는 이식 받은 심장이 거부반응을 일으켜 생사가 불투명했다. 인공심장 등 다른 대책을 강구했지만 그것조차 여의치 않았다. 결국 이봄이는 처음으로 사랑을 느꼈던 남자 강동하(감우성), 그리고 가족들을 뒤로 하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동하의 죽은 아내에게 심장을 이식받았듯이, 봄이는 자신의 안구를 비롯해 누군가에게 필요한 장기를 기증하고 떠났음을 암시했다.

 

 

 

 

드라마 주인공이 죽어서 새드엔딩이라 할 수 있지만, 장기 기증을 암시하는 대목에서 훈훈한(?) 열린 결말로도 볼 수 있다. 그래서인지 결말자체의 감흥은 크지 않았다. 오히려 결말로 가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환자 이봄이를 중심으로 가족애를 다뤘기 때문이다. 마치 ‘휴먼다큐 사랑’을 연상시키는.

 

새드엔딩으로 끝난 일반적인 멜로드라마의 마지막회 테마는 이별여행이다.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여주인공 옆에 남자주인공이 있고, 분량 대부분이 둘만의 애틋한 시간으로 채워진다. 당연히 장소는 병원이 아니다. 그런데 ‘내생애봄날’은 변칙적인 방법을 취한다. 남녀주인공의 사랑, 이별여행을 15회에 댕겨 쓰고, 마지막회는 리얼리티를 살리는 병원이란 공간에서 가족애에 포커스를 맞췄다. 동시에 반복된 일상속에서 죽음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 지에 대해서도.

 

 

 

 

‘휴먼다큐 사랑’에서 봤던 그림이다. 병마와 싸우는 주인공이 아프고 지켜보는 가족들도 아프다. 아직은 자신의 손길이 필요한 아이들, 남편. 가족때문에 마음 편히 죽을 수도 없는 여자. 그래서 펑펑 눈물을 쏟는다. 그 모습에 시청자도 눈물이 맺힌다. 물론 아픈 시간만 담지 않는다. 남들처럼 여행도 가고, 웃고 떠드는 순간도 있다. 드라마 ‘내생애봄날’에서도 ‘휴먼다큐 사랑’을 본다.

 

그럼에도 ‘내생애봄날’은 역시나 드라마다. 내가 본 ‘휴먼다큐 사랑’은 ‘내생애봄날’보다 간절하다. 치열하다. 죽음이 다가오는 데에도,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는 주인공이 있고 가족이 있다. 주인공은 ‘살아야 한다.’, 시청자는 ‘살았으면 좋겠다.’ 기적을 꿈꾼다. 하지만 휴먼다큐 사랑은 배신한다. ‘풀빵엄마’편처럼 엄마는 아이들을 남기고 떠난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이별을 만든다.

 

 

 

 

‘내생애봄날’은 드라마라 그런지 치열함을 느끼기엔 부족했다. 오히려 주인공 이봄이가 너무 이른 시간에 삶을 포기하는 인상마저 주어 실망스럽기도 했다. 시도때도 없이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던 수영의 대단한 눈물연기가 없었다면, 주인공이 죽을 병에 걸린 게 맞나 싶을 정도. 그만큼 가족애로 감싼 드라마의 분위기는 따뜻했지만, 주인공이 삶의 끈을 너무 쉽게 놓아버린 것 같아 아쉬웠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 아쉬움을 이봄이가 했던 말속에서 달랜다. ‘매일 매일이 행복하지는 않아. 하지만 행복한 일들은 매일 있단다.’라는 말. 사랑하는 당신과 있는 지금이 내 생애 봄날이라는 말에서. 그렇다. 어쩌면 이 드라마가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일 것이다. 사랑하며 살자. 하루하루 감사하며 최선을 다해 살자. 그 안에서 크고 작은 행복을 찾자.

 

휴먼다큐 ‘사랑’은 인생을 보여줄 뿐 시청자에게 답을 주지 않는다. 답은 시청자 스스로 구하게끔 유도한다. 반면 드라마 ‘내생애봄날’은 시청자에게 답을 던진다. 하루를 살아도 이봄이처럼 사는 게 좋지 않겠냐고. 우리에겐 휴먼다큐 ‘사랑’의 질문도 필요하고 ‘내생애봄날’의 답도 가치가 있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늘 필요하다. 그러한 질문과 답이. 그 때마다 최선을 찾아가는 몫은 본인 스스로가 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