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및 드라마

내 생애 봄날, 드라마의 법칙 새드엔딩 경우의 수?

바람을가르다 2014. 10. 23. 12:43

 

 

 

 

 

MBC수목드라마 ‘내 생애 봄날’ 13회에서 이봄이(최수영)는 강동하(감우성)에게 이별을 고했다. 동하가 싫어져서가 아니었다. 봄이의 심장이 문제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이식받은 심장이 거부반응을 일으켜 생사가 불투명해진 봄이는 혹여 자신때문에 사랑하는 동하가 상처받을까 두려웠다. 그래서 아픈 사실을 숨기고 동하에게 미안하단 말과 함께 갑작스런 이별을 말했다. 전후사정을 모르는 동하는 반쯤 정신이 나간 사람이 됐다.

 

많은 시청자가 안타까운 심정으로 지켜봤을 것 같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다소 실망스러운 전개였다. ‘내생애봄날도 결국 심장으로 쇼부보는 드라마였나?’라는 아쉬움이 앞섰다. 여타 드라마처럼 여주인공 봄이의 ‘고장난 심장’이 남녀주인공의 풋풋한 사랑을 애절하게 업그레이드 하고, 등장하는 인물들의 갈등을 무리없이 봉합하는 만병통치약으로 쓰일 것만 같았다. 그동안 진부한 설정을 깔끔하고 담백하게 요리조리 잘 피해가다가 막판에 와서 대놓고 신파를 찍는 건 아닌지.

 

어찌됐든 이미 기차는 출발했다. 마지막회까지 총 3회가 남은 시점에서, ‘내생애봄날’ 스토리와 결말의 축은 여주인공 이봄이가 죽느냐 사느냐로 맞춰졌다. 종착역이 이봄이가 죽는 새드엔딩인가, 아니면 이봄이가 극적으로 살아나 강동하 그리고 푸른이, 바다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란 암시, 해피엔딩일 것인가.

 

 

 

 

드라마의 법칙, 여주인공이 죽는 새드엔딩 경우의 수?

 

야구나 축구와 같은 스포츠를 보다 보면, 늘 등장하는 게 바로 ‘경우의 수’다. 예를 들어 ‘월드컵 축구 대한민국 16강 진출 경우의 수’, ‘LGvsSK 준플레이오프 진출 경우의 수’같은. 확률과 통계에 의한 경우의 수는 다가올 상황을 예측하는 데 있어 꽤 도움이 된다. 그렇다면 이 ‘경우의 수’가 드라마에서도 유의미하게 적용될 수 있을까. 드라마 ‘내생애봄날’의 여주인공 이봄이(수영)가 죽는 새드엔딩 경우의 수는?

 

1) 드라마의 분위기가 ‘가을동화’는 아니다.

 

주인공은 쉽게 죽지 않는다. 주인공 불사조론. 아픈 주인공을 죽여서 시청자를 우울하게 만들기 보단, 희망적인 메시지와 함께 기분 좋은, 개운한 마지막회를 준비하는 드라마가 많다. 그런데도 주인공을 죽일 수밖에 없는 케이스가 있다. 예를 들어 송승헌-송혜교-원빈 주연의 ‘가을동화’가 그렇다.

 

아무리 피가 섞이지 않았더라도 남매였기에, 연인이 되기는 애매한 관계가 ‘가을동화’의 송승헌-송혜교였다. 송혜교가 죽을 병에 걸린 게 차라리 다행일 정도였다. 선택의 여지가 없어지고, 새드엔딩으로 가기엔 딱 좋았으니까. 드라마의 분위기 자체도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되게 우울했다. 반면 이봄이라는 캐릭터가 주도하는 ‘내생애봄날’은 로맨틱코미디를 연상시킬 정도로 그동안 밝은 분위기를 유지했다. 그런데 심장이 거부반응을 일으켰다면서 갑작스럽게 드라마의 톤을 극단적으로 바꿔버리면 플러스보다 마이너스가 될 수 있다. 그래서 13회는 이질감이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즉 새드엔딩이란 옷자체가 ‘내생애봄날’에는 어울리지 않다.

 

 

 

 

2) 주인공을 아프게 할 타이밍을 놓쳤다?

 

드라마에서 주인공이 죽는 경우는, 대개 초반에 죽을 병이 드러나는 경우다. 예를 들어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소지섭, ‘네멋대로 해라’ 양동근 (죽었는지는 알 수 없게 끝났지만), ‘천일의 약속’ 수애 등이 그렇다. 즉 시작부터 죽을 것처럼 등장한 주인공들은 끝에 가서 거의 죽는다. 마지막에 가서 기적처럼 살아나면 그것도 좀 이상하긴 하다. 아무튼 제작진이 주인공을 죽일 생각이면, 초반부터 주인공을 사정없이 아프게 한다. 그 효과로 시청자를 끌어 모은다.

 

그런데 ‘내생애봄날’ 이봄이는 어떤가. 스스로 공짜 인생을 사는 거라 남들보다 더 열심히 살아야 한다면서, 착하고 긍정적인 모습만 보여줬다. 그러다 13회부터 심장이 고장나 ‘죽네사네’ 코스로 접어들었다. 이와 비슷한 케이스가 ‘최고의사랑’ 독고진(차승원)이다. 드라마 중반이후 독고진의 인공심장이 문제를 일으켜 사랑하는 구애정(공효진)과 이별도 하고... 하지만 결국 수술은 성공적으로 끝나 독고진과 구애정은 해피엔딩을 맞는다. 캐릭터는 달라도 전체적인 흐름이 ‘내생애봄날’은 ‘최고의사랑’과 꽤 흡사하다. 현재까진.

 

 

 

 

3) 드라마의 개연성, 존재하는 이유

 

드라마 ‘내생애봄날’은 시한부 인생을 살다가 이식을 통해 새 심장을 얻은 여자 이봄이와 심장을 기증한 여인의 남편 강동하가 만나 특별한 사랑을 하게 되는 휴먼 멜로드라마다. 엄밀히 따져 이봄이와 강동하는 어울리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열여덟의 나이차. 보통 만나기도 힘들지만 사랑하기는 더욱 힘든 관계다. 그런 그들이 ‘특별한 사랑’을 하게 된 계기는, 우연섞인 잦은 만남도 있었지만, 봄이에게 이식된 심장(동하 아내 심장)도 무시할 수 없다.

 

드라마 초반 물에 빠진 봄이를 구해준 사람은 동하, 그리고 그의 죽은 아내였다. 판타지적인 요소지만, 분명 죽은 동하의 아내가 봄이와 동하사이를 연결해주는 가교역할을 했다. 그런데 봄이의 심장이 갑작스럽게 거부반응을 일으켰다. 그것이 지속되고 결국 봄이의 생명을 끝까지 위협한다면, 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동하의 아내는 뭐가 되고, 봄이에게 그 심장은 봄이 것이라고 말해주던 동하는 뭐가 되는가. 고맙습니다, 열심히 살겠습니다를 늘 얘기하던 봄이는?

 

 

 

 

즉 아무리 ‘경우의 수’를 따져보아도 ‘내생애봄날’ 여주인공 이봄이가 죽는 새드엔딩은 그려지지 않는다. 변수가 있다면 얼마 전 인터뷰대신 공개한 감우성 손편지다. 감우성의 손편지에서 ‘드라마의 후반부, 엔딩 스토리 하나 보고 출연을 결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근래 보기 드문 결말과 아름다운 여주인공이 있다. 시청자들의 기대치와 예상을 뛰어넘는 결말을 확신한다.’라는 내용이 걸린다.

 

시청자들의 기대치와 예상을 뛰어넘는 보기 드문 결말이라... 드라마의 법칙 아닌 법칙을 쫓아 접근하면 ‘내생애봄날’에 새드엔딩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감우성의 손편지는 끝내 ‘경우의 수’를 만들고 만다.

 

분명 드라마의 결말은 가장 궁금한 부분이다. 하지만 그동안 드라마 ‘내생애봄날’을 보면서 결말에 대해 생각하지 않았었다. 과정이 담백하고 매끄러웠기 때문이다. 진부하다고 느낄 겨를없이. 특별하지 않은 데 특별한. 그런데 13회에 갑작스럽게 쓰러지며 곧 죽을 것 같은 여주인공 이봄이를 보면서, 엇갈리는 강동하를 보면서, 드라마가 갑자기 평범해진 느낌도 없지 않다. 그래서 결말도 중요하겠지만, 결말로 향하는 과정에서 ‘내생애봄날’이 그동안 보여준 장점을 이탈하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