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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생 임시완 강소라, 놀라운 싱크로율 대박 시청률로 이어지나

바람을가르다 2014. 10. 18. 10:44

 

 

 

윤태호의 인기 웹툰 ‘미생’을 드라마로 만든다면 어떤 느낌이 날까. 원작만큼 재밌게 표현할 수 있을까. 사랑얘기도 아닌데 생각과 달리 밋밋하거나 지루하진 않을까. 그건 그렇고, 주인공 장그래는 누가 연기하지? 안영이는? 웹툰 ‘미생’이 아닌 드라마 ‘미생’이 성공하려면 이것저것 난제가 많아 보였다. 그리고 그 난제들을 케이블방송 TVN이 떠안았고, 17일 드라마 ‘미생’이 첫방송됐다.

 

재밌다.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다들 연기를 참 잘 한다. 한 마디로 잘 만들었다. 드라마 ‘미생’ 첫회를 본 소감이다. 올해 본 드라마 1회중에 가장 인상적이고 재밌었다. 내용을 아는데도 신선하고 재밌으며, 내용을 아는데도 감동이 스며든다. 어떻게 표현해야 되지? 웹툰 미생을 뛰어 넘는 드라마 미생의 매직이다.

 

 

 

 

‘난 열심히 하지 않아서 세상에 나온 거다. 열심히 하지 않아서 버려진 것이다.’

미생 1회 마지막 스물 여섯 인턴사원 장그래(임시완)는 그렇게 되뇌었다. 장그래는 고졸이다. 그것도 검정고시를 통한. 도대체 학창시절 장그래가 뭘 했길래. 장그래는 바둑연구생 출신이다. 쉽게 말해 야구부, 축구부 등 학창시절 프로선수를 꿈꾸던 운동부 친구들이 교실에서 공부할 시간에 운동만 했듯이, 장그래는 바둑만 뒀다. 이창호나 이세돌같은 프로기사를 꿈꾸며.

 

그러나 바둑연구생 중 실제 프로기사가 되는 확률은 생각보다 매우 낮다. 야구를 한다고 해서 모두 프로야구선수가 되는 건 아니듯이. 장그래 또한 번번이 입단 문턱에서 좌절했다. 결국 바둑에서 길을 잃고 세상에 나오게 된 것이다. 배운 것도, 할 줄 아는 것도 바둑밖에 없는 고졸 장그래가, 과연 스펙이 짱짱한 동료 인턴들과의 경쟁에서 버티고 이겨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장그래를 특별히 응원해야 할 이유는 없다. 그런데 응원하게 된다. 왜? ‘난 열심히 하지 않아서 세상에 나온 거다. 열심히 하지 않아서 버려진 것이다.’ 바로 이 대사 하나로 장그래의 캐릭터가 설명되기 때문이다. 장그래는 자신이 처한 상황, 주어진 환경에 대해 불만을 앞세우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이 부족하기 때문에, 자신이 열심히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입단에 실패한 것이고, 회사에서 동료들에게 무시당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현실을 부정하기 보단 인정하고 힘들지만 극복하려 몸부림치는 건강한 청년 장그래의 모습에서 뜨거움을 느낀다.

 

임시완. 연기를 잘 한다고 생각은 했었지만, 미생의 ‘장그래’를 이렇게 완벽하게 소화해 낼 줄은 몰랐다. 웹툰 속 장그래가 살아 움직인다. 임시완을 통해서. 사실 장그래만큼 표현하기 힘든 캐릭터도 없다. 활활 불타오르는 의욕덩어리도 아니고 차가울 정도로 냉정하지도 않다. 감정의 기복이 상당히 미묘하다. 그만큼 세심하게 표현해야 시청자에게 감흥을 줄 수 있다. 그런데 장그래 임시완이 시청자를 웃기기도 하고 울리기도 한다. 1회부터 벌써.

 

 

 

 

임시완에게만 놀란 게 아니다. 안영이 역에 강소라도 찬사가 아깝지 않다. 웹툰 속 안영이보다 강소라가 연기하는 안영이가 더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안영이와 장그래는 사내연애하는 커플이 아니다. 같은 인턴사원으로 경쟁관계다. 슈퍼 인턴사원 안영이에게 장그래는 실상 경쟁상대도 안 된다. 그러나 안영이와 장그래가, 임시완과 강소라가 함께 등장하면 그 그림만으로 재미가 있다. 분명 커플이 아닌데 은근 커플 느낌마저 난다. 썸타는 느낌이랄까. 그만큼 임시완과 강소라의 시너지가 대단하다.

 

오과장 이성민은 어떤가. 연기는 말할 것도 없고, 싱크로율이 임시완 강소라 못지않다. 장백기(강하늘)를 비롯한 조연들도 마찬가지다. 한마디로 ‘미생’의 캐스팅은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그래서 온전히 드라마를 즐길 수 있다. 웹툰 미생에서 느꼈던 공감, 희로애락의 소실없이, 오히려 만화에선 느낄 수 없는, 오직 드라마라는 영상이 주는 또 다른 재미와 감동을 마주한다.

 

 

 

 

드라마 ‘미생’은 응답하라 시리즈를 잇는 또 하나의 케이블 대박드라마를 예고한다. 이유는 미생 첫방송안에 있다. 첫째 재미와 공감이 숨쉬는 탄탄한 스토리, 원작인 웹툰 ‘미생’을 바탕으로 한다. 둘째 임시완-강소라-이성민 등 최적의 캐스팅에 최상급 연기합을 볼 수 있다. 캐스팅 그리고 첫회, 바둑으로 치면 포석단계다. 기대이상으로 잘 짜여졌다. 장그래 임시완과 안영이 강소라의 싱크로율이라면 충분히 대마사냥(대박 시청률)도 가능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