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원 심은경과 조인성 송혜교의 차이? 리메이크 드라마의 좋은 예와 나쁜 예!
기대작으로 꼽히던 주원-심은경 주연의 KBS2 월화드라마 ‘내일도 칸타빌레’ 1,2회가 방영됐다. 그런데 시청자의 반응은 예상보다 차갑다. 단순히 시청률이 생각보다 낮기 때문이 아니다. 드라마의 퀄리티, 배우들의 캐릭터와 연기, 어느 하나 시청자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물론 미니시리즈의 특성상 이제 시작이란 점에서 좀 더 지켜볼 여지는 있다. 문제는 기대감이다. 좀 더 애정을 가지고 지켜볼만한 이유, 현재로선 기대감을 어디서 찾아야 할 지 난감하다.
드라마 ‘내일도 칸타빌레’는 클래식에 대한 꿈을 키워가며 열정을 불태우는 열혈 청춘들의 사랑과 빛나는 성장 이야기를 다룬다. 김명민-이지아 주연의 ‘베토벤바이러스’가 히트친 적이 있으나, 클래식이란 소재는 여전히 국내드라마에서 생소하다. 그만큼 매력적인 소재다. 타마키 히로시, 우에노 주리 주연의 성공한 일본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를 리메이크했다는 건, 드라마의 완성도를 쉽게 높일 수 있는 토대가 된다. 즉 ‘내일도 칸타빌레’는 시청자를 끌어들일 만한 좋은 배경을 갖췄다. 그런데 왜 드라마를 본 시청자의 반응은 냉담할까.
리메이크 드라마의 좋은 예와 나쁜 예
우선 캐스팅의 실패다. 우에노 주리의 노다메 역을 ‘내일도 칸타빌레’에선 심은경이 설내일이란 이름으로 소화하고 있다. 심은경의 연기를 놓고 호불호가 갈린다. 사견은 후자에 속한다. 심은경이 연기하는 설내일이 매력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매력이 없다. 그것으로 모든 설명이 된다. 심은경이 원래 연기를 잘 하는 배우이든, 잘 못하는 배우이든, ‘내일도 칸타빌레’란 드라마에서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다. 설내일이란 캐릭터, 연기하는 심은경이 시청자의 눈에 매력적이어야 한다. 그런데 그렇지 못하다. 아직까진 호감보단 비호감에 가깝다.
더 큰 문제는 남자주인공 차유진 역에 주원과 설내일 심은경이 어울리지 않는다. 연기도, 비주얼 측면에서도 시청자에게 기대감을 주지 못한다. 각자 캐릭터가 매력을 주지 못하는 상황에서, 멜로의 그림이 잘 빠져야 할 로맨틱코미디의 남녀주인공이 시청자에게 이렇다 할 설레임을 주기에도 벅차 보인다. 드라마가 반등할 여지는 커플이 주는 설레임과 기대감에서 출발하는데, ‘내일도 칸타빌레’는 여기서 치명적인 약점이 드러난다. 이보다 더한 아킬레스는 없다.
사실 캐스팅논란 때부터 예고된 문제였다. 당시 남자주인공에 주원이 낙점된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주원에게 어울리는 여자주인공을 찾아야 했다. 연기력도, 비주얼도 되는. 그리고 소녀시대 윤아가 캐스팅됐다. 그런데 네티즌의 항의가 빗발쳤다. 윤아의 연기력으론 택도 없다면서, 노다메 역에 윤아를 결사반대했다. 결국 윤아는 출연을 포기했다. 그렇다면 노다메에 어울리는 한국배우는 누구인가. 다수의 네티즌은 심은경을 강력 추천했다.
제작사는 네티즌의 의견을 고려해 심은경을 캐스팅한 셈이다. 그리고 뚜껑을 열어보니 심은경도 아닌 상황이 돼버렸다. 결국 제작사의 실패다. 남자주인공으로 먼저 캐스팅한 주원에게 확신이 있었다면, 주원에게 어울리는 여배우를 찾아야 했다. 단순히 노다메라는 캐릭터에 어울리는 여배우가 아니다. 윤아든 심은경이든 누가 되든 아무리 노다메를 잘 살려도, 결국 남자주인공 차유진, 주원과 어울려 시너지를, 기대감을 주지 못하면 드라마는 꽝이 된다.
그렇다면 ‘내일도 칸타빌레’는 캐스팅만 실패인가. 드라마의 퀄리티도 조악하다. 그냥 원작 일드 ‘노다메 칸타빌레’ 베끼기에 불과하다. 일드와 한드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 정서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풀어가는 방식도 다르다. 예를 들어 일드에서 보여주는 만화적 상상력이 한드에선 채널돌리기 딱 좋은 병맛스런 오글거림이 된다. 일드 말미에 반성타임도 그렇다. 주인공과 주변인들이 주입식 교훈을 주려 이런 저런 설교를 때린다. 그런데 한드에서는 아무리 옳은 말이라도 주인공이 행동이 아닌 설교를 하면 오글거려서 시청자가 견디질 못한다.
한마디로 일드와 한드는 스타일이 다르다. 그렇다면 일드 ‘노다메 칸타빌레’를 리메이크 했을 때, 좀 더 한국 시청자의 눈높이에 맞도록 컨셉을 잡는 게 좋았다. 내용도 캐릭터도. 그런데 ‘내일도 칸타빌레’를 보면, 그냥 일드 ‘노다메 칸타빌레’ 흉내내기에 불과하다. 그래서 배우들의 연기에는 개성도 영혼도 사라진, 그냥 어설픈 발연기로 비춰진다. 내용은 어떤가. 산만하기 짝이 없다. 클래식의 장점은 사라지고 때때로 소음처럼 들리기까지.
일드 리메이크 좋은 예가 있다. 일드 ‘사랑따윈 필요없어, 여름’을 리메이크해서 호평받았던 김규태 연출, 노희경 작가, 조인성-송혜교 주연의 ‘그 겨울 바람이 분다’다. 이 드라마가 왜 리메이크의 교과서인가. 같은 내용을 전혀 다른 느낌의 드라마로 재창조했기 때문이다. 주요캐릭터도 그렇고 내용도 그렇다. ‘그겨울’은 일드색을 뺀 한드에 어울리는 색깔을 자아낸다. 좀 더 세심하고 좀 더 극적이다. 단순 모방이 아닌 재창조를 위해 연구가 많이 된 드라마다.
보여지는 부분은 어떤가. 배경이 원작은 여름인데 한드는 겨울이다. 비주얼이 다르다. 배경만 다른가. 와타베 아츠로-히로스에 료코를 대체한 조인성-송혜교의 느낌도 다르다. 조인성은 와타베 아츠로보다 혈기왕성하고 뜨겁다. 송혜교는 히로스에 료코보다 성숙하고 차갑다. 뿐만 아니라 어울림도 다르다. 와타베 아츠로-히로스에 료코는 띠동갑이다. 그래서 연인보단 오빠동생 느낌이 강하다. 반면 조인성과 송혜교는 또래다. 때문에 오빠동생보단 연인으로 가는 과정도, 어울림도 더 매끄럽다. 즉 캐스팅에서도 무작정 원작을 쫓기보단 드라마의 매력을 살리는 방향을 택했고 성공했다.
반면 김주혁-문근영 주연의 영화 ‘사랑따윈 필요없어, 여름’은 망했다. 여름이란 배경, 와타베 아츠로-히로스에 료코의 나이차, 비주얼 등을 고려해 판박이같은 흉내 영화를 제작했다가 관객들의 혹평속에 막을 내렸다. 속단은 금물이나 주원-심은경 주연의 드라마 ‘내일도 칸타빌레’가 딱 김주혁-문근영 주연의 영화 ‘사랑따윈 필요없어, 여름’에 코스를 밟는 것 같아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리메이크의 나쁜 예, ‘영혼없는 리메이크’가 되는 건 아닌지.
일드를 리메이크하는 횟수가 늘고 있다. 그런데 늘어나는 횟수에 비해 성공하는 작품은 많지 않다. 왜 일까. 리메이크에 대해 일차원적인, 진부한 접근 방법을 취하기 때문이다. 리메이크의 성공은 '닮아서'가 아니라 '달라서'에 따라 결정된다. 왜냐하면 '닮음'이 아닌 '다름'을 통해 원작과의 차별, 발전을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캐스팅 잡음이 심했던 여주인공. 우에노 주리와 닮은 여배우를 찾는 게 무조건 정답이었을까. 오히려 우에노 주리와 전혀 다른 색깔을 가진 배우가 노다메를 연기하는 게 의외의 신선함과 기대감을 줄 수 있었던 건 아닐까. 캐릭터나 에피소드도 마찬가지다. 즉 리메이크에 대한 고민없는 고정관념이 아쉽다. 그래서 조인성-송혜교 주연의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리메이크에 아주 좋은 예로 꼽을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