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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생애봄날 참 ‘같기도’같은 드라마다?

바람을가르다 2014. 10. 10. 09:51

 

 

 

9일 방송된 MBC수목드라마 ‘내 생애 봄날’ 10회에서, 강동하(감우성)는 우도를 찾아 온 이봄이(최수영)의 마음을, 사랑을 끝내 외면하지 못했다. 동하도 봄이를 사랑했기 때문이다. 단지 그녀를 사랑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여러 가지가 마음에 걸리지만, 역시나 가장 마음이 쓰이는 건 봄이가 동생 동욱(이준혁)과 결혼을 약속했던 사이였기에 동하는 봄이를 사랑하면서도 그녀의 마음을 받아줄 수 없었다.

 

그런데 10회 마지막에 동하는 자신을 붙잡아 달라는 봄이를 찾아갔다. ‘에라 모르겠다.’의 심정인가. 암튼 봄이를 향하는 동하의 말투와 눈빛이 달라졌다. 그렇게 강동하는 더 이상 봄이도, 봄이의 사랑도 피하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나름 도망도 쳐보고, 잊으려고 애도 써봤지만, 결국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도닦는 척 해봐야 소용없다는 걸 동하는 깨달았다. 그리고 말했다. 내 옆에 있어달라고.

 

 

 

 

우도로 찾아온 봄이에게 동하는, 자신에게 느끼는 봄이의 감정은 사랑이 아니라, 이식한 심장(죽은 동하의 아내 심장)때문에 느낀 일종의 착각이라고 말했었다. 그러자 봄이는 내 심장이 아니라 내가 (당신을) 좋아한다고. 그 이유로 심장이식을 받기 전에 좋아했던 것들을 여전히 좋아한다며 자신은 달라진 게 없다고 답했다. 심장때문에 (당신을) 사랑하는 게 아니라 심장때문에 더 사랑하게 됐다며, 봄이는 동하를 코너에 몰아넣고 결정타를 날렸다. 동하가 봄이에게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다.

 

사실 동하도 봄이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매번 봄이를 떠올리면서, 봄이에게 강하게 끌리는 자신의 감정(사랑)이, ‘(아내 심장때문이) 아닌 것 같은데...’라고 되뇌었다. 하지만 아내 심장때문이건 아니 건, 봄이를 붙잡을 수 없는 건 마찬가지. 동생 동욱이에게 상처를 줄 순 없었다. 그래서 핑계거리를 찾았고, 그것이 봄이에게 이식된 아내의 심장이다. 그런데 봄이가 말하는 거 봐라. 구구절절 옳은 말. 더 이상 도망치면 강동하건, 감우성이건 재미없다. 적절한 타이밍에 남자주인공이 여자주인공을 붙잡는다.

 

 

 

 

내생애봄날 참 ‘같기도’같은 드라마다?

 

‘내생애봄날’이 10회를 마쳤다. 16부작으로 반 이상 달린 시점에서 중간평가를 하자면, 참 재밌는 드라마다. 늘 기대보다 나은 결과물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일단 드라마의 템포가 매우 적절하다. 너무 느리지도 그렇다고 너무 빠르지도 않다. 시청자가 지루하지 않게, 충분히 즐길 수 있는 범위에서 속도를 조절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진부할 것 같은데 진부하지 않다. ‘심장이식’이란 소재는 진부하다. 그런데 진부하지 않은 건, 억지가 없기 때문이다. 주요 인물들의 감정에 억지가 없다. 캐릭터마다 물이 흐르듯이 감정이 흐른다. 질질 끄는 맛, 지루한 전개, 사족 따위가 거의 없다. 드라마의 진부함을 잊게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은 스토리의 개연성, 캐릭터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속도조절임을 보여준다.

 

 

 

 

안 어울릴 것 같은 데 잘 어울린다. 감우성과 수영은 안 어울릴 것 같은데, 드라마속에선 꽤나 잘 어울린다. 멜로드라마에서 시청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커플의 어울림이다. 각각의 캐릭터가 아무리 좋아도, 커플로 등장하는 남녀주인공을 합쳐 놓았을 때, 비주얼 측면이 꽝이 되면 드라마는 죽는다. 감우성과 수영은 스무살의 나이차에도 불구하고 어색함이 없다는 게 강점이다.

 

연기를 못할 것 같은데 잘 한다. 드라마 방송전 소녀시대 수영에 대한 우려섞인 시선이 많았다. 수영이 인기 걸그룹 소녀시대 멤버라는 점, 아이돌이 낙하산식으로 드라마나 영화에 주연으로 낙점받는 걸 시청자는 불편해한다. 하지만 수영은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이봄이역에 매우 어울리는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회를 거듭할수록 안정감이상의 매력을 발산중이다.

 

막장같은데 막장은 아니다. 한 여자(수영)를 형(감우성)과 동생(이준혁)이 사랑한다. 심지어 여자와 동생은 약혼을 앞둔 사이였다. 그런데 여자의 마음은 이미 형에게 옮겨갔다. 동생과 동거했던 여자(장신영)와 형이 맞선을 보는 상황도 있었다. 빼도 박도 못하는 막장스토리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생애봄날'에선 막장느낌이 안 난다. 오히려 드라마가 따뜻하다. 그럼 따뜻한 막장이라고 불러야 될까. 이건 막장도 아니고 막장 아닌 것도 아니다?

 

 

 

 

드라마 ‘내생애봄날’의 이미지는 전체적으로 개그콘서트의 ‘같기도’를 떠올리게 만든다. 김준호와 박성호가 출연했던 개콘 코너 ‘같기도’. 드라마의 소재나 스토리, 배우들의 연기와 연기 합 등이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흘러가기 때문이다. 물론 좋은 쪽으로, 꽤 이상적으로. 모든 면에서 기대이상을 보여주는 ‘내생애봄날’은 호평받을 만하다.

 

동하가 봄이를, 봄이가 동하를 사랑하는 게 ‘심장이식’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시간이 지나갔다. 봄이가 자신의 감정을 확실히 알고 동하를 설득했고, 반신반의했던 동하도 봄이의 말속에서 해답을 찾았다. 일단 두 사람간의 밀당아닌 밀당, 고비는 넘긴 셈이다. 내생애봄날 11회부터는 봄이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 주변인들로 인해 상처받을지 모를 여자 봄이를, 따뜻하게 감싸줄 남자 강동하를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