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녀의탄생 한예슬, 드라마복귀와 황정민의 밥상론?
한예슬이 3년만에 안방극장으로 돌아온다. 한예슬은 오는 11월에 방송되는 SBS 새주말극 ‘미녀의 탄생’에서 성형과 다이어트로 삶의 전환점을 맞는 여주인공 역을 맡았다. 상대역으로는 주상욱이 캐스팅된 상황이다. 그런데 오랜만에 드라마로 복귀하는 배우 한예슬에 대한 네티즌의 반응이 싸늘하기만 하다. 왜?
한예슬은 3년전 미니시리즈 ‘스파이명월’을 찍던 중, 돌연 미국으로 도망친 사례가 있다. 한예슬은 ‘스파이명월’ 황인혁PD와의 잦은 마찰 및 살인적인 드라마 촬영스케줄 등을 이유로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고 드라마 포기의사까지 내비쳤으나, 결국 3일만에 촬영장으로 돌아오는 촌극을 빚었다.
당시 한예슬은 귀국 기자회견을 통해, ‘내가 처한 상황이 얼마나 열악했는지 알려지길 바랐다. 나같은 희생자가 다시 나오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물론 동료 연기자 및 스태프들에게 피해를 준 점에 대해서는 잘못했다고 생각하나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것 같았다.’고 해명했다. 옳은 일을 했다고 믿고 싶고, 훗날 내 행동에 대해 이해해주실 분들이 있을 거란 말도 덧붙였다.
그리고 3년이 지났다. 한예슬이 ‘미녀의탄생’으로 드라마에 복귀한다. 김아중 주연의 영화 ‘미녀는 괴로워’를 연상시키는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한예슬이 캐스팅된 것이다. 캐릭터만 놓고 보면 한예슬이 소화하기엔 무리가 없을 듯 보인다. 오히려 안성맞춤이란 생각마저 들 정도다. 그럼에도 네티즌들은 한예슬의 드라마복귀에 냉소와 우려를 쏟아낸다. 그만큼 비판적이다.
3년 전 드라마촬영장을 떠나 돌연 미국으로 잠적했던 한예슬의 행동에 대해 여전히 네티즌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3년이 지났지만 한예슬의 말처럼 과거 그녀의 행동을 어쩔 수 없는 선택 등으로 이해해주지 않는다. 오히려 한예슬이 드라마에 캐스팅됐다는 자체가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많다. 한국드라마 시스템이 싫다고 떠나더니 왜 돌아왔냐는 반응부터, 또 사고(?)를 칠 지 모르는 배우를 받아주고 캐스팅한 제작사도 문제있다는 시선이다.
그렇다. 한예슬이 혐오했던 생방송에 가까운 국내 드라마시스템은 3년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매회 시시각각 변하는 시청자의 반응을 드라마에 빠르게 반영하는 국내드라마의 여건상, 배우와 스태프들이 생고생을 할 수 밖에 없는 제작환경은 그대로고, 여전히 열악하다. 한예슬이 그걸 알면서도 영화도 아닌 드라마 촬영장으로 복귀의사 밝혔으니, 그녀 스스로 우스운 꼴에 노출된 셈이고, 네티즌들도 좋게 볼 리 만무하다. 차라리 절박한 배우를 찾아 기회를 주는 게 맞다로 귀결된다.
과거 모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황정민의 수상소감이 크게 화제를 낳은 적이 있다. “스태프들이 밥상을 차려놔요, 그럼 전 그냥 떠먹으면 되는 거거든요.” 그 유명한 황정민과 밥상. 그렇게 황정민은 스태프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지금의 스포트라이트는 자신이 다 받고 있지만, 그건 자기만의 것이 아니다. 뒤에서 묵묵히 고생한 스태프들에게 먼저 감사할 줄 아는 마음.
한예슬이 열악한 국내드라마의 제작환경을 말하고 잠적했을 때, 가장 아쉬웠던 건 그녀가 신인배우가 아니었다는 사실이다. ‘환상의커플’, ‘크리스마스에눈이올까요.’, ‘타짜’ 등 이미 여러 드라마에 출연했었다. 즉 누구보다 드라마의 제작환경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런데 자기 마음에 안 든다고 잠적하는 게 말이 되는가. 준비하고 기다린 수많은 스태프들, 동료 연기자들에게 미안하지 않은가. 시청률이 높건 낮건 간에, 즐겨보던 시청자는 또 뭐가 되는가.
국내드라마의 제작환경이 열악하다를 말할 때, 가장 먼저 생각해야 될 건 사실 스태프들이다. 장면 하나를 찍기 위해 수많은 스태프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 한다. 배우는 관련 장면이 없으면 중간에 쉬기라도 하지만, 스태프들은 다음 장면을 준비하느라 제대로 쉬지도 못한다. 그런데도 스태프들의 처우는 어떠한가. 값비싼 노동력이 값싼 임금으로 돌아온다. 그것마저 제때 지급이 안 될 때도 많다. 게다가 일마저 없으면 기약없이 쉬어야 한다.
드라마의 주연급 배우들은 회당 수천에서 억대까지 받는다. 드라마 제작비의 절반 가까이가 주연급배우들의 출연료다. 그 정도로 높은 출연료를 받고서, 익숙해 질만도 한 제작환경을 못견디겠다며 촬영시간을 지키지도 않고, 심지어 펑크를 낸다?
국내드라마의 제작환경이 열악한 것도 사실이고, 한예슬이 힘들어 했던 것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드라마 ‘스파이명월’ 촬영 당시 한예슬 보인 행동들은 이해할 수가 없다. 한예슬 본인이 힘들다는 이유로, 한예슬 한명 때문에 수많은 스태프, 동료연기자들까지 몇 배로 힘들었기 때문이다. 타인이 아닌 자신을 먼저 생각한 한예슬이, 파이팅이 필요한 열악한 환경을 더욱 무겁고 열악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3년만에 드라마로 컴백한 한예슬은 얼마나 달라졌고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우선 한예슬앞에 어떤 밥상, 무슨 반찬이 올라갈 진 알 수 없다. 물론 ‘스파이명월’때처럼 한예슬이 반찬 투정해가며 먼저 밥상을 걷어차는 일은 아마 없을 것이다. 다만 어떤 반찬이 올라가든, 맛이 있든 없든, 한예슬은 감사한 마음으로 맛있게 떠먹어야 할 의무가 있다. 배우이기 때문이다. 그것도 드라마의 얼굴인 주연이다. ‘미녀의 탄생’에서는 몸도 마음도 성숙해진 한예슬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