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및 드라마

내생애봄날 감우성 수영, 스무살 나이차 극복한 힘은?

바람을가르다 2014. 9. 18. 09:44

 

 

 

 

 

아내의 심장을 이식 받은 여자가 나타났다. 하지만 남자는 여자가 죽은 아내의 심장을 이식받았다는 사실을 모른다. 그리고 계속된 우연, 만남. 남자는 여자가 은근히 좋다. 그것을 사랑이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그럴 정도로 자주 만난 것도 아니고. 다만 여자에게서 문득 문득 사랑했던 아내가 연상되곤 한다. 또한 여자가 자신의 딸과 아들에게 잘 대해주는 것도 고맙다. 첫인상이 비호감이었던 여자에게서 만날수록 호감을, 매력을 느낀다.

 

수목드라마 ‘내생애봄날’에서 강동하(감우성)가 이봄이(최수영)에게 느끼고 있는 감정이다. 남자주인공은 그렇게 멜로드라마의 정석코스를 밟고 있다. 애매하긴 해도 강동하가 이봄이에게 지금 느끼는 감정을 사랑이라고 생각한 적 없기에, 두 사람에겐 더 많은 시간과 사건, 우연이 필요하다. 그런데 제작진은 16부작 미니시리즈에서 3회만에 승부수를 던졌다. 강동하의 동생 강동욱(이준혁)으로.

 

 

 

 

강동욱과 이봄이는 결혼할 사이다. 그 사실을 강동하는 모르고 있었다. 동생의 상견례자리에 나타날 여자가 이봄이라는 것도. 그런데 ‘내생애봄날’ 3회의 마지막에 알게 됐다. 동생의 여자가 이봄이라는 사실을. 그 이야기를 동생에게 들은 강동하의 표정은 어색, 당황, 복잡하다. 강동하의 표정만 보면, ‘뭐라고? 이건 아니지. 무효야. 무효!’가 자신도 모르게 눈치없이 입에서 막 튀어 나올 듯한. 그렇게 강동욱과 이봄이의 관계는 강동하에게 적잖은 충격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여자’ 이봄이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들여다 볼 계기가 됐다.

 

그만큼 남자주인공에게 촉박한 상황이 만들어졌다. 이봄이가 강동하를 사랑하는 것도 아니다. 이봄이에겐 강동하가 아니라, 강동욱이 연인이고 사랑이다. 그렇게 결혼까지 약속한 사람이 있다. 아무리 드라마지만 시아주버님과 눈이 맞아 사랑하기엔 여자주인공에게도 시간이 촉박하다. 그래서 드라마 3회만에 강동하-이봄이-강동욱의 관계가 밝혀진 건, 제작진의 상당한 모험이라 할 수 있다. 역시나 이 드라마도 운명, 심장만 믿고 가는 건가. 아니면 다른 무기가 있는 걸까.

 

강동욱과 이봄이가 결혼을 약속하고 상견례를 앞두고 있다. 그렇다면 강동하와 이봄이는 그 사실을 알기 전에 좀 더 서로에게 강하게 끌릴 사건들이 필요했다. 그러나 제작진은 그 사건들을 뒤로 미뤘다. 덕분에 상황은 매우 흥미로워졌다. 자칫 식상할 수 있는 과정을 대거 생략하면서 전개속도를 높이자 몰입도가 높아졌고, 과연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다음 회에 대한 기대감도 배로 상승했다.

 

 

 

 

문제는 설득력이다. 단순히 ‘아내의 심장’때문만이 아닌 강동하와 이봄이가 강동욱에게 아픔(?)을 주면서까지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해야만 하는 사건, 이유, 설득력이 드라마의 성패와 직결된다. 과거 실패했던 드라마 ‘여름향기’를 떠올린다면 더욱 참신함이 요구된다. 과연 ‘내생애봄날’은 주인공 강동하와 이봄이의 선택을 존중하고 응원할 수 있는 분위기, 내용을 어떻게 채울 것인가.

 

다행스럽게도 시청자의 눈에 강동하와 이봄이가 매력적이다. 캐릭터도 그렇지만, 강동하를 연기하는 감우성, 이봄이를 연기하는 최수영이 기대이상으로 매력적이다. 감우성의 연기력이야 두 말이 필요없지만, 최수영은 발견이다. 드라마 내생애봄날의 이봄이에서 소녀시대 수영은 없다. 그만큼 캐릭터 소화력이 뛰어나다. 아이돌은 주연배우로 무조건 안 된다는 편견을 깰 만하다.

 

 

 

 

개개인의 연기력도 중요하지만, 멜로드라마 커플에게 중요한 건 연기 합이다. 여기서도 감우성과 최수영은 기대이상이다. 주인공 커플로 시청자에게 설레임을 줄 수 있을 만큼, 상당히 잘 어울리는 편이다. 더 놀라운 건 극중에선 열여덟살 차이가 나고, 실제로는 감우성과 수영의 나이차가 무려 스무살이나 난다는 점이다. 나이차만 놓고 보면 삼촌조카를 넘어 부녀사이를 방불케한다. 얼굴에서도 나이를 속일 순 없다. 그럼에도 멜로가 된다. 감우성과 수영이 어울린다. 그만큼 자신의 캐릭터를, 캐릭터의 매력을 잘 살린다. 연기를 잘 한다는 얘기다.

 

드라마 ‘내생애봄날’의 전개속도가 생각보다 빠르다. 3회만에 갈등의 중심에선 남녀주인공들의 관계가 밝혀졌다. 자칫 무리수로 비칠 수도 있는 제작진의 승부수다. 그런데 그 승부수가 기대감으로 돌아온다. 극중 강동하-이봄이 커플이 시청자에게 호감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드라마의 멜로 커플로, 스무살이란 극복하기 쉽지 않은 나이차를 단 3회만에 설득력을 부여하며 자연스럽게 연출중인 감우성과 수영의 연기력이 담보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스피디한 전개가 가능했을까 싶기도. 드라마의 초반, 전개가 말도 안 된다가 아니라,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다로 이끄는 가장 큰 힘은 주인공 커플인 강동하 역의 감우성과 이봄이 역의 최수영이 나이차를 극복한 매력을 발산중에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