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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메이드 코미디 ‘그대웃어요’, 이보다 웃길 순 없다!

바람을가르다 2009. 10. 11. 08:34

스타일 후속인 SBS주말드라마 <그대 웃어요>가 회를 거듭할수록 재미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특히 10일 방송된 5회에선 강만복(최불암)의 집에 서정길(강석우)의 식구들이 짐을 풀고, 본격적인 한지붕 두가족의 까칠한 동거가 시작되면서 시청자에겐 포복절도 웃음을 선사했다.

 

<그대웃어요>는 강만복일가와 서정길일가사이의 갈등과 화해속에 사랑을 담는 전형적인 홈 드라마를 표방한다. 그리고 스토리를 엮는 핵심적인 매개는 동거라는 커다란 틀이다.

 

<그대웃어요>에서 동거가 불러 온 재미 포인트.

서로 다른 환경에서 두 가족의 충돌

 

서정길이 경영하던 건설회사가 부도를 맞으면서 서정인(이민정)을 비롯한 식구들과 함께, 과거 운전기사로 부렸던 강만복의 집에 얹혀 살게 된 것이다. 재벌 출신답게 호사스런 생활에 취해 있던 정길과 그의 가족들에게, 평범한 서민에 불과한  만복의 집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객이 주인에게 불평을 늘어놓을 수는 없는 법. 그러나 서정길과 그의 가족들은 이러한 공식을 무참히 깨버린다.  

 

철딱서니 없는 허세꾼 서정길은 아버지뻘 되는 강만복을 여전히 강기사로 하대하며, 방문제부터 반찬투정까지 온갖 불평불만을 쏟아낸다. 이러한 몰상식에도 불구하고 만복은 도련님이란 존칭을 입에서 놓지 않으며 정길 뿐 아니라, 정길의 식구들에게도 공손함과 배려를 잊지 않는다. 완벽하게 주객이 전도된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든 만복의 아들내외(천호진,송옥숙)는 부당함을 느끼지만, 아버지의 뜻을 거역할 힘이 없다.

상대의 허점을 잡아 깐죽거리길 좋아하는 정길과 분위기파악은 뒷전이고 말끝마다 비위를 찾는 개념없는 공주 정길의 아내(허윤정), 만복의 아들내외에겐 눈에 가시 같은 존재이나 매번 당하는 쪽은 후자이다. 불편할 수 있는 관계를 형성하면서도 웃음을 유발시키는 이들 부부의 묘한 경쟁구도는 극의 활기를 불어넣는다.

 

이렇듯 상식적으로 생각되는 강자와 약자의 구분은 드라마 <그대웃어요>에서 성립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 배경에는 강만복(최불암)이 존재한다. 이들의 설정이 억지스럽지 않은 것도, 등장인물들이 갈등을 견디지 못해 동거라는 룰을 깨지 못하는 것도 강만복이란 중심 추가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사랑하는 여자와 앞으로 사랑하게 될 여자

 

양집안의 동거를 통해, 만복의 손자 강현수(정경호)는 짝사랑해 온 친구 서정경(최정윤)이 정길의 맏딸이자 앙숙같은 정인의 언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정경과의 의사와는 무관하게도 운명이라며 혼자 들뜬 현수. 현수와 정경의 사이를 알면서도 모른 척 능구렁이처럼 연기하는 엽기녀 서정인(이민정). 정인은 이 점을 악용해 현수에게 대가를 구하며 사욕을 채우면서도, 한편으로 혼자서 가슴앓이 하는 현수를 동정한다.       

 

사랑의 시작은 정경에 대한 현수의 일방통행이었으나 동거를 계기로 정경이 아닌 정인과 현수와 연결되는 통로가 된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전개에 더욱 기대감을 동반한다. 얼음미녀에 레지던트 서정경과 속물에 백조 서정인. 전혀 다른 스타일의 이 두자매 사이를 오가는 현수에 정인의 전 약혼자이자 재벌그룹 후계자 이한세(이규한)가 가세하여, 복잡 미묘한 사랑방정식을 풀어갈 그림이 어쩌면 다소 진부하게 느껴질 지 모르나, 지금처럼 유쾌하게 끌어갈 수 있다면 드라마가 탄력을 받는 데는 지장이 없을 듯 하다.   

오랜만에 안방에서 만난 웰메이드 코미디
 

감동을 주는 것 이상으로 힘든 것이 바로 웃음이다. <그대웃어요>는 예능프로그램을 능가하는 재미로 쉴새없이 웃음을 터트리는 재주를 선보인다는 점이다. 그 웃음에 순도가 높은 것은, 억지나 과장없이 극의 흐름속에 자연스럽게 묻어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러티브가 약하다면 드라마가 아닌 코미디에 그쳤겠지만, 군더더기 없는 내용속에 짜임새있는 전개가 웃음의 원천이며 이라고 할 수 있다.  

 

막장드라마의 홍수속에 순수한 코믹 홈드라마 <그대웃어요>는 불륜, 외도, 폭력과 같은 선정적인 소재를 배제한 채, 사랑과 갈등, 화해라는 루트를 가족이란 토대위에 철저한 정공법으로 풀어내며 유쾌한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또한 주연급 배우들과 관련해 연기 등의 가타부타한 논란이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각자 맡은 개성만점 캐릭터를 기대이상으로 소화하는 배우들의 호연이 드라마를 더욱 빛나게 한다는 점이 시청자로선 반가울 수 밖에 없다.

중견배우 최불암, 강석우, 천호진, 송옥숙, 허윤정은 말할 것도 없고, 최정윤을 비롯한 젊은 연기자들의 활약도 못지 않다. 특히 <미안하다 사랑한다>이후 맡았던 작품마다 뚜렷하게 눈도장을 받지 못했던 정경호는 이번 드라마를 통해 강현수역을 120% 소화해내는 막강한 코믹 연기를 뽐내며 가능성이나 유망주와 같은 꼬리표를 확실히 뗐다고 볼 수 있다. 그의 파트너 이민정도 발연기가 판치는 여배우들 사이에 떠오르는 블루오션임을 입증했다고 할 만큼 성장세가 두드러진다. 

여기에
<패떴>의 천데렐라 이천희가 미국에서 귀국한 서정길의 아들 서정준으로 등장해 새로운 웃음의 기폭제 역할을 담당한다. 서정길가족에겐 희망이었던 그가 보기좋게 배신을 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질 6회가 기다려지는 또 하나의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