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봄날 최수영, SM의 저주로 해석할 문제아니다
수목드라마 두편이 새롭게 선보였다. KBS2<아이언맨>과 MBC<내생애봄날>. 먼저 이동욱-신세경 주연의 ‘아이언맨’은 마음이 아파서 몸에 칼이 돋는 신기한(?) 한 남자와 그런 그를 진짜 사람으로 성장시키는 오지랖 넓은 여자의 사랑이야기. 그리고 감우성-최수영 주연의 ‘내생애봄날’은 시한부 인생을 살던 여자가 장기이식을 통해 새 심장을 얻고, 우연히 심장을 기증한 여인의 남편을 만나 특별한 사랑을 하게 되는 이야기다.
새수목드라마 두편이 모두 사랑이야기다. 단지 ‘아이언맨’은 남자주인공의 몸에 칼이 돋는다는 매우 독특한 설정이 가미됐고, ‘내생애봄날’의 경우는 시한부 인생을 살던 여자주인공이 장기(심장)를 이식받고 살아나는 흔한 설정에 노출됐다는 점에서, 두 드라마는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 그렇다면 시청자는 어떤 드라마를 선택했을까. 비록 첫방송에 불과하지만, 시청률(시청률조사기관 닐슨기준)에서 8.1% ‘내생애봄날’이 6.6% ‘아이언맨’을 약간이나마 앞섰다.
내 생애 봄날 최수영, SM의 저주로 해석할 문제가 아니다
‘내생애봄날’의 출발이 상쾌하다. 첫방송 시청률 8.1%는 나쁘지 않다. 같은 첫방송이자, 동시간대 드라마 ‘아이언맨’을 앞섰다는 데에선 의미를 부여할만하다. 그런데 궁금하다. 시청자는 왜 신선하고 독특한 캐릭터가 주연인 ‘아이언맨’이 아닌, 낡고 진부한 캐릭터와 소재를 품은 ‘내생애봄날’을 선택했을까.
‘내생애봄날’이 상대적으로 쉽기 때문이다. 어렵거나 복잡하지 않다. 첫방송임에도 딴짓하면서 볼 수 있는 드라마다. 이미 스토리라인이나 캐릭터가 시청자에게 친숙해 제작진입장에선 조급할 만도 했는데, 새로운 것을 보여주기 위해 억지를 부리거나 서두르지 않았다. 그것이 오히려 드라마의 시작을 매끄럽게 풀어낸 동력이 됐다. 그렇다면 ‘내생애봄날’은 첫방송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궤도에 올랐다고 봐야할까.
물론 ‘내생애봄날’의 시작이, 1회가 좋았다. 그러나 안심하긴 이르다. 식상한 재료는 횟수를 거듭할수록 쉽게 질리기 때문이다. 과연 ‘내생애봄날’은 식상한 재료로 새로운 16부를 요리할 수 있을까. ‘내생애봄날’처럼 심장이식이란 소재로 성공한 드라마와 실패한 드라마가 있다. 전자의 대표작이 차승원-공효진 주연의 ‘최고의 사랑’이고 후자가 송승헌-손예진 주연의 ‘여름 향기’다.
드라마 ‘여름향기’는 ‘가을동화’와 ‘겨울연가’를 연달아 히트시킨 윤석호PD의 작품으로, 당시 최고의 청춘스타 송승헌과 손예진이 캐스팅돼 엄청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결과는 시청자를 만족시키지 못했다. 그만큼 재미가 없었다. 드라마가 오직 ‘손예진의 심장은 누구의 것인가?’에, 심장에 사랑을 올인하다가 뻔하고 지루하게 질질 끌다가 끝나버렸기 때문이다.
반면 드라마 ‘최고의사랑’은 독고진(차승원)이 심장이식을 받았고 그것이 독고진의 생사를 위협하긴 했어도, 심장이식이 드라마의 얼굴은 아니었다. 즉 드라마 ‘최고의사랑’을 떠올릴 때, 간판 소재, 이미지가 ‘비호감연예인’ 구애정(공효진)이지, 독고진의 ‘심장이식’은 아니란 점이다. 그래서 ‘최고의사랑’은 심장이식이란 식상한 소재를 사용하고도 신선하다는 찬사속에 성공할 수 있었다.
수목드라마 ‘내생애봄날’에 기대 못지않게 우려가 공존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일단 ‘여름향기’와 직접적으로 비교될 정도로, 스토리라인이나 캐릭터 등이 매우 흡사하다는 평을 받는다. 대표적으로 여자주인공 이봄이(최수영)가 강동하(감우성) 아내 윤수정(민지아)의 심장을 이식받고, 이봄이는 강동하와 그의 가족에게 끌리고, 강동하는 이봄이에게서 죽은 아내 윤수정을 느낀다. 이것만 보면 사실상 ‘여름향기’ 판박이 수준이다.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다.
‘내생애봄날’에 여주인공 이봄이 역에 소녀시대 수영이 캐스팅됐다. 이를 놓고 불편하다는 네티즌들의 시선이 많았다. 연기력보다는 인기. 유명아이돌이란 이유로 주인공에 캐스팅되는 불편한 현실의 연장선에 있었다. 특히 SM엔터테인먼트 출신 아이돌이 드라마의 주연을 맡으면, 시청률이 바닥을 친다는 ‘SM의 저주’도 한몫 거들며 소녀시대 수영의 ‘내생애봄날’ 여주인공 캐스팅에 시선이 곱지 않았다.
단 1회에 불과하지만, ‘내생애봄날’에서 최수영의 연기는 나쁘지 않았다. 보기에 딱히 불편하지 않은 무난함이상이었다. 감우성과의 커플 멜로 연기가 어느 정도 시너지효과를 낳을 진 지켜봐야겠지만, 일단 이봄이라는 캐릭터만 놓고 봤을 때 최수영이 캐스팅 논란을 부를 정도는 아니었다. 즉 드라마의 성패에 ‘SM의 저주’등을 대입하고 해석할 상황은 아니다.
새수목드라마 ‘내생애봄날’이 성공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게 무엇일까. 진부한 소재를 진부하지 않게 풀어내는 일이다. ‘여름향기’도, ‘최고의사랑’도 아닌 ‘내생애봄날’만의 색깔이 나와야 한다. 친숙한 소재로 시청자의 시선을 쉽게 사로 잡았다면, 회를 거듭할수록 새로움으로 기대감을 줘야 한다. 그것이 상대작이 재밌는가보다, 캐스팅이 누가됐나보다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