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연예

교황 프란치스코에게 감동한 슬픈 현실

바람을가르다 2014. 8. 15. 14:51

 

 

 

 

지난 14일 교황 프란치스코가 방한했다. 1984년과 1989년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한국을 방문했었으니, 25년만에 다시 교황이 한국을 찾은 것이다. 역사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때문에 교황의 방한에 많은 국민들이 감사함을 느끼고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을 표하고 있다. 미국 CNN방송 등 주요외신들도 가톨릭 신자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교황의 인기가 높다면서, 교황의 방한을 뜨겁게 환영하는 국내 분위기를 전하고 있다.

 

우리는 왜 교황 프란치스코에게 감동하는가

 

솔직히 기대이상의 반응이다. 신자가 아닌 비신자들도 교황 프란치스코에게 높은 관심을 표하고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감동을 받는다. 교황은 인간으로서 추구해야 할 보편적 가치를 말하고, 잘못된 사회와 현상들에 대해 쓴소리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러나 교황의 말씀을 되새겨 보면, 굳이 성직자가 아니더라도, 교황이 아닌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임을 알 수 있다. 결국 ‘인간은 누구나 존엄한 존재이다.’라는 대전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어쩌면 너무나 당연하고 너무나 상식적인 이야기들이라, 다른 사람의 입을 통하면 그저 한 귀로 흘려보낼 말뿐인, 때론 듣기 싫은 잔소리가 되고 마는데, 왜 같은 말과 같은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교황의 입을 통하면 우리는 머리가 아닌 가슴이 먼저 움직이고 뜨거운 감동을 받는 걸까. 그 해답은 바로 프란치스코 교황이 걸어온 길을 통해 알 수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3월 13일 건강상의 이유로 사임한 베네딕토 16세의 뒤를 이어 제266대 로마 가톨릭교회의 교황으로 선출됐다. 그는 시리아 출신 교황 그레고리오 3세 이후 1282년 만에 탄생한 비유럽권 출신 교황이고, 2000년의 가톨릭 교회 역사상 최초의 미주 출신이자, 최초의 예수회 출신 교황이기도 하다. 이처럼 가톨릭 교회가 오랜 역사를 품고 있음에도, 프란치스코 교황앞에는 ‘최초’, ‘첫번째’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그만큼 프란치스코가 교황으로 선출된 것은 파격이었다.

 

 

 

 

종교는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가톨릭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프란치스코를 교황으로 추대했다. 그것은 곧 가톨릭 교회도 변화와 개혁없이는 부패를 벗지 못하고 위기에 놓일 수밖에 없다는 방증이다. 그 위기를 지혜롭게 헤쳐 나갈 수 있는 리더로, 적임자로, 교황으로 프란치스코를 택한 것이다. 그리고 그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평생 약자와 빈자를 위한 삶을 살아왔다. 항상 그들의 편에 섰고, 그들에게 먼저 다가가 손을 내밀고 안아주었다. 주인이 아닌 종의 자세로, 늘 낮은 자세로 낮은 곳을 찾았다. 권력 그리고 부패와 동떨어진 겸손, 소박, 청빈한 삶을 살았다. 본인 스스로는 낮은 곳을 향했지만, 그럴수록 우러러 볼 수밖에 없는 리더가 지금의 교황 프란치스코다.

 

 

 

 

교황 프란치스코는 내가,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한다를 말하기에 앞서, 스스로 행동으로 보여 왔다. 때문에 그의 어떤 말에도 진심이 담길 수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하고 감동을 하고 존경을 표하는 것이다. 때론 너무 당연해서 아무나 내뱉을 수 있는 이야기조차도, 같은 말을 하는 교황이 주는 힘은, 경중은 다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한민국 리더중엔 교황 프란치스코가 없다. 교황 프란치스코와 같은 행동은 고사하고, 아주 당연하고 보편적인 이야기를 했을 때, 우리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사람이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언제나 말뿐이기 때문이다. 언행일치가 안 되기 때문이다. 겉으론 국민을 위한다고 하지만, 늘 자신이 먼저인 거짓투성의 리더들밖에 보이지 않는다.

 

올해만해도 국민들을 분노케 일들이 참 많았다. 대표적으로 어린 아이들의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나 임병장 총기난사사건, 윤일병 구타 사망사건, 성희롱으로 자살한 여군중위사건 등을 비롯한 군대내 여러 사건사고만 봐도 그렇다. 시스템은 엉망인데, 관리자는 나태하고 부패했으며, 이를 해결해도 시원치 않을 리더들이 오히려 사건의 중심에서 문제를 키우고 폭발시킨 원흉이 되고 있다.

 

 

 

 

 

2014년 대한민국은 우울함 그 자체다. 그와중에 교황이 방한했다. 25년만에. 생각해보면 꼭 필요한 시기에 우리를 찾아주신 셈이다. 교황 프란치스코가 방한해서 하신 말씀중에 틀린 말이 있는가. 없다. 어떻게 보면 교황이 아닌 대한민국의 그 어떤 누구도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교황 프란치스코처럼 말 한마디, 한마디에 감동을 불어넣을 수 있는 리더는 없다.

 

그래서 슬픈 것이다. 지금 쏟아지는 교황 프란치스코에 대한 관심과 존경이, 그가 떠남과 동시에 머릿속에서 사라질 것을 알기 때문이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이해할 수 없는 사건사고속에서, 우리 마음을 정화시켜주는, 희망을 얘기할 수 있는 리더가 더욱 절실한 요즘이다.